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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A3 애호가의 허튼소리 한 귀

by 윤영진 posted Feb 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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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약 20년 쯤 전 진공관 앰프와 빈티지 기기에 입문을 하면서 파워앰프는 2A3 싱글(자작)과 알텍의 126(6L6 PP)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구입했던 2A3앰프는 그다지 잘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고, 게다가 제가 전자공학 지식도 전무해서 휴즈 하나 제 손으로 갈지 못하던 시절이라 손수 튜닝도 못하고 흐지부지 손을 떠났습니다.

  그 이후 수많은 앰프가 들어왔다 나가기를 되풀이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명기도 있었고, 무명의 기기도 있었고....
  지금도 후회되는 것은 지식이 없고 손 볼 수 있는 실력이 없어서, 그냥 손에 들어 온 상태에서 들어보다가 쉬 판단을 해서 내친 기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까운 기기들이 많았습니다. 내가 조금 만 더 기기를 알았으면 잘 손 봐서 좋은 소리를 들었을텐데 하는 후회가 막급합니다.

  어쨌든 2A3 앰프로 돌아가서....
  한 10년 쯤 전에 생긴 것 허름한 2A3 싱글앰프가 하나 들어 와 구석에서 오래 천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선배 집에서 그 선배가 손수 만든 2A3싱글앰프를 듣고 뻑 갔습니다. 더 문제는 피어리스니 뭐니 하는 유명 트랜스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일본 SUN오디오 회로를 본인이 약간 고쳐서 만든 평범한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비결은 별 것 아이었습니다. 좋은 실력으로 정성껏 만들어서 오랜 동안 튜닝을 잘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집에서 천대받던 2A3앰프의 배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50번은 훌쩍 넘고 100번은 약간 안 되는 정도로 배를 땄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요즘은 이 썩다리 2A3앰프가 제 주력기입니다.
  다른 비싸고 훌륭한 파워앰프가 여러 조 있지만, 그냥 이거 하나만 듣는 지 꽤 됩니다.

  2A3앰프 갖고 고생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는데, 그 중에서 하나는 역시 모든 오디오 기기는 들인 정성에 비례해서 소리를 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예 싹수가 없는 관이나 트랜스라면 정성도 소용없지만....
  2A3앰프라면, 그저 30-40만 원 선의 출력트랜스 잘 고른 것, 미제 중고 전원, 쵸크 정도만 있으면 더 돈 들이지 않고 어느 정도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실력이 좋은 사람이 좋은 소재로 만들어도 그냥 턱하니 스피커에 물린다고 제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CUT & TRY'라는 지겨운 튜닝 과정이 필연적입니다.
  복잡하고 화려한 구성의 앰프류들은 부품이나 배선 등 자질구래한 것이 조금 바뀌어도 음에는 큰 차이를 안 보이는데, 직렬3극관 싱글앰프라는 간단하고 초라한 이 기기는 워낙 내용이 심플해서 뭐 하나 작은 것이 바뀌면 소리에 즉각 영향을 줍니다.

  초단관, 드라이브, 회로 여러 가지를 수없이 바꾸고 시도해 보면서 1년 이상이 훌쩍 지났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이 드라이빙이었습니다. 다행히 2A3은 고전 직렬관 중에서 드라이빙이 쉬운 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빙은 미묘하게 어렵습니다. 제일 고민했던 것이 트랜스 드라이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였습니다. 물론 이론이나 전문가 견해를 따르면 속이 편하지만, 직접 안 해 본 것은 경험상 가치가 없고....
  결론은 프리와의 매칭이었습니다. 싱글앰프의 트랜스 드라이빙은 일장일단이 있지만, 일반 CR형 관출력 프리에서는 트랜스 드라이빙이 잘 맞았고, 트랜스아웃 프리에서는 그냥 콘덴서 커플링이 더 잘 맞았습니다.

  프리와 파워는 결국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져야 하더군요. 누구나 아는 상식인데 무지하게 중대한 발견을 한 것처럼 말해서 죄송합니다.^^

  한국의 주부가 밥을 맛있게 짓고, 김치를 잘 담고, 찌개를 맛나게 끌일 수 있게 되면 음식 솜씨가 수준에 오른 것으로 평가되는 것처럼, 3극관 싱글앰프를 듣기 좋게 튜닝할 수 있게 되면 어느 정도 진공관 앰프에 대해서 이해가 쌓인 것이라고 봅니다.

  지지고 볶아서 어느 정도 주력기로서의 위상을 만들게 되면 그 다음에 욕심을 조금 내도 좋습니다.
  화룡정점의 기분으로, 출력트랜스를 명품으로 바꿔본다든지, 출력관을 RCA의 모노플레이트를 끼운다든지, 정류관을 호사스러운 것으로 끼운다든지 식으로....
  특히 정류관은 사치를 부려야 할 소재입니다. PP도 그렇지만 간단한 싱글회로에서 정류관의 차이는 상당합니다. 제 개인적인 기호로는 영국제 고전 정류관이 좋았습니다. 물론 애초에 2A3의 제 짝 정류관으로 개발된 280 가지관도 훌륭한 매칭입니다.

  그리고 초단관이나 드라이브관 등은 되도록 무색무취한 것을 고르고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PP 회로에 비해서 이런 앞 단의 관이 갖는 음색이 출력관 음색에 영향을 많이 주더군요.
  
  2A3으로 만들 수 있는 음의 색깔도 아주 다양합니다.

  26이나 27 같은 관으로 드라이브해서 280 가지관으로 정류하면 아주 예스러운 2A3의 고졸한 음이 나오고, 정류관을 방열형으로 하고 더블플레이트 관을 써서 5극관으로 드라이빙하면 다이내믹한 음이 나오고....
  
  욕심 같아서는 4조 정도의 2A3앰프를 구비하고 싶습니다.

  1) 227-2A3(모노플레이트), 280 정류, 오일 콘덴서 위주에 빈티지 트랜스 구성
  2) C3G(WE 437A)-2A3, U52 정류, 필름 콘덴서 위주에 광대역 트랜스
  3) ECC32-2A3H(방열형), UU7(방열형) 정류, 필름과 오일 믹스
  4) REN904-인터스테이지-2A3, RGN1046 정류, 필름 오일 믹스

등등.....

각각 개성이 잘 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