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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관 선택 문제(2)

by 윤영진 posted Apr 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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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한 번 비슷한 내용을 올린 적이 있는데....
혹시 정류관은 교류의 정류 기능 외에는 음질이나 음색에 관계없다는 확신을 가지신 분들께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니 그냥 무시해 주십시오.

저도 진공관 앰프를 주로 미국산 완제품 위주로 오랜 동안 사용하다가 점차 유럽산 앰프와 자작앰프로 옮겨왔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류관에 대한 관심도 늘 따라다녔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산 관 전체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정류관만 놓고 볼 때, 미국산 정류관은 상대적으로 저에게 불만의 대상입니다.

물론 정류관에 따른 음의 차이를 단지 정류관의 품질 고하로만 놓고 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같은 규격에서도 각 정류관마다 전압강하율 등이 차이 나기 때문에 정류관을 바꿔 꼽으면
대부분 전압이 약간씩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서 음색이 변하는 것으로 놓고 "음질의 변화"라고 이해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동안 시험을 해 보면,
다른 정류관으로 같은 B전압으로 세팅해서 들어봐도 역시 음질 차이는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산 직렬형 정류관들(초기의 오래된 것들)은 대체로 WE274B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저역이 너무 풀어지거나 음을 두리뭉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고, 후기에 만들어진 것들(뒤에 B나 C자 붙는)은 또 너무 음을 무겁고 뭉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욱이 미국산 방렬형 정류관들은 음이 너무 딱딱하고 거칠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유럽산 정류관들은(아주 후기에 만들었거나 동유럽에서 근래에 제조한 것은 제외하고)
직렬형의 경우도 음의 밸런스가 대체로 균형감이 있고, 배음을 보다 더 풍부하게 해주며,
방렬형의 경우도 직렬형에 비해서는 경직된 음이지만 미국산에 비해서는 덜 딱딱하고 덜 거친 음을 내줍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쉽게 경험하는 것이 흔한 미국산 5U4G와 영국산 U52 사이의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방렬형으로는 GZ34 같은 관들.....
문제는 이런 유럽제 호환관들은 수요가 많다 보니, 실질 가치에 비해서 값이 너무 올라 버렸습니다.

역시 유럽산 정류관의 좋은 기질을 맛보기 위해서는 미국관과 호환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5V히터형 유럽산 정류관에서 보다는, 4V형 정류관이 훨씬 좋습니다.

집에서 약 20여 종의 유럽산 정류관으로 이리저리 음을 비교해 듣다가 최근에 재미있는
관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COSSOR에서 만든 1W3 이라는 벌룬형 방렬 정류관인데, 일반적인 MU14 등과 동일한 규격입니다.

그런데 이 관은 캐소드가 보통처럼 금속 파이프 형태가 아니고 무슨 하얀 세라믹 같은 재질입니다. 마치 아이스케잌 속에 든 나무 막대기처럼 그 하얀 세라믹 재질 속에 히터선이 들어가 있는데, 전원을 넣으면 서서히 세라믹 같은 재질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B전압을 흘립니다.

이 정류관의 소리는  MU14나 다른 방렬형 정류관과는 또 다른 소리가 납니다.
정확히 말해서 직렬형과 방렬형의 중간쯤 되는 소리입니다.
직렬형보다는 단단하지만, 전혀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유연함과 탄력감도 줍니다.

어쨌든 결론은, 자작앰프를 만드시는 분들은 정류관만큼은 4V 히터용으로 설계하셔서
값이 상식적이고 음질은 좋은 다양한 유럽산 정류관을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초기의 유명한 유럽산 벌룬형 매쉬플레이트관들도 지금 구한다 해도 대부분 20만원 이하에서
구할 수 있고, 다른 일반형 관들은 거의 3-10만원 선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오디오에서 왕도는 "싸고 좋은 것"이란 생각에서 주절주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