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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새벽까지 술 먹고 내쳐두다 트니 갑자기

by 윤영진 posted Oct 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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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한 주간 내내 손님들이 방문해서, 브리핑, 회의, 의전, 접대 등등 하다보니 계속 술자리가 이어졌습니다.
토요일 10시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속은 쓰리고 니글거리고 머리는 멍하고... 죽겠습니다.
11시에 미팅이 있는데, 후배에게 떠밀고 그냥 뭉개고 있습니다.

이층 골방으로 기어올라가 전원을 넣고 음악을 틀었습니다.
10K:50K짜리 입력 트랜스를 주문해 놓고,
며칠 전 600:50K짜리 입력 트랜스를 임시로 600:10K 짜리로 교체해 놓고 제대로 시험가동해 보지 못한 상태입니다.

어?
음이 아주 잘 납니다. 게인도 적절하고 전대역 밸런스도 잘 잡혔고, 사람 목소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납니다. 베이스도 깊으면서 부밍기가 거의 없이....
A커브 어테뉴에이터를 11시에 놓았을 때 약간 큰 음량으로 만족할 음을 내 줍니다.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프리앰프 전원의 쵸크를 손으로 만져봤습니다. 전에는 미미한 진동과 열이 있었는데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파워앰프 전원트랜스와 쵸크 역시 전에는 30분만 지나면 만지기 힘들게 뜨거웠는데, 그냥 따뜻한 정도입니다.

갑자기 소리가 잡히고 잘 나오는 이유와 원인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입력트랜스를 바꾼 탓인지, 앰프 내부 어딘가에서 전류가 새던 것이 자연적으로 떨어졌는지,
필름 콘덴서들이 갑자기 에이징이 되었는지....
비가 많이 와서 임시로 해 놓은 접지 성능이 좋아졌는지.....
납땜 해 놓은 곳들이 자리를 잡았는지....
전에 B전압과 바이어스전압 미조정해 놓은 것이 우연히 잘 맞았는지....
그냥 소 뒷걸음에 쥐잡듯이 맞아떨어졌는지......

길에서 돈 주운 기분으로 그냥 써버리면 되는 것인지, 왜 갑자기 소리가 잡혔는지를 캐서 알아내야 할지.....

아마 수 개월 동안 없는 실력으로 들이대면서 고생하는 저를 지켜보던 '오디오신'께서 불쌍해서 한번 은총을 내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직 술이 덜 깨어서 환청이 들리는 것일 수도 있으니
일단 하루만 더 상태를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그 다음에 입력 트랜스 도착하면 바꿔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