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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음과 재생음

by 윤영진 posted Oct 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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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걸님의 글과 예병수님의 훌륭한 글에 사족을 붙여봅니다.

<원음과 재생음>

원음을 직접 눈으로 보는 풍경으로 비유하자면
재생음은 '사진'이나 '그림'으로 카피된 '비주얼'로 예시됩니다.

사진이나 그림이나 모두 원래에는 "얼마나 실제 보이는 풍경"을 실제처럼 묘사하는가로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점점 인간의 미학과 감성이 결합하면서
"실제 보이는 대상의 미학적 재해석과 재구성"이라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납니다.

몽드리앙의 한 작품 중의 직선 면분할이 본래는 "나무"를 묘사한 것이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 작품은 물론 정밀한 나무 사진보다 수만 배나 값이 비쌉니다.^^

원음을 추구한다는 것은 "지속적 명제"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오디오 취미에서 '절대성'은 아닙니다.

물리적 특성에서 가장 원음과 가깝게 재생된 스튜디오 모니터음을 들어보면
오디오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그처럼 광분할 의미를 찾기 힘듭니다.

야채로 셀러드를 만들어 먹을 때, 야채의 원래 참맛을 즐기겠다고
그 야채만 먹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각종 드레싱을 취향대로 만들거나 선택해서 가미해 먹습니다.

어떤 사람은 드레싱의 맛이 소재의 맛을 덮을 정도로 강한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살짝 소재의 맛을 북돋을 정도만의 가벼운 맛을 좋아하고....

오디오 취미는 원음에 대한 '레퍼런스'를 '이상향'으로 추구하되,
각각의 개인이 갖고 있는 개성적 차이점을 반영한 '로망'의 추구라고 봅니다.

서울에서 부산을 갈 때,
사람마다 로선을 달리 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다만, 서울에서 부산 까지 최종 목적지를 벗어나지 않게 '방향과 좌표'를
기준잡아주는 것이 '원음'이라는 추구 목표입니다.
원래는 부산 게겠다고 했는데 광주로 가는 것을 막는 정도?

각각 서로 다른 경로를 택하는 '취미성과 기호'가 오디오 취미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내 것만이 옳다"는 독선보다는 "야! 저런 다른 좋은 것도 있구나!"라는
유연한 호기심과 흥미와 감동으로 보다 자신의 청감각을 살찌우는 것이
오디오 취미의 가장 즐거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초월적 가치관과 인생관을 갖게 될 때 쯤이면
귀도 잘 안 들리고 몸도 노쇄해서 자연으로 회귀할 때란 아쉬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