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장기

LEAK TL101

by 정기섭 posted Nov 30, 200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젠 영국보다는 우리나라가 빈티지를 수리할 수 있는
기술자들이 훨씬 많은 곳이다...라는 사실입니다.

제 리크(LEAK) TL/10.만해도 영국에서 수리를 해 왔건만
한동안 많이 아파했었지요

하긴, 원래 태생은 영국이었으니...
제 손에 이끌려 히드로 공항에서 나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머나먼 아시아의 이국 땅, 한국으로까지 시집와서 고생도 실컷하긴 했지만...
구경하나는 잘 하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50여년에 걸쳐 오랜기간을 살아오느라 그 기능을 다해서인지..
이젠,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몸안에 장기들은 이미 수명을 다해서
골병이 들대로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그동안 너무 무리하게 대했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한동안은 ... 제대로 거동조차 힘들어 했는데....

그런데 한국에서 훌륭한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서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장기와 피를 수혈받더니 이렇게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제 곁에 돌아온 것입니다..
더군다나 속만 뜯어 고친것이 아니라 겉모양도 성형을 좀 했지요.
트랜스를 뜯어내서, 검은 코일타르 색깔로 다시 화장을 한후에, 단단히 조여서
내장의 열화와 진공관의 노후화로 생긴 트랜스의 떨림으로 발생했던 간격을
이번에 다시 단단히 조였습니다.
물론 보기에도 깨끗하고 산뜻해 보였지만, 소리 또한 똘망똘망 찰져졌습니다.

집도했던 의사선생님 말씀이 최근에 이렇게 깨끗한 TL10 보기는 어렵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원래 TL10 이 영국의 BBC방송국에서 주로 쓰던 기계였기 때문에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 남은 놈들은 얼마 안되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거의 모든 장기를 새로 이식받은 TL10의 속모습입니다.

그런데...
새로 이식받은 장기들중에 은색깔이 나고 겉모습을 비닐로 뒤 덮은 모양의 콘덴서 5개는...
의사 선생님의 부탁으로 제가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수소문해서 영국으로부터
직접 공수해 온  NOS-New Old Stock- 입니다.
용량은 0.1uF 으로 350 V 이죠.

TCC Capacitor 라고 불리는 이 물건은 세계 2차 세계대전을
전후 해서 영국의 한 업체가 대포에 쓰이는 부품으로 만든 것인데...

전쟁이 끝나자 일반 산업용으로 사용했지만 제품은 너무 좋았으나,
제품 단가가 맞지를 않아서
결국은 제조회사가 곧바로 망했기 때문에
더 이상 생산이 되지 않은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영국인들이 누구입니까?...
보시다시피 50년전에 만든 콘데서가 포장된채로 겉봉도 뜯지 않은 것을 헐값으로
이번에 구입하여 테스트 한후, 온전한 제품만을 엄선하여 이번,
이식 수술에 사용한 것입니다..  

50여년의 긴 시간에 비하면
비록 약 2주간의 짧은 병원신세였지만
저에게는 2주간도 그리움이 사무칠 정도로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녀석들이 이 놈을 대신해 주긴 했지만
TL 10의 자리를 대신 메꿔주진 못했습니다.

이제 되돌아 온 이 놈을 보고 있자니...
(아니,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이 앰프를, 이 놈이 아닌 이 분으로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새삼 내 늙으막까지도 같이 해로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집에 되돌아 온 기념으로
야심한 밤에 분위기 잡고, 가족사진 한방씩 찍었었지요....^^

.............................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이란 이래서 이혼도 하고 내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한평생을 해로 할 것 같더니만
이 분께서 같은 형제뻘인 ST 50 에게 밀려나더니...
얼마안가서는 결국!
또 다른 형제인 리크 TL25 Plus 에 완전히 쫒겨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