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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과 음색, 그리고 음상에 대하여(05)

by 심상용 posted Aug 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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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과 음색, 그리고 음상에 대하여(05)

《이 글은 하이파이저널(창간호)에 실린 글로서, 온소리 오디오 동호인들의 이해 돕기 위하여 발취 하여 올린 글을 다시 올립니다.》


누누이 말하거니와 음색에 들어서는 절대 선이 없다. 물론 절대악도 없다. 다만 찬반의 기울음, 즉 어느 쪽에 가담하느냐 하는 선택의 길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판정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현명치 못한 처사이다.


굳이 해묵은 논쟁의 불씨에 입김을 불어넣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여기서 일단 언급은 해야 되겠다. 즉 진공관이냐 트랜지스터냐 하는 그 무승부로 끝난 격론 말이다.


나는 음색에 관한 한 진공관식 앰프편이다. 왜냐하면 진공관식 앰프쪽이 악기의 배음 - 따라서 주로 고음역 재생에 해당되는데 -을 더 아름답게 내주기 때문이다.


음색의 이상이 아름다운 소리요, 그 아름다운 음색을 진공관식 앰프 쪽이 더 소망스럽게 내주기 때문이다. 단, 조건이 따른다. 잘 만들어진 것이라야 한다. 원력(願力)이 담긴 앰프라야 된다.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요즘의 하이브리드 앰프가 아주 높은 단계에 이르렀고, 그 소리 역시 나무랄 데 없는 줄 모르는바 아니다. 사정이 허락하면 좋은 것, 아주 썩 좋은 것으로 하나 장만하고도 싶다.


그러나 나에게 친숙한 음색, 특히 고역에서의 음색은 그렇지 않으므로 선뜻 받아들이게 안 된다.


어쩌노, 그게 내 고집 탓만은 아닌 것을 .... 대편성의 합창을 들어보자, 많은 인원의 복합된 가창은 녹음하기도 어렵지만, 역겹지 않게 재생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음역으로 치면 중음역에 더 많이 포함되지만, 함께 고성을 지를 때의 그 소리는 고음역에 미친다. 그 웅장한 울림을 서로 엉키지 않도록, 더욱이 마주 갈리는 일이 없도록, 반드럽고 시원스럽게 뽑아 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거기에 간간이- 물론 연주되고 있다면 - 트라이앵글 혹은 방울 소리가 분간될 만큼 쟁글쟁글 달랑 달랑 들린다면, 그 고역은 OK다. 더 만질 것이 없다. 순리껏 나는 저음, 탄탄한 중음, 아스라이 뻗는 고음 - 그것이라면 다 아닌가!


이제 음상차례이다. 이미 앞에서 간간이 언급은 했는데, 난 음상을 소리의 조형화(造形化)로 받아들인다.


고쳐 말해서 음색이 소리의 색채적 개념이듯이, 음상은 소리의 조형적 개념이란 뜻이다. 우리가 좌우에 스피커를 거느리고 앉아 소리를 들을 때, 우리 앞에는 소리로 인해 생기는 입체상(立體像)이 맺어진다.


저음은 보다 아래 부위를 차지하면서 바닥에 깔리고, 중음은 그 위에 실려서 동체를 형성하고, 고음은 다시 그 위쪽에 얹히면서 끝없이 위로 향해 사라진다.


그때 위쪽을 향해 체감되는 비율에 따라 일본식 탑처럼 촉급한 상이 되기도 하고, 나일 유역의 피라미드처럼 퍼짐한 상이 되기도 한다.(이에 대해서는 음상은 탑과 같이 에서 쓴 바 있다) 이런 이미지는 스테레오 녹음, 음원의 서열, 유닛의 배치, 스피커의 놓임새, 방의 구조 및 잔향의 길고 짧음 등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임장감이라고 말하는 것도, 다 이 음상이 꾸며내는 요술이다. 가령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듣는다 치자, 연주자는 일정한 자리에 앉아 연주를 할 터인데, 한가운데 맺힌 음상이 좌우로 이동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생긴다. 스피커 앞면이 넓은데다가 여러 음역의 유닛을 좌우상하로 펼쳐서 비대칭으로 배치한 제품이 있다. 그것은 넓은 방에서 들을 때 는 분간이 안 갈 수도 있지만, 좁은 방에서 들으면 위와 같은 음상의 이동이 생긴다.


물론 이유가 그렇게 단순치만은 않겠지만, 그런 조건에서 피아노 곡을 들으면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왼손과 오른손의 교대가 잦고, 그럴 때마다 그 음역을 맡는 유닛이 다르게 되므로, 마치 연주자가 피아노를 듣고 다니면서 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굳건해야 될 음상이 망가지는 것이다. 한가운데 맺혀야 될 음상이 이유 없이 이동한다는 것은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든다. 피아노 트리오의 경우는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바이올린이 정면을 향해 왼쪽에 자리하고, 또 주로 고역을 맡게되므로 왼쪽에서 들린다. 첼로는 그 반대로 오른쪽이고, 피아노는 한복판이다. 그런 배치가 흔들리지 않으면, 그 음상에서 일사불란함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방 구조가 기다랗고, 그 긴축에다가 스피커를 놓았지 치자, 우리는 어쩔 수없이 그렇게 놓고 들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트리오로서의 정위감이 흩어진다. 듣는 자리까지 오기 전에 음이 섞이고 말기 때문이다.


스피커가 코너 타입이고, 그것을 구석에 꼭 맞게 세팅하면,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 듣는 자리 훨씬 앞에서 음이 교차되기 때문에, 지향성이 강한 스피커일수록 그 도가 더 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