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오리지널에 관하여~

by 안승택 posted Feb 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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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몇 년간을 거의 매일 내 경제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오디오를 매만져 왔지만
아직도 만족스런 소리를 만들어 내지를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소리의 기준
조차도 제시할 수 없는 사람이 이러한 민감한 논재를 가지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스
스로 생각해 보아도 우스운 부분입니다.
여러 동우님들의 소리에 대한 믿음과 신념이 각자 다를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에 이르기
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오디오에 결론이 있었다면 지금은 여러 동우님
들 오디오는 똑 같은 기기가 사용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럼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결혼 초 신혼생활을 하면서 어머님이 오랜 세월 만들어 주신 음식을 접하다가 집사람
이 처음 만들어 준 음식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접하게 되었을 때
“어라~ 이 사람 음식솜씨는 영 아니네~”
곁으론 “맛있네~!” 하면서도~
어머님이 순식간에 만들어 내시는 그 음식들과 집사람이 장시간 정성껏 만들어낸 음식
인데도 맛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였습니다.
집사람은 요리에 관심이 아주 많아서 아주 많은 시간들과 비용들을 음식만들기에 투자
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집사람은 처녀시절에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요리학원이나 요리
책자에 관심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처갓집 음식들을 상당히 주도적으로 해왔던 것이었
습니다.
어머님음식들과 떨어진지 30여년 가까이 되어감에도 어쩌다 어머님 음식을 접하면 밥은
어김없이 2그릇이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제 입맛은 지금도 어머님 음식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셈입니다.
아마도 원인은 오랜 세월 어머님 음식에 길들여진 제 미각은 어떤 맛의 기준이 어머님
음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사랑해”라는 노래는 아마도 70년대 초반쯤 은희와 한민이 처음 라나에로스포를 결성해서
노래한 것이 오리지널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 때 당시 한민의 기타솜씨는 엉망이었지요.
그 후로 이 “사랑해”라는 노래는 수 많은 재능있는 가수들이 불렀습니다.
하지만 라나에로스포가 부르는 “사랑해”가 정겹습니다.
뭔가 부족하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다른 가수의 노래는 잘하는 노래도 웬지 생소한 느낌입니다.
The water is wide 역시 수많은 가수들이 노래했지만 저는 칼라보노프의 노래가 이 곡에
대한 고정관념이 되어있습니다.
칼라보노프가 애잔하게 불러야 The water is wide답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에바캐시디도 이 노래만큼은 칼라보노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야사하이페츠가 연주해야 샤콘느답습니다.
저는 키돈크레머가 더 잘하는 연주라고 생각합니다.
연주도 세월에 따라 진화해 가는 것은 분명합니다.
바하의 무반주첼로나 베토벤 첼로소나타는 물론 파블로카잘스의 몫입니다.

알텍동호회에 604-B가 오리지널이냐 아니냐에 관한 가벼운 논쟁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떤 시스템이든지 오리지널은 그 완제품으로서 매니아들에게 어떤 고정관념을 만들어 놓았
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오리지널로서 본연과 고유함의 권위로 당연히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JBL스피커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N-500을 사용합니다.
나름대로 네트워크를 잘 꾸미면 N-500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좋은 소
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오리지널에 근접시켜 놓고 싶은 생각으로 그냥 쓰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고역부를 다루는 부분이 독특해서 트위터부는 별도의 자작네트워크를 운영합니다.

오리지널 시스템은 오리지널로서 당연히 선재적 가치의 존중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대의 진보된 과학은 얼마든지 오리지널 보다 더 물리적특성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조금 더 오리지널 다운 소리쪽으로 가고 싶은 생각입니다.
좋은 물리적 특성보다는 노스텔지어가 더 크게 다가오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이것은 저의 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