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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앰프 튜닝의 늪

by 윤영진 posted Feb 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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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하고 만족해야 하는데.......
조금만 만져도 음이 확확 변하니 자꾸 손을 댑니다.
그렇다고 손을 댈수록 음이 좋은 쪽으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의 통계적으로 좋다 나쁘다 반반입니다.

트랜스아웃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간에 매칭을 시키려고 시작한 커플 튜닝 작업이 2달이 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늪에 빠진 느낌입니다.

그냥 남이 만져 준대로 듣기만 하던 때가 더 좋았습니다.
어느 정도 만지는 데 겁을 잃고 나서 앰프 배 따기를 하게 된 후로는 음악 듣기가 힘듭니다.
물론 2번 정도 그짓을 하지 말자고, 하산하고 음악 듣자고 결심한 적이 있습니다.
몇 달 또는 1-2년 동안 그런 결심이 지켜지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그립다."고 변심을 하는 겁니다. 한 마디로 심심해 지는 것이지요.

트랜스아웃 프리앰프를 손대고 나서 다시 인두를 잡고 스트레스를 자초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트랜스아웃 프리앰프를 들었을 때는 흡족했습니다. CR형 프리와 너무 달랐기 때문에 그 변화가 무조건 "좋은 변화"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일단 중저역의 역감과 전체적인 음감의 일체성이 좋았습니다.
문제는 한참 듣다가 보니 힘들고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힘이란 짧게는 좋지만 너무 장기간 쓰면 쓰는 자나 듣는 자나 서로 피곤합니다.
특히 부족할 때는 입에 달고 "저역의 역감을 더 늘리자"고 했는데, 막상 저역의 역감이 강화되자 이제는 귀와 정서가 지칩니다.
CR형 프리를 들을 때는 오디오가 BGM처럼, 사람을 집중시키지 않고 편하게 만들었는데, 트랜스아웃 프리를 듣다 보니 자꾸 음악에 아니 음에 몰두하게 만듭니다.
책도 편히 못 읽고, 다른 일을 못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지칩니다.
나쁜 것은 아닌데, 여유를 뺏는다고 할까.....
콘트라 베이스가 무대 위에서 연주할 때 악기 소리 외에 무대 바닥이 무겁게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주니 처음 5분은 뇌가 흥분해서 좋다가도, 10분 쯤 되면서 몸이 지칩니다.
"어휴- 이토록 열심히 바닥소리까지 안 내줘도 되는데.... " 식으로 사치스러운 투정이 생깁니다.
결국 그토록 원했던 저역 주파수를 스스로 30HZ 아래로 완만히 잘라 버리게 됩니다.
물론 아래층에서 마눌님이 자꾸 "쿵쿵거리지 말라!" 잔소리하는 것도 부담입니다.
볼륨을 전보다 더 안 올려도
"요즘 부쩍 더 쿵쿵거린다."고.....바가지....

결국 트랜스 프리의 장점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CR형의 나긋나긋한 특징을 부가해 보자고 고행을 합니다. 그런데 이게 뜻처럼 쉽지 않습니다.
조금 심하게 음을 부드럽게 풀어 놓으면, CR형처럼 나긋하게는 되지만 해상력은 부족해져서
거의 마란츠 7처럼 빈티지 소리가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들으려면 왜 트랜스아웃을 하나?"라는 자괴심으로 빠지고, 다시 조금 원래의 쪽으로 바꾸면 역시 역감이 부담스럽습니다.

물론 내 실력이 부족해서 빠른 시간 내에 내가 원하는 위치를 못 찾고 자꾸 조금씩 빗나가고 있는 것은 압니다.

이런 고충을 먼저 겪었던 선배들은 일단 한번 바꿔 놓으면 적어도 1주일은 참았다가 배를 따라고 충고합니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가 다릅니다. 알면서도 매일 서너차례씩 뒤집어 바꿉니다.

그러다가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새로 한 대를 더 만들어서 그걸 만지기로....
그러다 보면 먼저 만지던 것은 좀 덜 만지게 될 것이고, 소위 말하는 에이징(귀 에이징)으로 관용도 생길 것 같습니다. 일종의 이열치열, 이독제독 작전입니다.


* 한 가지 덕은 봤습니다. 2달간 몸부림치다 보니 망외의 소득이 "그라운드 어스 배선의 노하우"는 이제 웬만큼 알게 되었습니다. '대책 없는 1점 어스'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서 다점 어스를 겁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단 최소의 필터 콘덴서로 험 없는 소리는 잡게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