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좀 쉬려 했더니

by 윤영진 posted Aug 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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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아버님 위독해서 안달하고, 곧 제가 큰 수술받고, 회복하자 디스크 때문에 고생하고....
그러면서도 업무 스트레스를 잊고자 미친듯이 앰프를 4대나 만들었습니다.
뭐든지 관성이 생기면 벗어나기 힘들어서 힘든 일도 한번 하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진공관 앰프란 것이 남이 오랜동안 시행착오 거쳐서 만든 설계를 따라서 그대로만 만들면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닌데, 저처럼 겉멋이 든 사람은 남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는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좀 색다른 것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소위 말해서 실험적 도전...^^
그런데 이런 실험적 도전이란, 조립하고 땜질하고, 전압 체크한 다음에 뚜껑을 닫으면 끝나는 작업이 아닙니다. 초보자 머리 속에서 구성한 것이니 실제로 제작해 놓으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불가능입니다.
어딘지 부족하거나 왜곡되어 있어서 수많은 "커트 앤드 트라이"를 통해서 튜닝을 해야 합니다.
초보자가 측정장비라고 좀 갖다 놓았지만 까막눈에 사용법이 어려워 결국 원시적인 청감 측정으로 어디 한 군데 이상하면 뚜껑 따고, 부품을 떼었다가 붙였다가 하기를 반복합니다.

가장 눈물이 많이 나는 것은 처음에 땜질 제대로 한다고 접점 부위의 선을 포스트에 잘 감아서 정성껏 땜질해 놓은 것을 여러번 떼고 붙이다 보면, 결국 속된 표현으로 "떡땜"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 아픔 속에서 주말에 결국 새로 만든 프리와 먼저 만들어 놓고 소리를 못잡아서 헤매던
RS241 싱글의 튜닝을 마쳤습니다.
후련하기도 하고 지긋지긋하기도 해서 당분간 인두에는 손을 안 대겠다고 결심하고,
오랜만에 동네 빈티지 오디오 가게에 놀러갔습니다. 사장님하고 오랜 동안 친하게 지냈는데,
근래 안 찾아가서 미안했었습니다.

아, 그랬더니 사장님이 직접 복각한 WE 22A 혼을 들려주며 바람을 잡으시더니,
제작원가에 가져가라고 하시며 마음을 흔듭니다.
유혹을 참으며 견디는데, 프리아웃 트랜스 기차게 좋은 것 한 조 절 위해서 꼬부쳐 놓았다고
그냥 주시며 만들어 보라고 하네요ㅠㅠ....

햐- 205D로 프리 만들면 딱 좋은 진짜 훌륭한 트랜스입니다.
집에 가져가면서는 "그냥 두었다가 날 선선해지면 어찌 손대 보자!"고 했는데,
집에 가서는 트랜스를 만지작 거리다가 조금 지나 종이와 연필 꺼내서 섀시 구상과
회로 구상을 그리고 있는 절 발견했습니다.

밤에 자려고 누워서도 프리 새로 만들 생각만 맴 돕니다.

이게 무슨 불치병인지........

마침 205D는 집에 없고, 대체품으로 205F가 한 조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만약 이거라도 없었다면, "관 값 비싸서 나중에 되면 만들자"고 미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