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다시 태어난 오토그라프

by 박영채 posted May 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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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탄노이와의 인연은 1985년경이다. 국내에서 제작된 GRF메모리 통에 영국에서
수입한 탄노이 15인치 유닛을 장착한 GRF메모리였다.
앰프 역시 영제 쿼드405 메인앰프와 프리44, 당시로선 탄노이와 베스트 매칭으로 알려져
인기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발을 들여놓은 탄노이와의 인연은 그 후 웨스터민스트 HW와 12"실버 유닛의 미니 오토그래프에서 현재의 15"실버 오토그래프로 이어 왔다.
오토그래프는 독특한 음향적 구조와 가구 적 품격을 지닌 디자인에서 공명과 공진이 적절이 어울 어진 극히 자연스런 음이라고 들 한다.
특히 현의 아름다운 음색과 질감, 고색창연한 품격, 그 소릿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 낭랑하고 여유로운 소리가 크다란 인크로저 안에서 뭉실 뭉실 흘러나올 때는
장강의 큰 파도가 앞 파도를 밀고 넘어오는 것보다 더 유장한 느낌을 주거든요.“

“한번 빠져 들면 헤어 나올수 없는 마약 같은 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 현 소리를 누에가 명주실을 뽑듯이 한 올 한 올 뽑아내는 비단결같이 고운스피커, 은회색의 은은한 소리를 내는 고고한 스피커 그러나 피아노나 째즈에는 잼뱅이인 스피커, 그래서 악마가 공존하는 스피커인가 보다.”

이렇게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찬사를 보내는 탄노이 동호인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오토그라프를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은 뿌듯한데 진정 그와 같은 공감은 채울 수가 없었다.

2년 여 전부터 탄노이 동호회 사이트에서 열을 올리며 오토그라프 통의 울림을 개선하는 방법이 소개됐다.
통속 유니트 뒷면에 흡음재로 양모를 붙이니 고역이 부드러우면서도 맑아져 상큼한 쾌감을 느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작업을 나는 이미 10여 년 전에 했어”  하고 허세를 부렸던 것이 탄노이 오토그라프의 진정한 음을 잃어버리고 구동하는 앰프와 튜닝 선재들만 탓하며 생고생을 해온 것이다.

양모를 붙이면 그렇게 소리가 좋아질까? 의구심은 들었지만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하고 필요한 양의 양모 (저밀도 9미리)를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다.
작업을 위해 조심스럽게 스피커를 빼어내고 쳐다보는 순간  “아! 너무 과 했어”  스피커 뒷벽 삼면을 꼼꼼하게 인조 솜으로 꽉꽉 채워놓았었다  물론 내 작품이다.
당시 탄노이 소리는 통소리만 조절하면 최상 일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해놓고도 통에 대한 의심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양모 부착에 있어서 적절한 크기라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데 스피커 유닛 크기 만 한 것이 제일 좋았다고 한다.
나도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이 뒷면 각진 부분을 고려해 적절하게 부착하였다. 처음에는 뒤 양쪽 옆부분을 빈자리 없이 붙여 보았으나 조금 더 고역의 상쾌함을 위해 옆 날개 부분을 짤라 냈다.

이 작업은 대성공이다. 맑고 경쾌한 고음, 음의 잔향이 자연스럽게 홀을 휘감는 느낌, 그동안은 중 고음이
무엇에 눌려져 답답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말끔하게 가셨다.
양모와 인조 솜의 흡음관계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지만 양모의 경우 중고음의 흡음율이 인조 솜에 비해 낮은 것 같다.
그래서 백로드혼으로 돌아 나오는 중고역이 맑아 자연스런 잔향의 표현이 은은한 은회색의 고고한 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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