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샠, 어디서 새빨간 거짓말을...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왕년에 저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어쭈, 점점...하실지도 모르겠으나, 그 사실을 고백한 여자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여자들엔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저는 저를 잡아끄는 매력을 가진 여자에게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아주 드물었지요. 드물어서 더 그랬습니다.
지금에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야 하는 처절한 신세가 되었으나,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예외없이 받아주고 예외없이 잘해줄 걸 그랬나, 그럼 하나쯤이라도 다시...하는 일말의 아쉬움은 간간히 들긴 하지만....
빈티지라 할만한 오래된 옛 물건들을 보면 관심을 끄는 비율과 빈도가 여자들의 경우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관심을 끄는 놈은 어떻게든 잡아 직접 이리저리 다뤄보면서 그 놈의 감창甘唱을 들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저는 다소 거칠고 격하게 다루는 편이고 그럼으로써 그 놈을 소유한 쾌감을 만끽하려 드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다치게 하거나 망가뜨린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제 수준이나 능력에선 앰프 부분은 더 어찌해볼 것이 없을 것 같다는 걸 예감한 이후론
그 동안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던 스피커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그 중에서도 요 근래엔 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았는데, 혼의 종류에 따른 소리 차이가 제 예상 보단 훨씬 큰 까닭이었습니다.
예상을 넘는다는 것은 새롭게 배우고 깨우치는 게 있다는 것이고, 그런 일엔 누구라도 집중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동안, 제게 걸려드는 건 직접, 그렇지 않은 건 다른 분들의 것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면서
저는 운 좋게 제게 맞는 혼을 빨리 구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혼, 멋진 혼 많습니다. 그들은 제각각 생긴 모양대로 제각각 다른 소리를 냅니다.
개중에서 나는 저놈으로 할래, 하고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다행히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 하는 것엔 밝은 편이어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결정이 내려지면 다른 것들엔 쉽게 소유욕을 끊어 버립니다.
소리길목의 어느 부분이든 그 놈 혼자서 소리를 내거나 결정하진 못합니다.
최종적으로 우리의 귀에 전해져 오는 소리는 그 소리가 지나온 경로에 관여하는 모든 부분들의 합창과 같습니다.
어떤 게 매우매우 좋더라, 하는 얘기들이 부질없는 것일 경우가 많은 건 그런 까닭입니다.
내가 좋다고 해서 남들에게도 좋을 까닭은 없으며, 남들이 좋다고 해서 내게도 좋을 까닭은 없다.
그 정도의 인식은 기본이어야 할 것입니다.
수많은 여자들 중 어떤 한 여자가 내 여자가 되면, 그 여자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여자라는 보통과 일반의 범주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여자라는 특별함과 고유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한들 그것은 내게만 그런 것입니다. 내게 고유한 그 여자는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일반적인 여자일 뿐입니다.
빈티지는 내 것이 되는 순간, 나만의 것, 나만의 소리란 어떤 고유성을 갖게 합니다.
그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 그런 것을 만나는 건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틀림없이 자기가 뭘 원하는지, 뭘 좋아하는지...그렇게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을 아느냐에 따르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사진의 혼은 알텍의 311-60 이란 주물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