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두 얼굴을 동호회에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제공입니다. 탄노이 애호가들의 기질은 대체로 소극적이고 폐쇄적이고 점잖습니다. 탄노이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 주에 어떤 분은 심지어 “탄노이는 가구적 호사스러움 때문에 사용되는 스피커”라는 무식한 소리를 합니다만 사실 탄노이 유저 중에 누구도 가구적 아름다움이라는 허영 때문에 탄노이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소리를 들어도 탄노이 사용자들은 그냥 지나칩니다. 각자 마음대로 생각하라는 것이 탄노이 애호가들의 생각인 것이지요.
알텍 동호회나 도이치 동호회는 기기에 대한 정보교환이 매우 활발하고 토론이 너무 열띠어서 거의 전투 수준까지도 가곤 합니다. 우리에게는 진짜 안 맞는 양식입니다. 탄노이 유저들은 그저 조용하고 극성스럽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스피커의 역사나 제원이나 매칭에 대하여 모르는 채로 수년씩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제가 최근에 알게 된)은 RE604싱글과 12인치 레드로 대편성곡을 듣고 계시기도 했습니다. 1.4W짜리 앰프에 최소요구 출력이 4W인 스피커를 매칭시킨, 말도 안 되는 조합을 갖고 계신 거지요. 그렇게 매칭시켜준 엔지니어가 문제지요. 탄노이 유저들은 그러한 경우에도 음악이란 본래 그런 것인가 보다 하고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에게 묻기에는 너무 수줍은 성격이고 또 어쨌든 수선스러움을 싫어하니까요. 사실 탄노이를 들으며 극성스럽게 나서는 분들(이런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은 자기 기질과 스피커의 매칭을 다시 고려하셔야 합니다. 알텍이나 유로딘이나 웨스턴 등의 대형 혼 타입이 더 어울리는 분들입니다. 빅 마우스(big mouth)이지요.
근본적으로 <두 얼굴>은 정보의 제공을 위한 글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닙니다. 글에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그림을 바라볼 때 거기서 내용만을 보지는 않습니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볼 때에는 해바라기라는 내용만 읽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미적 의미가 있고 이것은 회화의 양식에 속하는 문제지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든 일단 그것이 글이 되면 단지 정보 제공만으로 그칠 수는 없습니다. 그 경우 그것은 상품 목록이지 글은 아닙니다. 라틴 문학의 최대의 보물은 쥴리어스 시저의 <갈리아 전기>로서 그것은 고올(현재의 프랑스)지방민들의 유래와 습속과 기질과 정치 제도에 관한 보고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뛰어난 문학 작품입니다. 보고문은 단지 보고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예를 들면 월드컵 한국․프랑스 전에 관한 우리나라 신문의 기사와 외신 기사를 비교해 볼 노릇입니다. 외신 기사는 경기 내용에 관해 심층적인 분석을 할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훨씬 포괄적이고 표현은 대단히 우아하고 재미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기사는 사막처럼 삭막하고 폐허처럼 무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술과 공업 수준과 우리나라의 인문적 수준의 차이가 이렇게 큰 거지요.
어느 분인가 <두 얼굴> 몇 편을 읽기가 부담스럽다고 하십니다. 제가 제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지요. 인터넷 글들은 정보나 올리고 맞춤법이나 문법은 마구 틀리고 도대체 읽는 즐거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런 글이 되어야 마땅한 것인가요? 오로지 필요와 목적과 피상적인 향락만을 위해서는 어떤 일인가를 하지만 즐거움과 과정에 대해서는 몰취미한 분들이 드물게 있습니다. 저는 갈등에 빠졌습니다. 왜냐하면 <두 얼굴>은 진행될수록 더욱 인문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지니까요. <ED 앰프>나 <여성과 오디오>편은 거의 완전히 서양사와 동물사회학과 인문과학에 연관된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쓸데없는 이야기하지 말고 오디오에 대해서나 말하라는 생각을 갖고 계십니다. 고등학교 참고서와 다른 양식의 글은 이상하게 느끼나 봅니다. 대학입시가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느끼시는 분들은 안 읽으면 안 될까요. 그냥 지나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분들이 있으면 마땅히 싫어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만, 중이 절 싫으면 뜨면 되는 것이고 마시기 싫으면 술좌석을 떠나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