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텍의 혼타입 인클로저로는 810, 825, 828 등이 있습니다.
저 놈들은 여기저기 모양들이 조금씩 다르나,
상부혼과 하부혼이 사각의 통 모양으로 합쳐진 구조라는 데에선 다를 게 없습니다.
분명한 건 백로드니 베이스 리플렉스니 하는 구조의 보통 인클로저들하곤 다르다는 것입니다.
오래된 놈들은 뭐든지 직접 써보아야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디 책에서 남 얘기를 읽고 보거나, 어디 가서 남의 시스템들 보고 듣거나 하는 것은 영원히 본질을 꿰둟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에 머물고 말 가능성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저는 쭉 방안에서만 처박혀 듣다가 거실로 기어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공간이 넓어진 까닭에
828을 들인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국산 제작에 칩보드 통입니다.
직접 써보니 이제서야 저 놈들의 구조를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간 혼과 드라이버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상태로 진전을 이뤄 만족감이 찼지만,
-그게 더 좋은 혼과 드라이버가 없다는 뜻이 아니며, 제가 쓰는 게 가장 좋다는 뜻은 더더욱 아닙니다-
우퍼를 품은 국산 칩보드 828엔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 불만은 두말할 것 없이 제 무지와 무성의, 나태와 게으름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불만을 국산 칩보드 828에 쏘아댔으니 이런 놈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단어 선택이 쉽지 않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통을 어떻게 해볼 방법은 딱 한가지, 흡음재의 처리 뿐입니다.
지금까진 예전에 쓰던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의 612 인클로저에 처리했던 흡음재 배치 방식에 따랐습니다.
인클로저의 내부는 비대칭, 그 공식 아닌 공식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냥 들었습니다. 이리저리 해보기 귀찮은 게 가장 큰 이유였고, 일단 들어보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새벽 - 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입니다. 늙은이처럼.
눈을 뜨자마자 과연 828의 내부 흡음재 위치가 맞는 것인가, 회의가 왔습니다.
그리고 828의 내외부 혼 구조를 머리 속에서 그려보았습니다.
810이나 825, 828의 밖으로 곡선을 그리는 상부혼은 중역 담당입니다.
내부에서 아래로 꺾여 나오는 하부혼은 저역 담당입니다.
모든 혼은 소리의 시작점에서는 좁은 음도를 가지고 그것이 점점 확장되면서 아가리를 벌립니다.
그렇다면 810, 825, 828의 혼 구조 또한 그에 따라야 마땅할 것입니다.
우퍼 부분의 음도를 좁히고 상부혼은 양쪽으로 아가리를 찢고, 하부혼은 아래로 턱을 빼서 쭉 찢자.
스스로 그런 결론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동이 터오는 것을 확인하고 전동 드라이버로 828의 뒷면 나사들을 풀었습니다.
흡음제를 죄다 걷어냈습니다.
흡음재는 소리의 반사를 지연시킴으로써 붙인 위치의 공간을 확장하는 개념입니다.
상부혼을 양쪽으로 벌리는 효과를 보려면 상부혼 양쪽에 흡음재 처리를 하고,
하부혼을 아래로 확 꺼트리려면 바닥면에만 할 수 있는 한 두텁게 흡음재 처리를 하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가리를 잔뜩 벌리는 대신 음도를 좁게 만들려면 내부의 옆판, 뒷판에는 흡음재가 하나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했습니다.
결국 이것은 810, 825, 828 통 중에 가장 할아버지 뻘인 810 오리지날 상태의 흡음재 처리 방식과 일치합니다.
옛 것에서 배운다는 말이 빛나는 순간입니다만, 무작정 따라하기는 성품이 순순하지 못한 사람에겐 불가능한 일입니다.
성품을 떠나, 오디오쟁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이해와 납득일 것입니다.
아버지뻘인 825는 상부혼의 안쪽 빈 공간, 혼 모양을 만들기 위해 둥글게 구부림으로써 어쩔 수 없이 생겨난 안쪽
빈 공간은 놔두고-아마 거기 채우기 귀찮았던 듯-그 옆판에 흡음재를 붙여 놓았습니다만,
역시 그 위치 보다는 빈 공간에 채우는 게 더 옳았습니다.
그럼으로써 828 구조의 흡음재 처리는 간단하게 세 군데로 끝납니다.
상부혼의 양쪽 빈공간, 그리고 하부혼의 가장 밑바닥.
그럼으로써 거기 박은 우퍼가 어떤 우퍼든 가장 본연의 능력을 발휘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럴 때 드라이버와 중고역 혼은 결코 우퍼 앞으로 나대지 못합니다.
그것을 알고 받아들이고 실행하고 납득하는 데에 몇 달이 걸린 셈입니다.
물론 언제나 강조하는 것이지만,
네트워크와 앰프들에서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망가진 소리를 보내는 경우는 위 소리가 죄다 헛소리가 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빈티지동호회란의 항아리님의 글을 최근에 죄다 읽었습니다.
참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알텍동호회란에 글을 올려 주셔서 오늘 잘 읽었습니다.
배우는 입장에 있는 사람인지라 선배들의 글들은 어찌 되었던지 큰 도움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도 a7을 828통으로 사용중인지라,
박명철님(친형님이라 알고있습니다)의 알텍통 흡음처리 글을 읽고서 저도 그렇게 비대칭으로 해 놓고 써보니
저음이 전보다 확실히 더 좋게 들려서 감사해 오던 중이었습니다.
오늘 항아리님의 말씀대로 상부혼의 윗부분과 하부혼의 바닥면에만 흡음처리를 다시 해 볼 요량입니다^^
근데 네크워크와 앰프가 아직 여의치 못하여 잘 소리가 날려나 걱정입니다만,
현재 동호회란의 선배님들의 글들을 계속 읽고 있는 중에 있으니
하나씩 하나씩 따라 갈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몇자 적어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