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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니코와 페라이트 논쟁의 결론

by 윤영진 posted Nov 2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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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이 만든 소재는 '원재(오리지널)'와 '대체재'가 있게 마련입니다.

자기 그릇을 쓰다가 놋그릇으로, 다시 양은 그릇으로, 다시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다시 자기 그릇으로....

나무를 쓰다가 플라스틱으로, 다시 나무로....

종이를 쓰다가 비닐로, 다시 종이로.....

대개 이처럼 본래 사용되던 소재는 "낮은 기술로도 높은 성능을 얻을 수 있는" 즉, 별로 기술이나 인공을 가하지 않는 것부터 사용이 됩니다. 그러다가 싸고 편한 것으로 가고....
그런데 한참 그러다 보면 다시 원위치를 찾습니다.

자석 역시 같아서 알니코 자석은 자연 출토의 광물질을 합금해서 만들었고, 매우 좋은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 재료의 품귀와 가격 폭등이 다른 대체재를 구하게 만들었고 페라이트가 출현했습니다.

알니코는 자석밀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온도 특성이 좋습니다. 따라서 유닛 보빈의 내부에 작은 구경으로도 장착하는 "내자형" 스피커 유닛을 만들기 좋습니다.
높은 자속밀도는 좋은 유닛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유리한 조건"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조건이 좋다"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낮은 실력과 정성으로 만들면 좋은 소리가 안 납니다.
즉, 같은 기술과 정성과 실력으로 만든다면 알니코가 페라이트 보다는 좋은 유닛을 만들 수 있는 소재라는 겁니다.
따라서 허접으로 만든 알니코보다는 잘 만든 페라이트가 훨씬 소리가 좋습니다.

전에 자석공장의 전문가에게 무식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가격이면 알니코와 페라이트 어떤 것을 만들고 사용하겠냐?" 라고....

답은 "너 바보냐? 같은 가격이면 당연히 알니코지!"였습니다.

문제는 알니코 자석이 페라이트 자석보다 '보자력(자력을 보존하는 능력)'이 낮다는 겁니다.

알니코 자석의 자력이 감쇄되는 경우는 충격을 받거나 정해진 기준 이상의 전류가 오버해서 흐를 때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오래 전에 만들어진 알니코 유닛이라 해도 가정에서 조심스러운 오디오 애호가가 정성껏 사용했다면 수십년이 지나도 능력은 유지가 됩니다.

문제는 애호가들에게 유통되는 상당수 유닛들(특히 알텍이나 JBL, EV 등)이 가정용으로 사용되기 이전에 대부분 "업무용"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극장이나 디스코장, 스튜디오, 공공장소 등....
그렇다 보니 대출력, 장시간 사용과 과다 전류 입력으로 혹사 당하기 십상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유닛들이 자력이 빠지고, 자속이 틀어진 것이기 쉽습니다.

페라이트는 보자력이 상당히 높아서 혹사를 당해도 자력이 크게 빠지지 않습니다.

다음 문제는 착자가 된 상태입니다.
처음 착자를 할 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석에 골고루 착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자속밀도가 고르게 착자가 되어야 보빈이 평행 운동을 해서 소리가 좋게 납니다.
그런데 알니코처럼 내자형으로 사용하기 쉬운 자속밀도 높은 자석은 착자가 조금 불균질해도 그 영향이 덜 증폭됩니다. 그러나 페라이트처럼 주로 외자형으로 보빈을 넓은 구경으로 둘러싼 형태가 되면 착자 밀도의 불균형이 상당히 심각하게 악영향으로 나타납니다.
이것 역시 알니코가 페라이트에 비해 갖는 유리한 조건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착자 상태의 유지인데, 알니코는 충격 등에 의해 착자 상태가 변질되기 쉽습니다.
물론 페라이트라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페라이트는 열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같은 기술과 소재로 만든다면 알니코 자석이 페라이트 자석에 비해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좋은 특성을 오래도록 유지하기에는 페라이트에 비해 불리하다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람들의 음감기호는 다 달라서, 생생한 유닛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적당히 농익어서 실제 소리보다는 부드럽고 음영진 소리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덜익은 김치와 약간 쉰 김치 사이에서 호불호 논쟁을 하는 것 비슷합니다.

따라서 어떤 자석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음감에 잘 맞는 유닛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저는 사람이 무르고 고답적이어서 그런지 약간 자속이 빠진 느긋한 고물 알니코 소리가 좋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