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뜻밖에도 알텍의 30546이란 형번의 45도 혼연결쇠가
마치 감나무 아래 누웠다가 떨어지는 감을 받아먹는 것처럼 손에 들어왔는데,
운이 좋다, Lucky하다, 하는 건 이런 경우에 적절할 것입니다.
이럴 땐 민첩하게 감사한 마음을 채택하는 게 바른 순서일 것입니다.
그 감사한 마음이 운, Luck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까닭입니다.
지난 밤엔 발딱 세워 들었고,
새벽에 일어나 눈을 떠선 뭔가 옳지 않다 싶은 생각이 들어 축 숙여 들었습니다.
저것 보단 이것이 옳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 까닭은 지극히 사소하고 같잖은 것입니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라 죽는 단어 중 하나인 '각인',
더구나 음각과 양각이 혼합되어 더욱 좋아라 죽을만한 311-60의 혼 이름이 각인된 글자가,
드라이버 대가리를 발딱 세우면 아랫면으로 깔려 보이지 않고,
축 숙이면 윗면으로 드러나 선명한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니,
일단은 이게 맞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근거고 뭐고간에 프린팅 보다는 각인이 기왕이면 더 좋은 것이라고 신념하는 인간 중 하나이며,
그게 눈에 보여야 더 멋져 보이고, 생각날 때마다 확인을 하는 즐거움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까닭입니다.
아무래도 프린팅 보단 각인을 한 것에 정성이 더 들어가지 않았겠는가.
각인이 더 좋다는 바탕에 깔린 건 그런 생각 정도인데 당연히 그게 어떤 근거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과연 고려시대의 팔만대장경이 우리나라의 빠질 수 없는 보물이자 자랑이 된 것은,
각인刻印이기 때문입니다.
81,258 개의 경판에 무려 52,382,960여 개의 글자가 각인된 대장경은 실로 각인의 위용과 위엄을 드러내는
인류의 대표적인 유산이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어찌 감히 그에 비하겠습니까만, 알텍의 초기 주물혼 역시 음향과 오디오 역사에선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유산이라 할만 하므로 각인이 보이게 세팅하는 게 마땅한 조치일 것입니다.
막상 숙이고 보니 뭔가 안심이 되고 마음이 편안한 것이, 잘했구나, 싶어집니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사람인 저 또한 대가리를 쳐들었을 때 보다 숙였을 때, 아름답고 선선하며 뭔가 순리에 맞아떨어짐과 동시에
여러모로 이로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소리와 음악과 오디오 기기 쪽에 배움이 더 많았으며 결과적으로 바른 방향이었습니다.
여자 치마속 팬티도 머리를 숙이고 눈을 낮춰야 잘 보였다는 것을 상기하면,
혼 대가리든 사람 대가리든 숙이고 낮추는 게 옳다는 생각이 더욱 견고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