허접

나의 사랑 나의 오디오

by 이규영 posted Apr 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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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정신을 잃을만큼 술을 마시고도 또 애첩과 함께 잠을 잤습니다.
무슨음악을 들었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지만 음악실에서 의자에 자고있는 저를 아침 6시에 마눌이 한시간이라도 침대에서 자라고 깨우더 군요.
등산,테니스,사진,골프,술등 어느것 하나 소홀하게 생각한 취미는 없지만 결국은 오디오에 귀결됩니다.

등산은 지금도 심신을 단련하는 제2취미이지만 예전처럼 멀리 찾아가기 쉽지가 않습니다.
매년 가을이면 혼자 설악산에서 2,3일 놀다 오지만 이젠 가고싶은 산도 많지 않아 일주일에 한두번 뒷산을 헤메다 오는걸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7년정도 목숨걸고 매달렸던 테니스는 더이상 발전이 없는데다 말도 많고 시끄러워 그만둔지 꽤 됐습니다.
등산갈때 베낭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사진기기 또한 더이상 투자없이 아이들 모습 찍어 두는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한때 영하 십수도 날씨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장을 드나 들었던 골프도 돈아까워 필드에 못나간지 오랩니다. 필드에 나가자는 친구들 끊임없는 유혹에도 그린피 20여만원이면 진공관이나 판사는게 훨씬 값지다는 생각이 앞서서 가끔 닭장에서 운동 그 자체로만 겨우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귀가 멀어 못들을때까지 언제든 함께할수 있는 오디오야 말로 인생의 평생 동반자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것입니다.
다만 오디오취미의 가장 큰 적은 돈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돈을 들이지 않고 오디오를 할려고 기를 씁니다.
그러다 보니 알텍스피커 외에는 자랑할만한게 하나도 없습니다.
국산 트랜스로 만든 자작엠프에다 케이블류는 만원(M당)을 넘지 않고 진공관은 3만원을 넘은게 없습니다.

싸고 좋은 음은 없다고들 하지만 저의 자랑거리는 바로 이정도 기계에서 이정도 소리면 훌륭하지 않느냐입니다.
이 상태에서 돈만 바르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골프 잘 치는데 돈을 아낄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사진도 싸구려 렌즈,필름으로는 절대로 작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디오는 얼마든지 싸고 좋은음을 만들어 낼수 있습니다.

이토록 싼 기기들로 저는 시스템 튜닝을 감히 실연에 견줍니다.
그 영롱한 바이얼린 합주를 미끈하게 표현하는것이 궁극의 목표이고 음악당 전체를 감싸주며서 퍼저나가는 심벌즈 소리는 죽어도 오를수 없는 표현이라고 정해 놨습니다.
지금 알텍시스템에서 젤 잘나는 소리가 팀파니소리이고 그 다음이 나팔소리, 그리고 성악입니다.
재즈나 팝은 별 신경도 안쓰지만 이정도면 됐다 싶습니다.
한영애 목소리는 더이상 좋을수 있을까 자만해 봅니다.

인제 바이얼린 소리만 만들어 내면 그만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끔 동호인들께서 탄노이 같은 현소리가 난다고들 과찬하시지만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그래도 알텍을 들여놓고 오페라 구경을 안가게 되었으며 뮤지컬 정도는 실연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됩니다. 뮤지컬류는 어차피 스피커로 공연하니까요.
스피커로 나오는 투란도트를 듣기위해 상암구장에 몰려가는 애호가들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뭐 공연이란게 꼭 소리만은 아니겠지만요.

알텍이든 탄노이든 JBL이든, 하이엔드든 빈티지든 진공관이든 TR이든....
오디오 정말로 너무너무 좋은 취미입니다.
거기서 알텍이먀 말로 정말 좋은 스피커 입니다.
오죽하면 해외 장기교육을 권하는 직장상사에게 알텍소리를 오랫동안 못듣는게 무서워 못가겠다고 했을까요?ㅋㅋ

아이고~ 술 덜깬상태에서 애첩과 자고나서 기분이 좋아 횡설수설 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