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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때문에 앰프 하나 만들고

by 윤영진 posted May 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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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스트레스가 가중되다 보니 술에 의존하고, 그러다 보니 수술 후유증 걱정 되고.....

휴일에 등산을 갈까 생각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전에 쳐박아뒀던 중고 섀시를 꺼내고
온 집안 캐비넷과 고물창고를 뒤져서 부품을 찾아 모았습니다.
곳곳에 웬 잡동사니 부품이 그리 박혀 있던지, 대충 모아보니 싱글앰프 하나 만들 분량이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쉽게 2A3 싱글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최근 유럽관 앰프에 치우쳐 있다보니
오래 전 만들어 듣던 2A3 싱글의 단점이 계속 마음 한켠에 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함 만들자고 결심한 것입니다.

우선 회로 구성을 고민하다가 일본의 한 자작가의 사이츠에 들어가 뒤졌는데,
부품 등등이 갖고 있는 것과 맞지 않아서 대충 참조만 하고 내 마음대로 수정을 했습니다.

너무 간단하고 기초적인 구성이라 별 말할 것도 없지만,
6J5-인터스테이지-2A3 의 구성입니다.
다만 정류관만 유럽관 4V짜리를 사용했습니다.

마침 갖고 있던 부품 중에, 0옴부터 2옴까지 슬라이드식으로 가변되는 20W짜리 권선저항이
있었습니다. 이걸 앰프에 장착하니, 향후 히터 볼티지에 관계없이 어떤 정류관이라도
소켓만 바꾸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통 정류관 히터 전압을 바꾸기 위해서 플러스쪽에 거는 강압 저항의 값은  0.2-0.9 옴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 가변 저항은 슬라이드를 살살 좌우로 밀면 6.3V 탭에서 5V건, 4V건, 3.8V건, 2V건 전부 조정이 됩니다.

이번에 전과 다르게 신경을 쓴 것은

- 파워트랜스는 섀시와 절연 / 나무판을 덧대고 섀시와 완전 절연(이유는 모르고 남이 좋데서)
- 신호선과 히터선은 전부 순은선 사용 / 마침 집에 5M 쯤 있던 것을 찾았음
- 쉴드선은 하나도 안쓰기(꼰 선 사용) / 용량 때문에 고역에 안 좋은 영향(기분상^^)
- 어스선은 3.5mm 직경의 무지 굵은 것 사용(안 그래도 되는데, 그냥 물량공세의 흐뭇함)
- 땜질 성의있게 하기 / 지금까지 개발새발 떡칠 개칠....ㅠㅠ;
- 어스 배선, 최고로 신경써서 일본의 사쿠마씨 스타일로(의욕만...., 하다보니 다시 내 스타일)
- 출력관은 무조건 교류 점화 / 히터 트랜스 개별 2개 사용(험 잡을 자신감)
- 모든 히터는 개별 트랜스에서 별도로 급전(파워트랜스에 여러 권선 감겨있으면 간섭 있다고
  누군가 말한 걸 듣고. 효과는 잘 모름)

등등입니다.
그러다 보니, 트랜스 숫자좀 줄이자고 늘 생각하면서도 이번에도 솔찬히 들어가 앰프 무게를
늘렸습니다. 인터스테이지는 물론이고, 히터 트랜스만 3개 추가....

토요일 오전 10시쯤 판을 벌려서 식음을 '半閉' 하고 마지막 땜 인두 전기를 끈 것이 일요일 새벽 5시였습니다. 물론 그동안 마누라의 잔소리에 시달린 것은 당연하고....
왜 이층에서 달그닥거리는 소리, 뭔가 펑 터지는 소리 들리냐고....

새벽 1시에는 갑자기 큰아들 녀석이 내방에 와서는 얼굴이 하얗게 되어 화장실에 불났다고
난리를 쳐 가보니, 화장실에서 담배피고 휴지통에 덜 끈 꽁초를 버린 것이 온 집안을 연기로
......

각설하고, 일요일 오전 10쯤 일어나(마눌님은 일찍 일어난 것이 신기한 눈치)
왜 일찍 일어났겠습니까? 새벽까지 만들어 논 앰프 소리 들을 라고지....

그런데 기대를 갖고 임한 시운전에서 결정적인 단점이 들어났습니다.
집에 있던 질좋은 인터스테이지를 전부 유럽관 앰프에 투자하고,
겨우 한 조 남은 '송신기계에서 적출'한 허접한 걸 썼더니만, 역시 중고역은 죽이는데,
저역이 허전합니다.

1차 10k옴에 직류를 20mA 까지 흘릴 수 있는 좋은 특성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역시 오디오용이 아니라 그런지, 2차 배율이 높아서 그런지 15인치 우퍼 소리가 8-12인치 우퍼 소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2차에 션트저항을 붙이고, 출력관 캐소드 바이패스 콘덴서 용량을 늘려보기도 했지만
역시 가진 한계는 어쩔 수 없습니다.
결국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다른 걸로 바꿔 달아야 하겠습니다.

반면 중고역은 요즘 빠져 있는 유럽관 어떤 걸 갖다 붙여도 상대가 한 될 정도로
투명하고 명징합니다.  전에 듣던 2A3 소리가 아닙니다.
아마 위에 거론한 다양한 "귀동냥 노하우 도입" 중에서 아무래도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특히 험은 교류 점화에도 불구하고 직류점화보다도 더 안 들립니다. ^^
그동안 초보가 조금 기술이 늘었나 봅니다. ...자화자찬(어제 수면부족 때문, 양해해 주세요)

초단관을 가장 평범한 6J5로 정한 것은 인터스테이지 1차가 10k옴으로 제한되어 있기도 했지만,
그동안 너무 유럽관 만지며 사치에 빠져있던 데 대한 반성의 기분도 개입되었습니다.
평범하게 가자고....

그런데, 막상 RCA 철관을 꼽아놓고 보니 영 뽀다구도 안 나고,....
다시 고물창고를 뒤져보니, 멀래드 메탈베이스도 신관이 1조, 중고가 1조 나오고,
GEC의 L63(6J5)도 신관  한조, 할트론의 빨간칠 6C5도 신관이 8개나 나온 겁니다.

갑자기 초단관을 6J5로 하길 잘했다는 자화자찬을 하며 이것저것 꼽아보며 놀았습니다.

어떤 게 제일 좋냐고 하자면, 할 말이 없습니다. 다 제각기 맛이 다른데 좋고 나쁨 보다는 개성이라....  어쨌든 제 귀에는 미국관보다 영국관이 좋습니다.

그런데, 귀가 에이징 된 것인지, 앰프가 에이징 된 것인지 하루 종일 전기로 지지면서,
조금 전 밥 먹고 다시 들어보니 제법 저역이 나옵니다.
이럴까봐, 제 성급한 성미에 조금만 이상하면 뒷뚜껑 딸까봐,
오전에 마무리 하면서 밑뚜껑 닫으며, 평소에는 나사 2개만 살짝 박던 것을
이번에는 14개를 몽땅 꽉 박아놨습니다.
귀차니즘 때문에, 아무리 조바심이 나도 나사 14개 푸는 것은 포기하게 마련입니다.
ㅎㅎㅎㅎ

횡수였습니다.
첨부한 밑 사진은 초단관 쓰려고 고민했던 것들입니다. 결국 가장 평범한 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