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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소리???

by 전태규 posted Aug 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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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철없이 미욱 하여 세상의 일을 힘으로 밀어 볼려고 하였던 시절이 있었읍니다.
자고로 순서를 따진다면 용,지,덕,복, 이라 하였읍니다.
이를 테면 용맹한자는 지혜로운 자의 상대가 될수없으며
지혜롭다 하는자 기필코 덕있는자를 이길수없음 이요,
덕이 있다하나 복있는자를 능히 당해내지 못함을 이름니다.
태산을 뽑을 기운을 지닌 장비는 가히 호랑이와도 겨룰수 있다 하겠으나
샌님같은 약한골격에 하얀 피부를 가진 제갈량의 지혜를 감히 넘보지 못하며
지혜의 빛으로 태양을 가릴 제갈 공명은 모든일에 달관한듯 세상 이치를 꿰고 있으나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르는 그래서 남의 말에 귀기울여  빙그레 웃기만 할뿐 오로지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는 유비 현덕에게는 제갈량의 지혜라 하나  띠끌 세상의 먼지에 불과한일...!
그러나 이어찌 통재라 하지 않을꼬...?
유비현덕은 천하의 간웅 저 조조를 절대로 이길수 없음을....
가히 덕장 유비의복은 조조의 복을 따르지 못함이라....!

모기가 제작을 놓으면 이를 심히 귀찮다 하여 이놈에게 각단을 놓아 무례히 손에 피를 묻히고
혹은 휘발성 유기 화합물질이 포함된 독성물질을 살포하여 기어이 작은 생명의 명줄을 끊어
놓고야 마는 이른바 이땅의 무뢰배들을 우리는 아니 이사람은 간혹 용감하다 할때가 있었읍니다.
농투쟁이 덕칠이의 어느해 여름을 보기전까진 말입니다.
그는 농사도 짓고 겨울이면 산에가서 나무도 해오는 촌사람 이었읍니다.
집에 소도 기르고 돼지도 길렀으며 개도 놓아 먹였고  심지어 쥐를 잡지 않았으며  
뒤안 구석에 밥찌끼를 놓아 쥐나 작은 미물들이 굶지않도록 배려 까지 하였읍니다.
여름이면 파리채를 들고 파리를 기만하여 파리가 방심한 틈을 보아 위에서 그것을 새차게
내려 치는 일은 기필코 아니 하였읍니다.
모기가 십오키로헬츠이상의 고주파를 흘리며 주위를 비행하여도 전혀 관심두지 않았으며
미리 방편을 세워 물리지 않기 위하여 모기를 작살을 내거나 구석구석 쑥불을 놓아 모기가
각기를 하여 질식하게 하거나  매운 연기를 피해 집밖으로 잠시 피신하게 하는 일을 결코 하지
않았읍니다.
덕칠은 모기나 파리가  감히 자신의 적수가 아님을 아는바 오히려 그 작은 날짐승들에게
자신의 피를 먹이로 제공 하였읍니다.
자...!
옷을 벗고 내 잠시 누워있을테니 얼렁 빨아 먹고 가라며......
그러고나면  배부른 모기들이 다시는 덕칠의 몸을 넘보지 않았읍니다.
그날밤은 모기들의 고주파 비행소음도 들리지 않았으며 덕칠은 편히 잘들었읍니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우연히  제하 , 모기소리..라고 하는 글을 제가
올린바 있읍니다.
그이름이 우뢰같은 강호의 쟁쟁한 고수님들께서 여름날 소낙비 지난뒤 갈라진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했살처럼 나타나 귀하디 귀한 말씀들 주셨으나 덥고 바쁘다는 핑계로 모기쫓는일을
차일 피일 뒤로 미루기만 하였고 기어코 모기로 가득한 트렌스의 배를 가르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그것은 덥거나 바쁜 이유가 전혀 없었던것은 아니었으나 무었보다도 제 천성이
서두는 법이없었으며 집에 불이난다 하여도 물동이를 들고 절대로 뛰지않으며
평생을 기다리던 귀한 아들을 놓고도 좋다고 떠들며 웃거나 호들갑을 떨지 않았던
수십대를 걸쳐내려온 지루한 양반(?)의 핏줄  탓이라 하겠읍니다.

그러나 어제 바로 어제의 일입니다.
멀리 서울에 거처를 두고 이땅의 명문거족으로서 가문의 명예에 단한번도 누가 된적이 없었던
저 문래동의 승혜님 께서 변방의 몰락한 양반가문의 후예인 이사람의 누옥으로 동부인 하시어
잠시 다녀 가셨는데 ....
그때 승혜님의 손에는 동백 아가씨와 송창식의 골든제일집과 심수봉등 귀하디귀한 초반 수장이
들려 있었으며 그것을 제게 선물해 주셨읍니다.
안주인이 없는 빈집에서 잠시 저와 대좌하여 이야기 를 나누던중 승혜님께선 그특유의 다혈질의 기질적이유로 끝내 트레스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잠시 밖으로 꺼집어 내었읍니다.
그기에는 일번부터 팔번까지의 신경이 복잡하게 은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중 삼번신경을
이어주고 있던 은선이 단락이 되어 있었읍니다.
잠시 노승혜님은 신경외과 원장처럼 신경주변을 외과적으로 긁어낸뒤 수술용인두와 신경접착제인 은납을 들고 열을 가하니 어렵게 신경이 이어진듯 하였읍니다.
서둘러 셑팅을 하고 카트리지를 통하여 발진된 신경전달 물질을 볼륨을 통하여 서서히 올리니  
지금까지의 모기소리가 확 터지며 제소리를 내기 시작 하였읍니다.
기실 제가 한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승혜님의 덕분으로 제소리를 찾았읍니다.
그러고 보면  간혹은 지루하게 기다리는것이 해결책이 되는 경우도 있읍니다.
그것이 최선일때도 있읍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듯이   내 만약  두견이 울지 않으면 울때까지 기다리리라.....
이번일도 끝내 기다려서 해결 하고 말았읍니다.
도꾸가와 이에야쓰는 덕장이었지....
아무래도 조조는  복장이었고....
아무것도 한것이 없는데 선물까지 받고 트렌스까지 고친걸보면 내가 조조 같이 복만 많은
복장은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언제까지고 조조같은 복장은 되고 싶지 않읍니다.
설사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도꾸가와나 유비같은 덕장이고 싶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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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혜님께 감사드리며 오늘 동백 아가씨와 많은 시간보냈읍니다.
휴가 즐겁게 마무리 하시고 본래로 돌아가 사업 번창 하시길 빌며
그날 저희집 마당에서 구워먹은 구수한 삼겹살의 감치는맛과
수승대에서의 길고 유익한 이야기는 승혜님과 사모님의 다정한 모습과
더불어 나의 머리에 깊이 각인되어 두분을 오래도록 기억 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