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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과 음색, 그리고 음상에 대하여(03)

by 심상용 posted Aug 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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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과 음색, 그리고 음상에 대하여(03)

《이 글은 하이파이저널(창간호)에 실린 글로서, 온소리 오디오 동호인들의 이해 돕기 위하여 발취 하여 올린 글을 다시 올립니다.》


우리 동호인들끼리는 내왕이 잦아, 각별한 사이 같으면 입심 좋게 험담도 곧잘 늘어놓는다. 그럴 때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 역시 음색에 관한 것이다.


“이것도 소리라고 듣고 있나, 원 싱거워서 못 듣겠구먼.”


“그런 소리 말게, 자네 집 소리는 너무 까불어서 못 쓰겠어. 수더분한 맛이 있어야 오래 데리고 사는 거라네”


엉뚱한 은유가 튀어나오곤 한다. 여느 사람이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 헤아릴 길이 없을 터인데도, 그들끼리는 아무런 주석 없이 잘 통한다. 한쪽은 소리가 밍밍해서 싫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소리가 가벼워서 싫다하고........, 그 싫다는 기준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막연한 것인가는 상상 이상이다.


그런데 본인으로서는 지극히 온당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셈이 되며, 그 자기평가에 따라 기기들이 들고나고 한다. 왜 이렇게 될까?


우리들이 악기 음이나 재생 음의 음색을 표현 할 때 쓰고 있는 말들을 정리해 보았다. 어떤 음향학적 뒷받침이 된 자료는 아니므로 권위는 없겠지만, 어차피 주관이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이므로 굳이 학문적 근거를 따지지 않더라도 참고는 될 것이다. 표현하는 말뜻이 상통하는 인자(因子)끼리 묶어 보았다.


1, 미적 인자: 곱다, 맑다, 탁하다, 산뜻하다, 칙칙하다, 둥둥거린다, 막히다, 빠지다, 순하다, 대범하다, 유난스럽다 등


2, 박력 인자: 박력 있다, 탄력 있다, 생기 있다, 힘차다, 엷다, 두껍다, 얕다, 깊다, 가볍다, 무겁다, 수선스럽다, 차분하다 등


3, 자극성 인자: 낑낑거린다, 딱딱하다, 부드럽다, 날카롭다, 여위다, 살찌다, 까칠하다, 매끄럽다, 거칠다, 푸짐하다, 빈약하다 등


4, 온습성 인자: 따뜻하다, 차갑다, 촉촉하다, 메마르다, 어둡다, 밝다, 빡빡하다, 너그럽다, 덤덤하다, 시원스럽다 등.


이들 가운데서 부정적인 뜻의 말은 남의 소리를 헐뜯을 때 쓰고, 긍정적인 뜻의 말은 내 시스템의 소리에 몽땅 해당된다면 오죽이나 좋으랴! 하지만 그렇지 못한 오디오의 허실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왜냐하면 이 표현들은 음색이 갖는 양면성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각설하고 이렇듯이 소리에 대한 우리의 기울음은 아주 감각적인 것이요, 그런 만큼 각자의 입장 역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선택의 순간에 몰렸을 때 두게 되는 결정 수는 어차피 감각적이요 주관적인 수, 즉 음색이라는 수밖에 없다.


더욱 요즘 오디오 기기들은 다 그만그만해서, 최소한의 요건들은 다 갖추었다. 가격 대에 걸맞게 소리도 엇비슷하고, 똑 불거지게 좋은 것도 없으려니와 빈축을 살만큼 나쁜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예전 같이 개성이 강한 시스템도 찾기 어렵고, 완성도의 들쭉날쭉도 거의 극복되었다.


따라서 선택의 폭도 그만큼 좁아졌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오디오 기기들의 성능은 다 거기서 거기다. 이제 뚫고 나아갈 길은 같은 음색이라는 좁은 길뿐이다. 그리하여 보다 나다운 소리를 다듬어 내는 일, 그럼으로써 사무침에 이르는 도랑에 거치는 것이 없게 하는 일 그런 일에 즐거움을 찾아야 할 일이다.


이제까지 언급한 것들을 간추린다면 대충 아래와 같다. 즉 가장 이상적인 음질이 ‘바른(正)소리’라면, 가장 이상적인 음색은 ‘아름다운(美)소리’ 라고 말할 수 있다. 바른 소리는 물리적인 속성이어서 객관적인 기준이 있지만, 아름다운 소리는 감각적 속성이어서 주관적 판단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바르다고 여기는 소리에는 공통성이 있지만, 아름답다고 여기는 소리에는 개별성이 강하다. 따라서 음질로 가는 길은 넓어서 길동무가 많지만, 음색으로 가는 길은 좁아서 길동무가 없다.

그러나 이런 대조는 소리가 갖는 두 가지 속성을 대비시킨 데서 나온 것일 뿐, 그 본성이 둘로 갈려 있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음질과 음색은 한 본질의 두 측면에서 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동전의 안팎’인 셈이다.  


그나저나 바르고 아름다운 소리- 만약 그것만 얻어진다면, 어려움을 무릎 쓰고서라도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은가, 도대체 어떤 소리면 바르고 아름답다 할 수 있을까? 어디 한번 접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