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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결을 위해 태어난 관?

by 윤영진 posted Feb 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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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G관의 음에 반해서 어찌하면 좋은 소리를 뽑아내 보냐를 놓고 근 2주일을 틈틈이 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갖 짓을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앰프 배를 따고 덮은 회수만 30-40번은 족할 겁니다.
휴일인 토요일도 사무실 나갔다가 채 일을 다 못마쳐 놓고 집으로 뛰어와 작업을 했습니다.

어제까지는 막연한 관성으로 5결을 통해 어찌 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찬찬히 생각해 보니 그리드 간격을 보나, 3결시 뮤값(40으로 적당)으로 보나 3결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대부분 5극관을 3결 하느니 3극관을 그냥 쓰는 것이 좋다는 공론입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그러나  C3G만큼은 3결을 위해 태어난 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웬만한 초단용 3극관들은 흘릴 수 있는 전류값이 매우 적습니다. 전류를 충분히 흘리지 못할 경우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웬지 음에 빈티가 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대역특성을 확보하는데도 불리한 것 같습니다.
3극 송신관들 중에는 흔히 수 암페어 이상의 전류를 흘리는 것이 있습니다. 이걸 제대로 구동했을 경우 음에 여유와 광채(저는 흔히 '부티'라 부르는데)가 납니다.

C3G도 통신용 관이라 그런지 허용 전류값이 꽤 높습니다.
이걸 3결해서 플레이트에 190V를 걸고 전류를 약 13mA 이상 흘렸습니다.

결과는 정말 흡족합니다.
파워앰프의 게인은 초단 5결로 바이패스콘을 100uF 정도 걸었을 때와 비교해서 70% 정도로 낮아졌는데, 험이나 노이즈도 그만큼 낮아져 볼륨을 최대한 개방해도 안 들립니다.
전류를 충분히 흘린 탓인지 바이패스콘을 제거한 부작용(음에 살이 빠지는)도 없이 기름지고 명료합니다. C3G의 고질인 마이크로포닉 노이즈도 전혀 안 들립니다. 앰프를 손으로 쿵쿵 두드려도 끄덕 없습니다.

대역 특성도 10hz-30khz까지 0.3db 내에 들 정도로 플랫한 메인 CR프리앰프랑 A-B 비교 테스트를 해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충분히 넓습니다.
아마 파워앰프와 프리앰프의 매칭이 좋아지니까 트랜스 아웃 프리앰프의 대역 특성도 개선된 것 같습니다.

전체 설계요소의 다양한 조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제가 굳이 초단관의 캐소드 바이패스콘을 제거하려는 이유는, 이게 걸리면 대부분 중저역이 비만기를 보이며 자꾸 음상이 앞으로 밀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래하는 가수와 베이스 또는 드럼 소리가 자꾸 앞으로 기어나옵니다.
심하면 스피커 라인에서 1M 이상 밀고 나옵니다.
저는 어떤 음도 스피커가 놓인 선에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오는 것이 싫습니다.
보컬이 포함된 재즈 밴드의 경우 보컬의 위치는 딱 스피커 라인에 두고 싶어합니다. 물론 나머지는 모두 그 뒤입니다.^^

물론 앰프 설계와 튜닝에서 어느 하나를 추구하면 어느 한 쪽이 무너지게 마련인데, 바이패스콘을 제거하면 음의 중저역대가 허전해지곤 합니다. 이걸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인데 C3G 3결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거의 성공한 듯합니다.

* 최근 앰프 회로에 별로 사용하지 않는 5695, 5693, 6211 등등의 여러가지 관들을 시험해 보고 상당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자주 쓰는 12AX7, 12AU7, 12AT7 을 대체해서 다양한 관들을 사용해 보는 것도 권장할만 합니다. 일단 이런 관들은 튼튼하고 음질 특성도 좋은데 값도 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