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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1개도 막지 못하고 결국 뚜껑을 LF 로 회귀

by 윤영진 posted May 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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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 마음에 안 들면 시도때도 없이 뚜껑 따고 인두질 하는 버릇 때문에, 깍 조이는 나사를 밑뚜껑에 14개나 확실히 박아 놨는데, 그만 "전동 드라이버"라는 편리한 기계를 내가 갖고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급조 앰프의 뚜껑을 따고 손을 댔습니다.
컨셒은 과거 제가 많이 만져보고 듣어보았던 1930-1940년대 앰프들이었습니다.
이들 '진짜' 빈티지 앰프들(50-60년대 제작된 앰프들은 빈티지라는 표현에는 잘 안 맞지요)의
특징은 크게 몇 가지로 요약이 됩니다.

- Low Fidelity : 대충 대역이 좁은 것은 50-12,000, 조금 넓은 것은 30-15,000 (약 -3db 기준)
- 트랜스 결합 : 인풋이나 인터스테이지 대부분 사용
- 낮은 필터 콘덴서 용량 : 콘덴서 제작기술 미흡으로 값이 비쌌다는 설

등등입니다.
당시 사용하던 인터스테이지 트랜스 중에서 세계 최고라고 하던 영국제 Ferranti 의 고급품이
겨우 50-12,000(-2db) 수준이었으며 다른 미국 제품들은 그보다도 훨씬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고고학 수준의 30년대 앰프 소리에는 아주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투명하고 올이 굵은 LowFi 소리입니다.
주로 이런 소리의 대명사가 WE 사운드이고.....

결국 제가 급조한 앰프도 다른 문제가 아닌 대역 폭이 좁은 인터스테이지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이 LowFi 빈티지 소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광대역의 현대적인 소리를 내는 앰프가 몇 개 있기 때문에, 이것 하나는 다른 길을 가도 좋다고 여겼습니다.

튜닝 방향은 로드라인은 좀 더 낮추는 쪽이었습니다.
제작 직후 나오는 소리는 인터스테이지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고역쪽으로 너무 올라가서
대충 50-20,000(-3db) 정도의 대역 특성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우선 저역 특성부터 개선하기 위해서 바이패스 콘덴서의 용량을 늘렸습니다.
초단 120을 270uF으로, 출력관 47을 220uF으로....

다음에는 캐소드 저항값을 약간 올려(초단관은 1K에서 1.2K로, 출력관 경우 750옴을 800옴으로) 전류량을 조금씩 줄이고 전압을 조금씩 높였습니다.
특히 초단관의 전류량을 5-6mA 정도로 줄였습니다.
50W급의 슬라이드식 가변 권선저항을 필터단에 설치해서 살살 저항값을 변경하면서
가장 밸런스가 맞는 쪽으로 ....

이런 식으로 가장 중심이 되는 중역대 기준 주파수를 중심으로 밸런스를 찾았고,
시청을 해 보니, 정확한 계측치는 아니지만 대충 30-18,000Hz(-3db) 정도로 조정이 되었습니다.

바로 그 소리가 나오더군요. 1930년대 제작된 앰프의 맑고 올이 굵으면서도 심도가 깊은,
그러나 초고역도 초저역도 나오지 않는 .... 마치 질 좋은 6.5인치 풀레인지를 듣는 듣한.

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사람의 귀는 의외로 주파수 대역의 넓이 보다는 "밸런스"에 민감합니다.

중역대의 기준 주파수를 중심으로 위와 아래가 균형있게 대역을 형성하면 대역 폭의
넓고 좁음에 별로 불만을 느끼지 않지만, 위나 아래로 치우치면 금방 귀에서 불편을 느낍니다.

작업이 끝난 것이 밤 11시쯤 되었는데, 마눌님 무서워서 아주 작은 음량으로 새벽 2시까지 들었습니다.
이 LowFi도 참 좋습니다.

역시 트랜스아웃 프리와 인터스테이지 결합 파워앰프의 조합은 소음량에서 성가를 발휘합니다.
아무리 무음 직전까지 음량을 줄여도 소리가 또렷하게 들립니다.

아예 이 앰프는 더 이상 손대지 말고, 광대역 인터스테이지로의 교체도 포기하고 이대로 소리를 들을 생각입니다.

스피커도 협대역 풀레인지를 일부러 듣는데, 앰프도 그런 게 하나 서브로 있어도 나쁘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