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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쟁이, 찬바람 부니 다시 진공관으로

by 윤영진 posted Sep 0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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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한 철 진공관 앰프 모두 꺼두고 TR앰프를 들었습니다.
처음 그렇게 듣다보니, "어? TR소리도 괜찮군!"하고 잘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싫증도 나고, 찬바람 부니 이제 진공관앰프로 바꿔 들어야지 하다가....
휴즈를 10개 쯤 해먹는 바보짓을 했습니다. 다행히 질문 게시판에 도움을 청한 결과
정류관과 필터 콘덴서의 문제를 발견하고 지난 토요일 수리를 마쳤습니다.

주말 동안 한참 진공관 프리-파워로 음악을 들어보니,
참 제가 줏대 없는 귀 얇은 사람이란 것을 알겠습니다.
덥다고, 소리 좋다고 한참 잘 듣던 TR앰프 소리가 이젠 안 좋게 들리고,
한동안 안 듣던 진공관 소리가 훨씬 좋게 들리는 것입니다.

설마 앰프 소리가 시간을 두고 좋았다 나빴다 할 리는 절대 없고....

결국 제 귀가 변덕을 부려서, 좋았던 소리도 한참 들으면 싫증나고, 그래서 새로운 소리 들으면 그게 더 좋게 들리는 "주관적 착각"을 되풀이 하는 겁니다.

어려서 그렇게도 먹기 싫어하던 잡곡밥을 이제는 먹고 싶다고 차타고 멀리까지 찾으러 다니며,
그래서 거친 잡곡밥 먹으며 맛있다고 온갖 미사려구를 늘어놓기도 합니다.

얼마 전 다른 집에서 옛날에 제가 즐겨들었던 시스템인 쿼드앰프와 스펜더 BC-1과의 조합을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어찌 그리 좋던지......
옛날에 참 좋게 들었었는데, 그동안 업그레이드의 미로를 십여년을 헤매고 이제 다시 들어보니 그동안 내가 업그레이드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자괴감만 듭니다.

오디오에는 업그레이드는 정말 없나 봅니다.
그냥 귀 변덕과 마음 변덕에 이리저리 다른 것 찾아서 방황하다가 돈 떨어지고 귀 잘 안 들리면
소박하게 마음 잡고 듣는 것이 오디오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