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내겐 과분한

by 김도형 posted Feb 19,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일요일 오후 난 혼자서 음악을 듣고 있다.
 내 서재의 텔레풍켄 o85는 듀크 조단 트리오의 `플라이 투 덴마크\'를 울린다.
 마음에 평화가 깃드는 충만감이 인다. 얼마전 독일 이베이에서 구입한 V69a 출력관 4알을 신품으로 교환했더니 소리가 더 명징해지고 풍부해진 느낌이다.
 오디오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지만 재즈 음악만큼은 30년전 대학시절부터 들어왔으니 좀 안다고 할까. 지난해말 일본 재즈 중고샵 디스크 유니온에서 사온 듀크 조단 트리오은 비록 일본 라이선스로 1천엔 이하의 싼 가격이었지만 음질과 음악의 깊이만큼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기쁨을 안겨준다.

 요즘 음악을 듣는 즐거움에 다시 빠질 수 있게 된 것은 동생으로부터 현재 오디오 시스템을 양도받았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독일제 빈티지(프리는 v87(개조), 플레이어 emt930st, 카트리지 tsd15, cdp wadia21)는 내가 써도 좋을 정도인가 할 정도로 내게 과분한 시스템이지만 열심히 듣는 게 물건을 준 사람에 대한 예의같기도 하다. 3년동안 방치한 것이어서 수리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었지만 돈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 날 다시 음악과 소리의 세계로 이끌어주었으니까.

 나이들어 음악이란 취미를 갖는 것은 나쁘지 않는 것같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가지 문제는 아내는 별로 탐탐치 않은 눈치. 아내도 음악을 좋아하지만 내가 동굴속에서 틀어박혀 있다는 느낌, 즉 소외감을 좀 느끼는 것같다.
 기회를 봐서 널직한 안방으로 시스템을 옮겨서 같이 차도 마시고 음악도 듣으면 이야기를 들을 시간을 늘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음악과 오디오의 세계에 다시 발을 딛으면서 소리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 인터케이블도 좀 바꾸고 싶은 생각에 오디오 사이트를 기웃거리면 추천을 부탁하는 글도 남겼더니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그만큼 선택의 어려움도 늘어났지만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음악이 주는 평화의 시간, 소중한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