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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답시---실어(失語)

by 김석 posted Jan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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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어(失語)

                                                  김    석


언 산에 나물이 없어진 지 오래 되었고

짐승도 자취를 감추었다.

시퍼런 소나무 가지만 제 무게를 하늘에 기대고 있다.

무엇보다도 담배가 떨어졌으므로

하산하기로 한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띄워 내려가는 길

동네 이장을 만났으나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이 있었다.

자꾸 내게 안부를 물어오는 것 같은데,

말은 들리지 않고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선율만이 쟁쟁거린다.

그 사람의 뒤편으로 막막한 설경이다.

말이 막힌 나는 하는 수 없이

두어 번 손을 흔들어 주고 발길을 옮기었다.

잃어버린 무엇이 또 있을 것이다.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이기도 하여 크게 서운치는 않지만....

시린 귀 속으로 계속 음률이 따라온다.

얼어 부서진 말의 추억을 밟으며

생각 속으로 걸어갔다.

겨울 하늘 속으로 점점 멀어져 갔다.



(*안녕하세요?
직접 뵈온 적은 없지만 윤선생님의 유익한 글은 잘 보고 있습니다.
지나가다가 이번 글을 읽었는데,
아나운서에게 말을 건네는 대목 근처에서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제 나름대로 적어 보았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글 내용과는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졸문이지만  심심풀이라도 되시기를 빕니다.)

'여불비'



>최근 포노 재생 라인을 재정비 한 이후 상당히 좋은 소리를 냅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 음악 듣는 시간 중에서 LP 듣는 시간이 70% 정도 됩니다.
>나머지 시간도 CD보다는 FM튜너를 많이 듣습니다.
>
>질 좋은 매칭 트랜스와 진공관 버퍼앰프를 거친 FM튜너의 소리는
>"과연 FM소리가 이 정도인가?"라는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임피던스 매칭의 중요성을 다시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회사에서 FM 진행하는 익숙한 아나운서라도 우연히 복도에서 지나치면
>일부러 말을 시켜서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
>FM튜너에서 재생되는 목소리와 얼마나 실제 목소리와 유사한지
>실험해 보려고 그럽니다.
>물론 당사자한테는 그런 사실을 안 알려주기 때문에
>당사자는, "저 선배가 언제부터 저렇게 자상하게 안부를 묻곤 했나?"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기 일쑤지요.....^^
>
>어제도 국가 돌아가는 꼴도,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만행도
>모두 진절머리 나게 해서,
>친구들과의 약속도 저바리고 그냥 집에 들어가서
>와이프와 저녁 식사 겸해서 술을 마셨습니다.
>마침 와이프가 안동소주를 몇 병 마트에서 사다 놓았더군요.
>
>제가 희석식 소주에 대해서 몸에서 거부감이 있어서.....
>
>한 병 넘게 마시고 방에서 LP를 몇 장 들었습니다.
>
>Peterm Paul & Mary의 앨범을 전부 찾아 놓으니
>모두 10장 정도 나오더군요.
>너무 많이 들어서 익숙한 노래도 듣고
>판은 있는데 평생 한 번도 듣지 않았던 노래도 듣고....
>
>특히 아이들과 함께 노래한 앨범(Toy & Joo)이 전에 느끼지 못한 좋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
>그러다가 Eric Anderson의 Blue River 앨범을 듣게 되었는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뭉클한 서정이 가슴을 파고 들었습니다.
>아마 전에 포노 재생의 음질이 부족해서 감동도 부족했나 싶습니다.
>
>그래서 10만원대 카트리지를 빼고 250만원짜리 카트리지로 바꿔서
>한 번 더 들었습니다.
>구매 가격만큼 비례해서 좋아지지는 않지만,
>울림의 깊이와 명징함이 청감각이 아니라 가슴으로 파고 듭니다.
>
>
>"사랑을 해서 바보가 되는가? 바보이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가?"
>
>라는 유명한 명제처럼,
>
>천재이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일찍 죽는지,
>일찍 죽었기 때문에 천재라고 불리는지......
>
>마음이 우울해서 특정한 노래가 더 마음을 파고드는지
>노래가 우울해서 마음을 침잠시키는지.....
>
>요즘 좋아하는 데미안 라이스도 혹시 요절하는 것은 아닌지 괜한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
>
><사족 1.>
>
>버퍼앰프 회로에 필요한 TR 한 종(MPSA92)을 찾느라 전자상가와 아세아상가를
>다 뒤지고도 실패했는데, 마침 인터넷의 디바이스마트라는 곳을 찾아서
>방금 택배로 받았습니다.
>하나에 60원 짜리 TR 2개만 있으면 되는데
>그걸 구하느라고 들인 돈이 3만원 쯤 됩니다.....ㅠㅠ
>
>그냥 기판 조립완성품을 구입하면 힘도 안 들고 더 싸게 되었을텐데
>부품 구하느라 힘들고 돈들고 신경쓰고,
>돋보기 쓰고 조립하느라 수전증 걸린 손을 부들거리며 땜질하며 고생하고......
>
>내가 병이 깊은 것을 다시 자각하지만
>스스로 병을 고치려는 의지도 없음을 또 인정하게 됩니다.
>
>
><사족 2.>
>
>드디어 담배를 놓고 벌이는 와이프와의 20여년 전쟁에서 제가 작전상 후퇴를
>결심했습니다.
>
>다름 아닌, "전자 담배 흡연용구 일체"를 구입한 것입니다.
>
>배터리로 순수한 니코친 원액만을 증발시켜서 흡입하는 기구입니다.
>니코친 흡입량을 조절할 수 있고,
>수증기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연기(이미테이션)에 의한 시각적 만족도 줍니다.
>
>물론 니코친도 아예 없이 그냥 "담배향"만 흡입할 수도 있습니다.
>
>금연을 하려면 점점 니코친 양을 줄여서 나중에 그냥 담배향만을 즐기면 되지요.
>
>일단 실내에서 유사 흡연이 가능하다는 것만 해도 좋고
>입에서 몸에서 찌든 담배냄새가 줄 것이란 점도 좋습니다.
>
>
>그런데 이런 작전상 후퇴가
>LP에서 CD로, 다시 CD에서 MP3로 옮겨가는 음악 청취 패턴의 변화가
>똑 같게 느껴지나요?
>
>사무실에서 아이팟터치를 이어폰으로 들으며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내 모습이
>맞은 편의회의실 창문에 흐리게 비춘 모습을 보면서
>만족감 보다는 처량한 마음이 더 드는 것이 모슨 연유일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