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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실제의 차이(주파수 대역 특성)

by 윤영진 posted Oct 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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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시스템의 라인엎을 '소스기-프리앰프-파워앰프-스피커'라고 대략 놓고 볼 때, 주로 요즘 사용하는 소스기인 CDP를 예로 보면,
앞의 CDP로부터 마지막의 스피커까지 역순으로 물리적 특성이 점점 열화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대역의 넓이, 디스토션의 다소, 주파수의 평탄성, 노이즈 등등 어느 팩터를 기준으로해도
스피커는 가장 열악한 기본특성을 지닙니다.

CDP를 예로 들면, 아무리 10만원짜리 싸구려라고 해도 모든 물리적 특성이 측정상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좋습니다. 반면 스피커는 아무리 수억 원 대 스피커라고 해도 가청대역 내에서의 평탄한 주파수 특성은 커녕, 모든 면에서 울퉁불퉁하기 마련입니다.

이 중 주파수 대역 특성만 놓고 보자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뒷 쪽의 기기, 예로 파워앰프가 주파수 재생 대역 범위가 30-18,000Hz 라고 가정할 때,
앞 단의 프리앰프가 20-20,000Hz의 대역특성을 가진 것이나 10-30,000Hz의 대역 특성을 가진 것이나 최종 재생 대역에서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보이기 쉽습니다.
아무리 앞에서 넓은 대역을 재생해서 뒤로 전송해도, 뒷단의 기기에서 위-아래를 잘라먹으면
그게 그거라고 보입니다.

중역만 나오는 풀레인지 스피커에 아무리 DC부터 100KKz까지 평탄하게 재생하는 앰프를 물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듯이....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보면(물론 기기 측정결과도 동일) 분명 30-18,000Hz의 대역특성을 가진 파워앰프의 앞단에 보다 광대역 특성의 프리앰프를 붙이면 최종 재생 대역은 늘어납니다.

이게 바로 배음(하모닉스)의 마술입니다.

분명 CDP는 표준스펙의 한계로 20-20,000Hz의 재생 대역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 공간에서 펄스 진동을 일으키는 모든 진동체(음성, 악기....)는 복잡한 원음 펄스에 더해서 진동체 자체에서 부가되는 하모닉스와 공간의 음향특성 때문에 부가되는 하모닉스까지 더해진 매우 복잡하고 확대된 펄스가 됩니다.
여기에 시간 영역의 얼라인먼트 특성까지 더해지니 정말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700Hz부터 3KHz사이에서 발성 대역이 제한된다고 할 때,
이 사람의 노래를 녹음한 뒤, 700Hz-3KHz의 밴드패스 특성을 가진 오디오와
20-20,000Hz의 대역 특성을 가진 오디오로 재생한 뒤 들어보면 어떻게 될까요?

700-3,000Hz의 밴드패스 특성 오디오로는 한마디로 답답해서 못 들을 겁니다.
웬지 멍청하고 답답하고 둔하고 밍밍한 소리로 들릴 겁니다.

특히문제가 되는 것은 '음색'의 차이가 심하게 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귀로 들어 뇌로 느끼는 음색이라는 것은 복잡한 하모닉스를 전부 믹스한 총체적인 펄스의 인식입니다.
아주 쉬운 예가 피아노의 여음을 죽이는 페달입니다.
같은 건반을 타건해도, 이 페달을 밟은 음과 밟지 않은 개방음과는 천지차이의 음색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음색의 변화가 단지 인간의 가청대역 내인 20-20,000Hz 내에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3KHz 인근에서 발성된 소프라노의 음색이, 20KHz 이상까지 형성된 하모닉스를 포함했을 때와
20KHz 이상을 잘라내고 들을 때의 음색 차이가 많이 납니다.
물론 이런 음색의 차이는 저역대에서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나 실제 음악 감상을 할 때 우리가 느낄 때는 상대적으로 고역대의 하모닉스 영향이 쉬 귀에 감지됩니다.

재생기기에서 음색의 차이와 그에 따른 청취자의 호감도를 갈리게 하는 것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CDP에서 20-20,000Hz 대역의 위-아래를 급격히 커팅해서 재생한 전기신호가 프리앰프로 들어가면, 프리앰프의 수동소자, 능동소자들의 문제점(완벽하지 않은 특성)으로 인해 복잡하고 다양한 부대음과 부가음이 혼합됩니다.
대체적으로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완전한 DC증폭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저역을 커팅하거나 자연적으로 감쇄되어 초저역에서 생성되는 영향은 적습니다만, 가청대역과 그 위의 초고역대에는 복잡한 화성적 변화가 발생합니다.

오디오 설계자나 제조자들은 이런 변화의 양을 가능한한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것이 시소게임 비슷해서 한 쪽을 높이면 한 쪽이 내려오는 아주 사람 미치게 만드는 일입니다.

NFB를 걸지 않은 직렬3극관 싱글앰프의 소리를 최선이라고 믿는 사람과, 적당히 NFB를 활용한 TR앰프이 물리특성을 최고라고 믿는 사람은 서로 다투기 쉽습니다. 사실 서로 다툴 일이 아닌데도....^^

말이 옆으로 흘렀는데,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가청 대역 내에서의 충실한 재생특성을 위한 노력은 기본이 되겠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더 좋은 음을 듣고 싶다는 욕심을 채우고 싶을 때에는 가청 대역 외의 재생 특성도 꼭 주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리적인 주파수 대역은 아주 넓은데, 배음 특성이 나쁜 기기에서는 불쾌한 음색이 느껴질 수 있고, 반면 배음 특성이 좋아도 대역이 좁으면 음색이 두텁고 뭉칠 수 있습니다.
배음 특성도 안 좋고 대역도 안 좋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흔히, 빈티지 기기는 대역이 좁아서 한정된 회고적 취미일 뿐이라고 탓하시는 분들이 있고, 이에 대해서 협대역이지만 좋은 배음 특성으로 현대에 제작된 광대역 기기보다 더 듣기 좋다고 반박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물론 음질이나 음색이 단지 하모닉스만으로 좌우되는 것은 절대 아니고, 과도특성이나 등등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광대역이면서 귀에 안 좋은 하모닉 디스토션을 많이 포함했거나, 본질적 문제를 덮기 위해서 NFB를 지나치게 남용한 요즘 만든 일부 기기 들은 70년 전에 만든 협대역 기기보다도 못한 것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이 옳은 것이라는 주장은 좋은 음을 듣고자 밤을 새며 고심하는 오디오파일들한테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빈티지 기기의 음색을 좋아하는 분들은 노이즈를 줄이고, 대역을 넓히고 과도특성을 좋게 하는 쪽으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현대의 기술이나 부품의 도움을 받고, 광대역의 다이내믹스를 가진 음을 좋아하는 분들은 고전 진공관과 고효율 스피커가 가진 장점을 보태서 더 좋은 쪽으로 개선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봅니다.

즉, 서로 다른 취향의 오디오파일이라면, 나의 것만이 옳다고 하기보다, 남이 좋아하는 장점을 가져다가 나의 것을 보다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