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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다툼에 대한 사과와 향후 방지를 위한 작은 의견

by 윤영진 posted Apr 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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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다툼의 주역으로 게시판을 어지럽힌 것에 모든 분께 사과드립니다."



* 온라인의 글 다툼은 왜 일어날까?


온라인 글 다툼의 구조와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한
우스개소리 중에 “짜장면과 짬뽕 다툼”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실 겁니다.

그 이야기에 빗대어 말하자면,

누군가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건넬 수 있는 다양한 말의 표현을 예시해 보자면…

1) “야! 맛있겠다. 잘 먹어∼”

2) “짬뽕이 더 맛있는데… 왜 짜장을 먹지?”

3) “나중에 어디를 가봐. 그 집 짜장면이 참 맛있어.”

4) “짜장면 먹을 때 식초를 몇 방울 섞으면 더 맛있어!”

5) “꼭  촌것들이 짜장면만 먹지…”

6) “맛은 있지만 이게 화학조미료 범벅이야∼”

.......등등 수많은 다양한 대사가 있을 것입니다.


위 예시된 글의 주요 명사를 오디오 브랜드나 모델,
장르나 스타일 등으로 대체해서
상상해 보면
거의 모든 오디오 동호인들의
일상적인 글과 다름이 없습니다.

동호인들 간의 취미 공간에서 온라인 글쓰기를 한다는 전제로
위 몇 가지 대사 중에서 가장 권장할 만한 대사는
3)과 4)항일 것입니다.

상대방이 즐기는 것을 인정하고
별 부담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그걸 더 충실하게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나
정보를 주고받는 내용입니다.
1)을 제외하면 다른 예시들은 거의 다
초장부터 글 다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대사들입니다.

3)도 그 자체로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 개입하면 위험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니야! 거기 엉터리야 어디어디가 진짜 좋아!”라는 식으로
다른 사람이 개입하게 될 때입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4)항도 꼭 안전한 것만은 아닙니다.
“식초 넣어서 맛있다는 말 처음 들어 보네. 별 이상한 넘 다 보네!”
식의 반론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로 4)를 남발해서 야단도 많이 맞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곳곳에 글 다툼으로 번질 요소가
지뢰처럼 깔려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투적으로....

“좋군요. 멋집니다. 축하합니다… ”
등등의 대사만 서로 오고간다면
취미 활동의 영역에서 서로 기대감을 충족할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 지혜로
이런 위험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짜장면 애호가 모임에 갑자기 누가 나서서

“짜장면은 안 좋다. 짬뽕이 좋다.”

라고 말했다고 해서 일제히 그 사람을
비난하고 나서서 싸우지는 않는 것입니다.

여러 짜장면 애호가들은 즉각적으로 기분이 안 좋겠지만
이런 작은 문제가 큰 글 다툼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경험적 지혜’가 발동해서

일단 자제해서 말을 아끼고,
누군가가 대표로 나서서 중재를 시키는 노력을 합니다.

“네, 저도 짬뽕도 좋아합니다.
짜장면도 맛있고 짬뽕도 맛있지요.
음식이란 다양한 맛을
골고루 즐기는 것이 제일 좋지요.”

그러면 처음 문제발생적 대사를 날린 사람이

“네, 저도 짜장면을 먹지 말고
짬뽕만 먹자는 건 아니었습니다.
언제 한 번 저희 짱뽕 애호가들과
함께 어울려서 같이 즐겨보지요.”

“네, 언제 날 한 번 잡아서
서로 좋아하는 걸 바꿔서 먹는 모임 함 해보지요.”

“.... 화기애애 ......”


보통 이렇게 되면 위기 요인이 제거되고
기분 좋은 결과를 낳음은 물론

사건이 일어나기 전보다 더 좋은
지평의 확대가 되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다 보면
나중에 정말 웬만한 노력으로
진정이 되지 않을 정도의 사태가 발생해도
수습을 쉽게 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글 다툼은 초기에
이런 익숙한 패턴이 무너진 데서 발생합니다.

짜장면 애호가 수백명이 있는 곳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짜장면은 맛없다. 짱뽕이 좋다!”

라고 돌을 던진 것입니다.

이미 이런 사례에 대해 수차례 ‘경험축적’이 된
짜장면 애호가들은 일단 기분이 나쁘지만
숨을 고르고 자제를 합니다.

쓸 데 없는 분쟁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경험적 지혜입니다.

다음 차례로 오지랖이 넓은 저 같은 사람이 나서서
정해진 대사를 칩니다.

“네! 저희가 짜장면 애호가들이지만
짬뽕도 좋아합니다.
음식은 모두 각각 고유의 맛이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즐기는 것이 최선이지요.”

다시 찾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썼던 “첫 댓글”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순서에 입각해서 나올 상대의
다음 대사가 안 나오는 겁니다.

“네! 저도 뭐 꼭 짬뽕만 최고라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짜장도 맛있지요.
다만 여러분이 너무 짜장면만 드시는 것 같아서
다른 것도 드시라는 의미였습니다.”

라는 대사가 나오면
긴장되었던 분위기는 금방 누그러지고
다시 맛있는 식사분위기로 돌아가게 됩니다.

기대했던 대사가 안 나오자
은근히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대사를
독촉하는 대사가 자꾸 나오게 됩니다.

중재자의 활동이 상황 수습을 쉬 못하자
경험적으로 관망을 하던 짜장면 애호가들이 술렁이며
한 두 마디 개입을 하게 됩니다.

중재자는 서둘러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상대방에게 필요한 대사를 하라는
압박을 강화시키는데
이런 압박은 오히려 상대를
강격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냅니다.

점점 식당이 시끄러워지자 눈치를 느낀
짬뽕 애호가들 몇이 나타나서,

“무슨 일이야? 누가 짬뽕 갖고 비난했어?
수가 많다고 다구리 놓는 거야?”

........

이 시태가 되면
쉬 수습은 물 건너간 겁니다.

애초에

3번 정도의 말이 오고가면 무난히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찾을 수 있던 것인데…

최근 있었던 글 다툼도 바로 이런
패턴을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알면 대처하기 쉽다고 했습니다.
이번의 사례가 그냥 지나가고 잊혀지기보다는
왜 쉽게 넘어갈 일이 커졌는지를
면밀히 반추해 보고,

어느 시기에 어떤 대사와 태도가
유효적절하게 활용되어야
이런 쓸 데 없는 낭비적이고
감정 소모적인 글 다툼이 미연에
방지되는지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지혜로운 자는 잘못된 과거에서
가장 큰 교훈을 얻는다고 하듯이

앞으로도 빈발할 수밖에 없는 이런 패턴의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저를 포함해서 모두가
초기에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하기를
기원합니다.

스스로 자책과 반성을 하면서
앞으로 잘하겠다는 마음 다지며
글을 덧칠했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께 사과드리며 양해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