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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무섭습니다

by 윤영진 posted Jan 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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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중국 출장을 자주 가다 보면,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하이엔드 오디오와 외제 고급차에 열광하는 것을 항상 봅니다.
골드문트니, 제프로렌드니, 뭐니 하는 초고가 기기들을 망설이지 않고 사들입니다.
어느 나라나 갑자기 가처분 소득이 늘면 이런 고가의 사치품들을 사들이는 것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오디오의 경우 외제 유명 하이엔드 기기가 범람하는 것과 동시에 중국산 오디오 기기들도 일취월장 성가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직 스피커나 앰프류에서는 그렇다 쳐도 진공관 앰프나 CDP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에서
다른 어느 나라도 감당을 못할 수준이 되었습니다.
특히 일부 특정 CDP는 전세계적으로 최고 그레이드에 오른 느낌입니다.

저도 모험심으로 중국산 CDP를 한 대 구입해서 듣고 있습니다. 2주일 가까이 됩니다.
75만원에 공동구매한 것인데, 하도 유럽의 애호가들이 극찬을 해서 귀가 얇은 저도
구입을 한 것입니다.

일단 가격이 참합니다. 웬만한 CDP라면 75만원으로는 중저가 수준 이상을 구입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진공관 증폭기 애호가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저는 그동안 CDP소스기에는 돈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CDP는 100만원짜리에서 300만원짜리 정도로 업그레이드 해봐야 프리앰프의 증폭관을 미제에서 유럽제로 바꾼 정도조차도 음질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았던 경험 때문입니다.
샾에서 A-B테스트로 들어봐도, 친구들 갖고 있는 고가의 CDP를 가져다 들어봐도 늘 느끼는 것이 "가격 대비 음질 차이가 안 난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CDP음질 차이에 수백만원 들일 바에야 그 돈으로 다른 쪽에서 업튜닝할 수 있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게 더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만약 구입한 중국산 CDP가 200만원만 되었어도 아무리 천만원짜리보다 소리가 좋다고 아우성을 쳐도 생각을 먹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75만원이라면, 나중에 속은 셈 쳐도 부담이 안 되는 수준이기에 모험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잘 만들었습니다.!!!!!

우선 섀시가 겁 없는 자작 매니아가 만들어도 그렇게 만들기 힘들 정도로 무식하게 두껍고 무겁고 튼튼하게 만들었습니다. 앞판은 두께 16mm짜리를, 옆판은 10mm짜리를 기본으로 쓰고, 거기다가 같은 두께의 보강판을 덧댔습니다.***
밑판과  윗판도 5mm 이상 되는 걸 쓰고 다시 섀시 내부에 아연판으로 두르고....ㅠㅠ;

더욱이 정밀가공을 통해서 섀시 접합 부위의 가공 정밀도가 매우 정교해서 이음새가 물이 안 샐 정도입니다.
섀시 사방을 손가락 뼈마디로 톡톡 두들겨보면, 바위 덩어리 두들기는 느낌 그대로 미동도 없습니다.

LP플레이어와 CDP 같은 "회전 구동형 미세신호 증폭 소스기"는 일단 다른 것은 제쳐놓고 무게가 많이 나가고 진동에 의한 영향이 없어야 합니다.
이 기본 요구조건에서 만점 이상입니다.

매카니즘도 VAM 1210라는 하이 그레이드 제품을 쓰고, 칩은 Crystal 4390 DAC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버브라운 칩보다 더 좋게 여기는 칩입니다.
클록 마스터링을 위해 TCCO/TCXO를 사용해서 지터 대책도 끝까지 추궁했습니다.
어날로그 증폭부는 전부 풀 디스크리트 설계입니다.
과연 이런 정도의 물량 투입으로 어떻게 그 가격으로 팔고 이문을 남길 수 있는지,
중국의 저렴한 생산단가가 미스터리입니다.
전원부 역시 지나칠 정도로 물량투입이 되어 있습니다. 각 단을 별도 정전압으로 구분 공급합니다.

문제는 내부의 부품 교체 등을 통한 업튜닝을 위해서 뚜껑을 따고 1시간 넘게 이리저리 찾아봐도 부품 업튜닝 할만한 곳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만한 "부실 부품"이 보이지도 않고, 유일하게 바꾸고 싶은 커플링 콘덴서는 디스크리트 설계기판의 조밀함으로 인해 수작업이 곤란합니다.
이게 제일 화가 납니다. 커플링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단 점이.....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결국 음질이 좋아야 하는데......

딱 제가 원하는 소리가 나옵니다.

"한 마디로 장난질 치지 않은 소리!"입니다.

일부러 고역을 이쁘게 손질했거나, 저역을 부풀려서 5분 테스트를 노렸거나 하는 잔재주가 보이질 않습니다. 일단 귀에 확 들어오는 매력이나 화려함, 자극적인 감각, 유별난 특징이 없습니다.
그저 해상력 좋고 무난합니다. 장점은 드러나지 않되 "음질상의 단점이 안 보입니다."

소리가 늘씬하고 중저역이 깔끔합니다. 특히 소리가 앞으로 나대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들리는 격조가 드러납니다.

마치 "저는 그냥 겸손하고 순수하게, 실수없이 정확하게 음을 픽엎해 보낼테니, 그걸 조리하고 양념하고 완성시키는 것은 앰프에서 하십시오!"라고 냉정하게 잘난 척 하는 모양새입니다.

에이징도 상당히 더딥니다.
이상하게 부품이나 기기나 모두, 에이징이 더딘 것이 일단 에이징 되고 난 후의 음질 완성도가 높습니다.
마땅한 예는 아니지만 테프론 콘덴서가 에이징이 죽도록 오래 걸리지만 되고 난 후에는 환상의 소리를 들려주듯이......

디자인의 촌스러움이나 리모콘의 허술하고 불편함 등등은 1주일 지나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좋은 기기도 값이 비싸면 개떡이라는 철칙이 있는데,
이번에 들인 중국산 CDP는 아주 만족합니다. 가격 대비 음질에서.....

저한테 어떤 제품인지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아 주십시오.
아무래도 이걸 수입하고 장사하는 분들이 계신데, 영향을 미치고 싶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