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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밥그릇인 줄 알았는데 백자 주발

by 윤영진 posted Oct 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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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동안 보관만 되어 겉과 속은 멀쩡한데, 영 안을 들여다 봐도 모양이 허술하고 틀어봐도
그저 그렇고...  그냥 몇 년 캐비넷에 처 박아놨던 프리앰프 한 세트를 영설형님이 오버홀을
해 주셨습니다. 라파예트 '마스터콘트롤센터'라는 이름의 모노블럭 프리앰프입니다.

모 아우님이 바쁜 와중에 싣고 갔다 왔다 수고를 해 주셔서 사무실에 또 2주일 가까이 처박아 놨습니다.
첫째, 너무 바빴고, 둘째, 별 기대를 안 했으니까.....
영설 형님이 고치고 나서 전화하시며 "깜짝 놀랐다. 마7이나 마1 보다 소리가 좋다!"고 했을 때도 그냥 의례껏 기기 주인 기분 좋으라고 추임 넣어서 올려 말씀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제 문득 생각이 나고, 오랜만에 정시 퇴근이라 집에 가져가 틀어봤습니다.

....오잉?

이게 너무 소리가 좋은 겁니다.
한참 듣다가 뚜껑을 따고 또 한참 들여다 봤습니다.
아무리 봐도 소리가 이리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 넘들 기계 그대로 대충 엉성하게 별로 좋은 부품을 쓴 것도 없습니다. 엉성하고 휑하고 얼기설기하고....
그냥 마란츠 1과 거의 비슷한 구조와 회로로 보입니다.

거의 가격이 3배에 달하는 내 메인 프리앰프보다 어쩐 면에서는 더 좋습니다.
이걸 그냥 남 줘 버리거나 헐값에 처분한다고 내놨던 걸 생각하니 우습기도 합니다.

왜 이런 얘기를 주절거리냐 하면....
집에 있는 기계들, 외양이나 메이커,  현재의 소리로만 판단하지 마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좋은 솜씨와 좋은 귀를 가진 분의 도움을 받는다면 저처럼 개밥그릇이 백자 주발로
변신할 기회를 얻을 겁니다.

웬만큼 만들어진 오디오 기기는 모두 다 좋은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그 성능을 이끌어내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 더 비싸고 좋다는 기기로만 자꾸 바꾸어 봤자 영원히 좋은 소리 못 들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