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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그라프의 초대

by 김석일 posted Apr 2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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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좋고 물좋은 곳이라는 유래가 말해주듯 무등산 초입에 위치한 동네이지만, 지금은 많은 아파트와 주택이 들어차있다. 하지만 언덕배기 명당자리에 고급 주택가가 전원적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 오래도록 보금자리를 삶고계신 정**님이 왜 더 좋은 현대적 아파트로 이사가지 않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푸근하고 사람사는 동네다운 것이 좋아서이기 때문이리라.

음악광으로 알려진대로 7, 8평 남짓한 큰방에 청음실에는 CD가 한쪽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맞은 편에는 탄노이 오토그라프가 장대하게 자리하였다. 직각으로 한 편에는 알텍 마그니피션트가 위치하였는데, 워낙 큰 오토그라프의 어깨밖에 오지 않는지라 작게 보였다.

탄노이 레드 15인치 빨강배꼽을 장착한 오토그라프는 외관이 새신부처럼 깨끗하고 예뻣다. 반면, 802D 압음기와 803B 저음기를 장착한 마그니피션트는 신부보다 키가 작은 강한 모습의 신랑같았다. 오토그라프는 트랜스 프리(이** 회원님 자작품)와 역시 자작품인 300B 싱글 모노모노 두덩어리에 매칭되었다. 음색이 부드럽고 온화했다. 느긋하게 들렸다. 마그니피션트는 마크레빈슨 프리 ML1과 동 파워 ML2 모노모노 두 항공모함(?)에 물렸다. 그 소리는 힘이 꽉 차있고 특히 중저음이 육질감이 있고 양감이 풍부했다. 영낙없는 부부 오디오 같았다. 부드럽고 아늑한 오토그라프를 신부로 신랑 마그니피션트가 엄청 힘을 쓰고 있었다.

이 칼라가 서로 다른 두 시스템이면 모든 장르의 음악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청음실에서 평안하게 음악의 술을 마시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고 행복함이 느껴지는 정**님의 오디오 라이프에 너무도 한국적인 사모님의 내조의 공이 느껴지는 것은 내가 극진한 대접에 취해서일까? 오디오와 음악은 또한 행복한 가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산수동 어둠이 내린 언덕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