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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그리고 하이엔드

by 진형기 posted May 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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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텍, 그리고 빈티지에 대해서 여러 논의들중 입니다만
그냥 제 친구이자 오디오 독선생 얘기 좀 해볼까 합니다.  지금은 아이디를 잃어 버려서 소리전자 사이트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지만 한때는 참 열심히 들락이던 친구 입니다.

이 친구는 자기 표현대로 하면
"사운드 제일주의자"로 빈티지든 하이엔드든 어떤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가장 훌륭한 사운드를 창조해 내는 쪽으로 굉장히 파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유저 입니다.

클랑필름의 초대형 올혼 스피커를 최신 독일제 700와트급 모노블록 TR 앰프로 울리는가 하면 JBL C55 AMPEX 버젼 오리지날을 최신 할크로의 A급 300와트로 울리고
현재 JBL의 플래그쉽이라는 DD66000은 독일제 10와트급 직렬 삼극관 PP 앰프로 구동 합니다.  물론 모두 현재 진행형 입니다.

빈티지 유저가 보든 하이엔드 유저가 보든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매칭이지만
사용자가 이쪽이 가장 사운드적으로든 음악적으로든 납득 할 수 있는 소리를 내어 준다고 하고 사용자의 오랜 오디오 공력과 기기 콜렉턱를 생각해 보면 함부러 왈가왈부 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음 자체가 워낙 뛰어 납니다.

의외의 파격적인 매칭을 구사하지만 보면 한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소스기기만큼은 여건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소스기기를 선택 한다는 것입니다.  
앰프와 스피커는 다운그레이드 할 수 있어도 소스기기만큼은 절대 다운그레이드 해서는 않된다는 것 입니다.

빈티지 유저들을 보면 스피커와 앰프만 고리짝 골동품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놀랍도록 진보하는 디지탈 소스 기기 조차도 고리짝 기기만을 사용하거나 아날로그 카트리지나 승압 트랜스 값에도 못미치는 저렴한 초급 수준 씨디피를 사용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저역이 않나온다,
고역이 억세다,
좁은 방에서는 구동 불가다,
넓은 홀용 스피커다 이런 말도 합니다. 
 저역을 잡기 위해 앰프는 수없이 업그레이드도 해보고 고역을 잡기 위해 트랜스도 바꿔보고 케이블 피복도 벗겨보고 온갖 수단을 다 써봅니다만 의외로 씨디피만은 홀대하는 빈티지 유저들이 많습니다.

물론 많은 빈티지 유저들이 아날로그 매니아 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턴테이블과 씨디피의 격이 너무나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도 많죠.

고약스런 빈티지 스피커들의 약점들이 소스기기들의 업그레이드로 확 개선되는 것을 여러번 보아 왔습니다.  

제가 현재 서브 시스템으로10여년전 포기했던  알텍 스피커를 염두에 둘 수 있게 된 것도 주변 지인분의 알텍 A5가  30평대 아파트 거실에서 너무나 완벽하게 클래식을 재현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 입니다.  그 비단결 같은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나니 우리집에서도 그 소리를 듣고 싶어 미칠 정도 였습니다.

매칭은 맥킨토쉬 C20과 MC240이라는 지극히 평범 합니다.  
통도 국산통 입니다.
지인도  아날로그로 재현되는 A5에는 나름 만족해 왔으나
디지탈 쪽은 개판이라면 음원과 스피커 탓만 해오다가 친구의 권유로 두눈 질끈 감고 씨디피를 좋은 기기를 들여온 이후에는 정말이지 환상적인 알텍 사운드가 나옵니다.

과연 빈지티를 소장하기 위한 콜렉션으로 볼 것이냐,  
빈티지를 좋은 사운드를 창조해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후자라면 빈티지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디지탈 소스기기도 충분한 그레이드로 업을 해줘야 빈티지 기기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도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하이엔드든 빈티지든 같은 비용을 들였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쪽이 소스기기에 보다 비중을 두었나가 사운드 퀄리티를 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앰프, 스피커에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씨디피만 언제 나왔는지도 모를 중고가 20~50만원대 씨디피를 사용하시는 빈티지 유저들을 보면 좀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이런 기기들 솔직히 말해서 요즘 애들이 들고 다니는 아이팟이나 mp3 기기만도 못한 소리를 내줍니다.  그리고 씨디피는 업그레이드 해도 차이를 모르겠다거나 그게 그거라거나 심지어는 더 시끄러워진다고 까지 하는 빈티지 유저들을 보면 솔직히 그 귀를 의심하고 싶습니다.

물론 치킨게임과 같은 무한투자야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서로의 균형감을 맞춰 줄 수 있는 시스템의 퀄리티를 충분히 뽑아 낼 수 있는 기기로의 업그레이는 앰프와 스피커에 들이는 공력의 반의 반만 투자해도 충분할 것 입니다.  
정말이지 미니멈이 스투더 730 정도는 되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처음의 제 오디오 독선생 얘기로 돌아가면 이 친구는 사무실에서도 오디오를 즐깁니다.  오랜동안 JBL K2 9500을 사용하더니 최근에는 LOTH-X라는 낯선 메이커의 아지무스라는 더 낯선 스피커를 들였습니다

최신 메이커라는데 가만 보면 유닛은 로더의 유닛을 가져다가 자석도 큰 것으로 교체했고 콘도 알미늄으로 개량한 스피커 입니다.  풀레인지 스피커인데 저역이 놀랍도록 20hz 이하까지 무난하게 뻗어 준다고 합니다.  여기에 4와트짜리 직렬 삼극관 싱글 앰프를 걸었는데 정말 개벽천지 할 거 같은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섬세하면서 하늘하늘 거리고 투명하다니.

그런데 씨디피를 저급으로 바꾸자 단숨에 풀레인지 특유의 온갖 한계를 드러내면서 결국에는 그렇고 그런 스피커로 전락하더군요.  아! 이래서 인기도 없고, 알려지지도 않은 스피커구나 하고 생각이 들만큼요.

요즘 사이트를 보면 뭔 이유에서 인지 빈티지 시스템을 폄훼할 목적을 가지고 들락이는 인사도 보이고(보면 웨스턴에서 탄노이, 알텍에 이르기 까지 그 대상을 가리지 않죠)
쉽게 결론을 내버리는 유저분들도 보입니다만
일단 우리가 사랑하는 빈티지 시스템에 수준 높은 정보량을 전달하고  안정적인 전기밥부터 먹여 주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빈티지 시스템도 결고 어마어마한 고가의 하이엔드에 결코 못지 않습니다.  아니 그 만족도에서 만큼은 훨씬 능가하죠.

이상 소스기기 제일주의로 변모중인 빈티지 유저의 푸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