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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다시 원 위치

by 윤영진 posted Aug 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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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양식 활어를, 제대로 하는 일식 집에서 회로 먹는 맛.....
낚시 가서 자기가 잡은 잡어를 배의 간이 주방에 굴러다니는 때 묻는 도마에 녹슨 칼로 떠서 먹는 생선회 맛....

고급 프랑스 향수를 뿌렸지만 그 향기 속에서 뭔지 희미하게 감춰진 안 좋은 체취......
약간의 미미한 비누냄새만 느껴지는 젊은 여인의 무취에 가까운 체향.....

넓은 유리창으로 바꿔서 더 밝고 넓은 시야를 확보했지만, 왠지 때 묻은 듯 느껴지는 칙칙한 풍경......
작은 다락방 창문이지만 밤하늘의 별이 유난히 또렷이 보이는 투명함....

밝고 맑은 색채와 광택의 폴리에틸렌 섬유로 만든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피부의 이질감....
질박한 질감과 흐린 색감의 무명천으로 만든 옷이지만 입으면 피부에서 느끼는 자연스런 느낌....
.............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트랜스아웃 프리앰프에 전단 NFB를 걸고 음을 들어봤습니다.
다단 셀렉터에 100K옴, 76K옴, 54K옴, 33K옴, NON NFB 등 5가지로.....

100K 옴에서는 변화가 미미하고... 76K옴에서는 효과가 나타나고.... 54K옴에서는 음의 고저 양간에서 이상이 나타나고....33K옴에서는 심한 발진이 생깁니다.
33K옴은 포기하고, NON NFB까지 포함해서 4가지를 계속 바꿔가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탈락한 것은 54K옴, 다음은 100K옴.....

결국 NON NFB와 76K옴 두가지를 가지고 번갈아 음악을 비교해서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냉정하게 판단을 해도 NON NFB가 좋습니다.

상대적으로 NFB를 건 쪽이 중역이 물러앉고, 초고역과 초저역이 뻗는 느낌이 확실하지만,
고역과 중역은 음질과 음색이 상대적으로 안 좋습니다.

우선 초고역과 고역을 보면,
정경화의 스트라디바리가 그냥 평범한 바이얼린 소리로 들리고.....
앤드류 망츠가 연주하는 바로크 바이얼린이 현대 바이얼린처럼 들리고.....
다미앵 라이스가 언플러그드로 연주하는 노래와 기타 소리에서 전기 냄새가 납니다.
론도 베네치아노가 연주하는 현악합주가 이무지치 비스하게 들립니다.
무지크 페라인이나 스타츠 호퍼 등 직접 가서 들었던 유럽 연주장의 실황연주에서 들리는 사각거리는 배경 미소음들이 아름답기는 커녕 거슬리게 들립니다.

위로 갈수록 초고역의 위상이 어긋나다 보니까, 배음 성분이 지저분하게 뭉게진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뭐라고 하나요? 페이즈 리니어리티라고 하나....

60년대 이전의 재즈 등을 들어보면 NFB를 건 쪽이 상대적으로 좋게 들립니다.
클래식만큼 초고역 배음이 노골적으로 분위기를 좌우하지 않고, 물러난 중역과 각 잡혀서 낮게 깔리는 초저역이 스윙감과 박진감을 더합니다.

다시 녹음이 잘 된 보컬곡들을 들어보면, 차이가 많이 납니다.
NON NFB 쪽이 "진짜 사람의 육성"처럼 들립니다.
NFB를 건 쪽은 은연중에 "기계를 거쳐나왔구나!"라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우리가 처음 보는 여자를 두고 "예쁘기는 한데 조금 고쳤겠구나!"라고 하듯이....
제가 실제 대화를 나누거나 실연주를 들어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익숙한 몇 명의 가수들의 노래 소리에서는 더 쉽게 이런 이질감이 강조됩니다.

결국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처음에 NFB를 걸고 만족했던 것은 뚜렷이 좋게 느껴지는 초저역 특성이 주는 강렬한 인상이 전체적인 음질 개선으로 인식된 것 같습니다.

물론 저의 이런 판단이나 취향, 결정이 다른 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일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사람마다 백인백색일테니....

다만, 아주 비일반적인 개인의 취향이라 이해하시길 빕니다.

결론은 아무리 물리특성이 좋아진다고 해도 질 좋은 3극관에는 NFB를 안 걸고,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만 "기본 특성 개선"의 방법으로 튜닝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왕이면 질 좋은 트랜스 등 '수동소자'의 품질에 집중하면서....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아마 대부분의 자작 고수들은 제 판단이나 취향에 동의하지 않으실 겁니다.
약간의 NFB는 꼭 필요한 '화룡정점'과 같은 것이라고들 하십니다.
그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제 취향에는 안 맞다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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