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디오에대해서 문외한의 시절이었으니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이 바늘 트랜스를 보면 생각나는 일이 영화처럼 스쳐가며 빙그레 웃음을 머금케합니다..
언젠가 시골 친정집에 일이 있어서 내려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이는 바쁜일이 있어
저 혼자 내려 가야할 형편이었습니다.
그이를 혼자두고 가려고하니 오디오를 가지고 무슨 일을 저지를 것같은 마음에
약간은 불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기차를 타고 차창밖을 바라보아도 그이와 오디오가 번갈아가며 연상되는 것이
몸은 기차를 타고 시골을 향하고있는데 마음은 그이한테로 자꾸 쓰여지는 것이
얼른 시골을 다녀 오고픈 마음뿐이었습니다.
시골집에서 서울로 올라 오려고 문을 나서는데 친정 아버지가 무엇을 주셨습니다.
" 이게 뭐에요 ? , 아버지 "
" 구서방 술 좋아하잖니 , 두어병 넣었으니 갖다줘라 . "
" 그렇잖아두 술고래인데 , 아버진...., 고맙습니다 , 잘 먹을께요 "
술 좋아하는 그이를위해 아버지가 주시지 않해도 슬쩍 가져오려고했었는데
잘됐다 싶었습니다.
대신 고맙다는 말을하고 시간이 촉박하여 기차역으로 정신없이 달려갔습니다.
저녁노을이 뉘엇뉘엇 넘어가려고 할때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이는 무얼 만지고 있었습니다.
" 여보 , 아버지가 당신 좋아하는 술을 주시던데.... "
" 뭘, 나까지 생각허시구 ? , 고맙다고 말씀드리지 그랬어 "
" 아 무 렴."
부엌으로 들어가는데 그이는 어디로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 야 , 기봉아 , 빨리와봐, 근사한 술이 들어왔는데 혼자 먹기가 그러네 "
같은 고향친구가 근처에 살고있었는데 그분은 그이에겐 오디오에 관해서는 고마운
공범(共犯)이신 분이셨습니다.
그분 집에 오디오를 잠깐 모셔뒀다가 빌려오는 것처럼 들고 오게하는 것이
그이의 일종의 수법이었습니다.
저녁도 안든 상태에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그 독한 술을 거의 비워가고 있었습니다.
" 어이 친구 , 바늘트랜스 주어서 고마우이 , 이래서 친구가 좋다니까 !."
그이는 취해가니까 친구가 공짜로 주어서 고맙다라는 말을 무척 강조하는 것같았습니다.
그것도 내가 들으라고 하는 것처럼 혀꼬부라지는 큰소리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복되는 허구의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게끔하는 그이의 또 하나의 고도의 수법이기도
했습니다.
얼마후 친구분 부인한테서 빨리오라는 전화가와서 그분은 돌아가면서 하는 말이
" 어이 친구 , 티훠리만이다, 조만간에 ..."
그이의 친구분은 알지못할 눈웃음을 흘리면서 유유히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이의 친구분이 " 티훠리만" 이라고 하는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 건지는 몰랐으나
트랜스를 공짜로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생각하며 트랜스의 이름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이가 술에취해서 푸푸거리며 무어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 티훠리만이라 ? , 조금만 DC해주면 안되냐 ? , 너무 비싸 ...,
친구 좋다는게 무어냐 ? , "
방금전에는 술마시면서 공짜를 무쟈게 강조하더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
얼마나 비싼건데 꿈속에서까지 깎아달라는 것인가 ?
대책이 안서는 그이를 답답한 마음에 두들겨 깨우고 말았습니다.
비몽사몽의 정신이라 무엇이라고 대답할지가 궁금했습니다.
" 티훠리만은 뭐고 또 뭘 깎아달라는거야 ? ,
나 없는 동안에 또 일저질렀네요 ? "
"미안허이 , 친구가 하도 자랑도하구 궁금하기도해서 가져왔지 "
" 에이 참, 당신은 그 궁금증때문에.... "
그이를 취조(?)해본 결과 티훠리만이란
티 :Transformer
훠리 : Fourty
만 : 萬
이라는 그들만의 암호였든 것이었습니다. 동그란 트랜스 알맹이 두개값이 비싸니
그이는 깎아달라는 모양이었습니다.
며칠동안을 내 눈치를 살피며 트랜스값을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몰라하는 행동이
내눈에 역력히보여 큰맘먹고 해결해 주었으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설상가상으로
내 보석함은 무자비하게 그이의 MC트랜스의 안식처로 변해있었습니다.
후일 변덕이 심한 그이는 트랜스 속을 들여다봐야 별다른 것이 없는데도
궁금한 사람의 행동처럼 가끔씩 열어보는 것이 재미있는 듯 했습니다.
또 이것을 오토폰트랜스라 하지않고 티훠리만 트랜스라고 부르는 걸보면
스스로 만들어보는 재미에 애착을 느끼는듯도 했고 결국은 티훠리만이라는
이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