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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명인 사쿠마씨 일화(펌글)

by 윤영진 posted Sep 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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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이트에 오른 글을 무단 펌했습니다.
요즘 앰프에서 커플링, NFB, SRPP 등을 "이론적 토대 없이" 전부 제거해 가고 있는 저의 방황의 방향과 어쩌면 이리도 똑 같은가 놀라서 올려봅니다.

*****
도꾜에서 신간센을 타고 한두시간을 달리면 다떼야마라는 바닷가 조그만
마을에 도착합니다.
도착하여 "혹시 진공관 앰프의 명인인 사쿠마를 아십니까?" 라고 한 꼬부장한 노파에게 물었더니 노파가 하이하이~ 그러면서 역시 꼬부라진 손구락으로  [콩코드]라는 카페를 가리켰습니다.
사쿠마는 저 카페의 죽도리인가보다.. 하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버드 파웰 스타일의 비밥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콩코드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아하~ 카페 주인이 재즈광인가 보군.. 하며 둘러 보니까 구석에 로더로 보이는 풀레인지 스피커가 울고있더군요. 두리번 거리고 있는 모습으로 서있자니 카운터 너머에 있던 백발의 노인네가 헤벌쭉 웃으며 "고이비또요? 사요나라~"하며 반기더군요..
그래서 노인네한테 "블루라이또? 요꼬하마~"라고 답례를 하고나서.. 사쿠마를 아십니까?라고 물어보려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온통 카페의 벽을 도배해 놓은 것은 수십대의 진공관 앰프들...
그제서야 카운터 뒤의 헤벌쭉한 노인네가 바로 사쿠마 자신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시골 동네의 그 콩코드란 가게에 들어서면 온통 진공관 앰프로 도배를 해놓아서 이게 찻집이야? 오디오 가게야? 하고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한다고 그러지요.  

사쿠마가 오늘날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저 로더 때문이었다고 그럽니다.
처음엔 사쿠마도 제이비엘이니, 웨스턴이니, 클랑필름이니.. 좋다는 건 다 가져다 놓고 들어 보았나 봅니다. 그런데.. 이게 아니야...하는 불만이 가슴 한구석에 늘 가라앉아 있었는데, 어느날 로더의 소리를 듣자... 이거야..하는 필이 오더랍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던 소리의 근사치를 보여주었다는 겁니다. 바로 로더가 말이죠.
그래서 완전한 자신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로더에 맞는 앰프를 제작하고 튜닝하면서 수년을 보냈다는군요. 모든 구할 수있는 진공관 앰프에 관한 교과서들을 섭렵하면서 말이죠.

그러던 어느날...
인터스테이지 트랜스가 말을 걸어 오더랍니다.
"사꾸먀야~ 넌 누굴 위해 앰프를 만들고 있니? 진공관 앰프의 이론가들에게 칭찬을 들을라고 앰프를 만들고 있는 거니?"라고 말입니다. 이때를 회상하며 사꾸마 영감은 염소 수염같은 흰 턱수염을 쓸어내렸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꾸마 영감은 크게 깨달았답니다.
"이론은 더 이상 필요 없어. 오로지 내귀가 정답이야~"면서 직감과 귀에 의존해서 앰프를 튜닝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보니 사쿠마 영감은 NFB는 진작에 제거했고 최종단 진공관의 직류 점화 방식, SRPP등을 아예 빼버렸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커플링도 콘덴서가 아니라 트랜스를 쓴다는 겁니다.

그래서 의아한 생각에 한마디 물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만들면 조만간 수피카를 태워 먹을 것 아닙니까? 어디서 족보에도 없는 회로를 다 만들었나요?" 그랬더니 사쿠마 영감은 껄껄 웃으면서

"다른 수많은 똥대가리 같은 일본의 오디오쟁이들도 그렇게 묻더군..걔네들은 빵빵한 중저역을 얻으려고 고출력 앰프를 쓰지. but, 그러나.. 로더나 알텍같은 엑셀런트한 스피커들은 그런 돌쇠같은 힘을 거부하곤하지.."
사꾸마 영감은 잠시 말을 끊고 예의 그 염소 수염을 베베 꼬았습니다. 그러다가 로더를 턱짓으로 힐끗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에너지야, 에너지... 힘이 아니라고... 그리고 음색의 윤곽 같은 거지. 그 음의 윤곽을 얻기 위해서 수많은 도란스를 쓰는 거야. 과학적인 합당한 근거를 대라고? 흥, 나는 그런 거 조또 몰라."

그 말을 들으니,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교과서를 통해서 앰프를 만드는 건 쉽다. 그런데 그런 방벙으로는 더 이상 좋은 앰프를 만들 수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음악을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해서 내 상상속에서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다...라는 깨우침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그말을 사꾸마 영감에게 했더니, 무릎을 탁치면서 그러는 겁니다.
"나도 그걸 발견하고 난 후로는 앰프를 설계한다는 게 아주 쉬워졌어."

사꾸마 영감의 앰프는 밀라노와 파리 등지를 돌면서 연주회를 가졌다지요.
앰프 연주회라니.. 그런데 상당한 호평을 얻었던 모양입니다.
-재생 음악도 실연 못지 않게, 아니, 실연과는 별도의 세계에서 우리에게 음의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사꾸마 옹의 앰프를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고 그쪽 음악 애호가나 매스콤으로부터 찬사를 얻었다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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