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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과 음색, 그리고 음상에 대하여(02)

by 심상용 posted Aug 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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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과 음색, 그리고 음상에 대하여(02)


《이 글은 하이파이저널(창간호)에 실린 글로서, 온소리 오디오 동호인들의 이해 돕기 위하여 발취 하여 올린 글을 다시 올립니다.》



이해의 깊이를 더하기 위하여 악기의 소리가 갖는 음색에 관해 좀 더 보충한다.


첫째, 앞에서 악기의 소리는 바탕음과 동시에 정수배로 되는 배음을 낸다고 했다. 그런데 그 바탕음과 정수배의 배음 관계가 언제나 한결같으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 그때그때 조금씩 드팀(벌어짐)이 생긴다. 그리고 그 다소간의 드팀이 음색변화에 영향을 주며, 소리의 자연성을 한결 높여준다.


둘째, 앞에서 또 악기의 소리는 일정한 모드를 가진다고 했다. 그런데 발생에서 감쇠까지의 모양새도 언제나 고른 것은 아니며, 또 한결같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도 아니다. 발생하는 도중에 갑자기 감쇠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감쇠하지 않고 지속되기도 하는 등 아주 다양한 모드를 보인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음색을 더욱 다양한 것으로 만든다.


셋째, 악기의 소리는 규칙적인 배음 성분 이외에도, 여러 잡다한 부분음 성분을 동시에 낸다. 이것은 자칫 간과하기 쉬운데, 이 소음 성분이 음색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게다가 소리를 낼 때의 마찰이나 충격으로 인해 생기는 잡음 역시 음색에 영향을 미친다. 바이올린에서 활이 줄을 썰거나 튀기는 순간에 나는 잡소리, 플루트에 입김을 불어넣을 때 나는 숨소리 따위가 그런 예이다.


넷째, 악기의 소리라고 해서 다 배음을 내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북, 트라이앵글, 캐스터너츠, 심벌즈 등 타악기류는 배음이 안 난다. 그럼에도 그 악기들 고유의 음색이 있다.


이렇듯 악기의 소리는 그 본래의 소리, 즉 바탕음의 소리와, 그것이 지각 될 때의 소리 사이에는 드팀이 생기며, 거기에 소음적인 것이 더 얹힘으로써 아주 복잡한 모양을 띠게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음색에 관해서는 간결하고 확고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그러므로 물리적인 규정에 바탕을 둔 음색의 일관된 질서, 즉 보편적이고 타당성 잇는 ‘음색의 음계’ 같은 것을 수립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질서를 세워 보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쇤베르크 같은 사람은 “음색과 음고 간에는 흔히들 말하듯이 그런 차이가 없다. 음색은 하나의 카다란 영역이고, 음고는 그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그는 음고의 경우 음계에 해당하는, 그 어떤 서열속에 음색을 배열해 보려는 주장을 폈다. 그것이 이른바 ‘음색선율’의 이론이다.


그 이후 20세기 실험시대에 접어들어 전자음악과 뮈지크 콩크레트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음색을 만들어가면서 그것의 체계화를 시도했다. 작품도 많이 나왔고, 한때는 전위적 음악무대를 휩쓸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 문제를 완전무결하게 해결하지 못 한 채 사그라지고 말았다. 음색을 음고 보다 더 포괄적인 상위 개념으로 파악하려 했던 쇤베르크의 시도도 더 뻗지 못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음색에 관한 이론은 획기적으로 전진했다. 즉 음색을 결정짓는 데는 음향 중에 포함된 소음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음악의 소리란 전통적 주법에 의한 악기의 소리뿐이라던 천진난만한 생각은 신념의 토대를 잃게 되었다.


비록 음색의 음계를 설정하려는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서양음악이 막다른 골목에서 ‘잡음의 세계’에 눈을 돌렸다는 것은 커다란 성취다.


또한 음향 분야에서 하위에 놓여졌던 음색을 높은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것도, 따라서 커다란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악기의 소리가 갖는 물리적 혹은 심리적 특성은 아주 복잡 미묘하다.


그런데 그것이 재생음악이란 수용의 세계에 들면, 음감과 어우러지면서 심리적 속성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면서 음색에 대한 선택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아주 고집스럽게.........


앞에서 우리 오디오맨들이 할거하는 공통분모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거기(음질)까지는 대열이 흐트러짐 없이 보조가 잘 맞는다.


그러나 그 공통분모에 무엇을 얹느냐 하는 단계, 즉 어떤 음색이 가장 소망스러운가 하는 대목에 이르면, 그 순간 제각기 사분 오열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