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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데 없는, 불가능한 목표 한 가지 근접

by 윤영진 posted Aug 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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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남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혼자 마음에 평생 목표로 삼고 있던 3가지가 있었습니다.
물론 오디오와 관련된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주말 거의 손에 잡힐만큼 근접했습니다.

3극관 싱글 프리로 3극관 싱글파워를 드라이브해서 댐핑팩터 6에 근접하는 것이었습니다.^^
듣고 나면 "별 싱거운 * * 있구나...." 하실 겁니다.

TR앰프로 댐핑팩터 100을 넘기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입니다. 어떤 TR앰프는 댐핑팩터 1만을 자랑하더군요.
그런데, 진공관앰프는 본질적 특성상 PP앰프에서는 6, 싱글앰프에서는 3을 넘기는 것이 100미터를 10초 안에 뛰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인간의 청각이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 댐핑팩터의 하한이면서, 실제로 검파 측정을 해봐도 저역특성상 차이가 별로 벌어지지 않는 스레숄드 지점이 댐핑 6 입니다. 댐핑팩터 6까지는 그 이상 수백이나 수천과 비교해서도 실제 측정 데이타로나 청각으로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6 이하로 낮아지면서 급격히 저역 측정치나 청감상 저역의 댐핑이 차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3극관 싱글로는 PP앰프와 같은 저역의 질감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바보같은 욕구이며 목표이지만, 바로 3극관 싱글앰프로 댐핑 6에 근접하는 것이 평생 목표의 하나였습니다. 물론 이론상 6 이상은 불가능입니다. 얼마나 가까워지느냐의 문제지요.

일단 3극관 싱글로 댐핑 3을 넘는 것도 100미터를 11초 대 이내에 뛰는 것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어쨌든 이 어리석은 목표를 위해서 제가 지금까지 행한 헛수고를 두서없이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단 트랜스 결합을 한다.

* 가능하면 출력 회로는 쵸크 로드 트랜스아웃으로, 플레이트 쵸크는 회소한 200H 이상 가능하면 300H 이상 사용.

* 350H 이상의 그리드 쵸크를 사용하거나 1-2차 공히 임피던스가 가능하면 높은 인터스테이지 결합

* 플레이트 쵸크는 회로상 요구되는 전류량의 최소 2배 이상 규격을 쓴다.

* 전원트랜스는 전류값에 충분히 여유를 둔다.

* 히터 트랜스는 모두 분리 개별 급전하며 역시 전류값에 여유를 둔다.

* 히터트랜스 주문시 2차 권선은 단자로 끊지 않고 그냥 원선을 길게 빼서 되도록 진공관 히터와 접점 없이 연결한다.

* B전원 필터 회로에는 감압저항을 안 쓰고, 가능하면 직류저항값 낮은 쵸크 1개 또는 상황여건에 따라 2개로 구성한다.

* 전원부 필터 콘덴서는 고급 필름콘덴서를 가능하면 낮은, 그러면서 가능한 여러개를 병렬로 쓴다. (보통 4uF짜리 여러개 묶어서)

* 히터 배선은 되도록 굵은 태프론 피복의 순은선으로 최단거리로, 그리고 납땜 연결을 최소화한다.

* 캐소드저항, 플레이트 저항 등 열을 많이 받는 저항은 여유 전류값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두고, 가능하면 방열처리를 병행한다.

* 그라운드 어스는, 특히 전원부 어스는 지름 2mm이상의 굵은 순은선으로 필터 콘덴서 단자에 가장 근접시켜서 최단거리로 한다.

* 출력트랜스는 절대 20Hz까지 평탄한 스펙을 욕심내지 않는다. 30Hz쯤부터 자연스럽게 감쇄되는 수준에서 자제하되 충분한 인덕턴스 확보와 낮은 직류저항값 얻는데 최선을 다한다.

* 파워앰프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프리앰프는 최대한 잘 만든 정전압 전원에서 정전압관 히터로부터 디커플링 없이 직접 B전원을 받는다.(파워앰프도 다음에 이렇게 할 계획....)
............


여하튼 두서없이 생각나는데로 적어보면 위와 같습니다.
그러나 하다보면 이런 나름대로의 원칙에 모두 100% 초과달성은 안 되고,  가능한 한 근접하려고 했습니다.

결과는 잘 만든 PP앰프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댐핑 특성을 보입니다.
사실 속으로는 노력을 해보기는 하지만 안될것이라고 자위하고 있었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 이게 되네요.

하다 보면 어느 것 하나 힘들지 않은 게 없지만, 특히 어려운 것이 플레이트 쵸크입니다.
충분한 전류량과 원하는 인덕턴스값(300H 정도)을 충족하는 쵸크를 만들거나 구해 보면 크기가 워낙 커져서 장착하는데 고생하고, 이게 자속 영향을 엄청 민감하게 받는 물건이라 배치에서도 항상 골치덩이가 됩니다.ㅠㅠ;

또한 원하는 특성을 가진  인터스테이지 구하는 것도 애를 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바보짓을 해서 마침내 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면 보상이 됩니다.
저역이 딱딱 급브레이크가 걸려주면 15인치 우퍼가 8인치 우퍼처럼 놀게 됩니다.
물론 하한 주파수 대역도 충분히 내려가면서.....

그러나 다신 못할 짓입니다. 무더운 여름에 땀 한말 이상 흘려가며 에어컨 안 나오는 2층 골방에서 이 짓을 한 것을 생각하면 참 스스로도 자신을 납득하기 힘듭니다.
그냥 PP앰프 듣거나 TR앰프 듣거나, 아니면 멀티앰핑해서 저역에 TR앰프 걸면 간단한 일을 왜 어렵게 고생을 자초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