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리스 고전 비극을 읽을 때마다 진보에 대해 회의적이 되곤 합니다. 지금부터 이천 오백년 전의 드라마가 현대의 어떤 드라마에 못지않게 감동적이고 충격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언제나 놀랍니다. 비극적 운명을 겪은 오이디푸스 왕은 외칩니다. “아폴론이다, 친구들이여, 아폴론이다. 내가 아니다. 이 재화와 양화를 불러온 것은 내가 아니다. 그러나 나의 눈을 찌른 사람은 나 자신이다.”
누구도 운명을 이길 수는 없지요. 그러나 그 운명에 저항함에 의해 인간다운 용기와 존엄성을 보인다는 신념을 이렇게도 간결하고 힘차게 표현한 문학을 그 이후로는 못 찾았습니다. 정말이지 그리스 예술은 탁월합니다. 이것뿐이 아닙니다. 그보다 7백 년 전 에 기록되었다는 구약의 아가도 이에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그대의 눈은 베일 뒤의 비둘기와 같고....”
현대는 확실히 생산성과 정보의 교환에 있어 과거와는 비교될 수 없는 효율성을 보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헛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운명과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통찰에 있어서는 현대인이 동굴 속의 크로마뇽인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타미라와 라스코의 동굴 벽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코랫지오의 회화보다 덜 아름답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오디오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고전관이나 고전 트랜스에 대해 열광하니까요. 확실히 30년대와 40년대의 오디오 부품들은 우수합니다. 이것은 현대에 복각된 300B와 40년대의 300B 각인관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복각된 300B는 오랜 시간을 들으면 어딘가 냉랭하고 무표정합니다. 그러나 40년대의 300B는 정숙하고 품위 있고 스미는 듯한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오디오는 퇴보한 것일까요?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합니다.
오디오의 제작 기술 자체는 진화했습니다. 저는 몇 개의 빈티지 앰프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일단 노이즈가 심하고 또 해상도도 떨어집니다. 저는 WE 91B를 한때 즐겨 들었습니다만 사실 별로였습니다. 오히려 WE 91B와 동일한 출력 트랜스(171A)를 사용하여 제작했을 때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101D와 216A로 드라이브하고 171A를 아웃트랜스로 사용한 앰프를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부품은 빈티지가 좋다. 그러나 제작 기술은 현대에 오면서 개선되었다.” 그러므로 과거의 부품을 사용하여 제작했을 때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라인 스테이지
101D, 101F, 102D, 104D, 205D......
이것은 제가 계속 실패해온 목록입니다. 저는 WE의 라인단 시리즈 (120,129,130 등등)가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97A가 우수한 출력트랜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무튼 WE의 완제품들을 별로 좋게 듣지 못했습니다.
우선 소리가 둔합니다. 거칠고 해상도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285E를 입력으로 하고 197A를 출력으로 제작에 나선 것이지요. 끊임없는 실패였습니다. 아니, 실패는 아니었습니다. 일단 노이즈는 없고 나름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었으니까요. 성실하고 실력 있는 엔지니어를 만난 덕분이었습니다.
문제는 제 욕심은 한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저는 물리적 특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품위 있고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이 실패의 와중에 WE 49B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작을 중단했습니다. 원하는 소리를 만난 것이지요. 아름다웠습니다. 정숙하고 고요하고 스미는 듯하고 단정한 소리 -제가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이제 라인 스테이지와 관련한 저의 방황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렇게 몇 년이 흘렀습니다. 이 와중에 49B를 한 조 더 마련하기 까지 했습니다. 한심하고 탐욕스런 오디오 광이네요.
제작을 향한 열망이 다시 불붙은 것은 미국의 어떤 웹사이트에서 라인 스테이지 제작기를 우연히 읽었을 때입니다. 216A! 그는 웨스턴 216A를 전압증폭관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는 궁극적인 라인단을 가지게 되었다고 자랑합니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읽고 무심하게 앉아있다면 오디오 광이 아닙니다. 오디오에 대한 열망이 다시 불붙으니 먼저 무분별해집니다. 눈에 핏발이서고 안절부절 합니다. 집안을 훌러덩 뒤집어서 어느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트랜스들을 끄집어냈습니다. 두 조의 197A와 한 조의 285E를 발견하자마자 엔지니어 에게 전화했습니다. “다시 미쳐가고 있다”고.
197A. 사연이 좀 있습니다. 7년에 걸쳐 여섯 조 중에서 세조를 선별했고 한조는 팔아먹고... 이제 216A를 마련하러 나섰습니다. 이상하고 신뢰할 수 없는 관! 결론부터 말하면 이관은 멀쩡하기가 아주 힘듭니다. 먼저 중고 네 개, 새 것 다섯 개를 샀습니다. 애재라, 중고는 모두 쓸모없고 새 것 중에서도 두 개만 멀쩡했습니다. 이때까지는 제 박복을 한탄 했습니다. 김용군씨와 두 개씩 나눠 갖기로 하고 다시 네 개를 샀습니다. 전부 꽝! 우린 하늘을 우러러 한탄 했습니다. 120만원이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제가 박복한 것이 아니라 그 관이 원래 그런 관이었습니다. 할 수없이 멀쩡한 두 개 만으로 제작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심한 플러터 노이즈를 냈습니다. 다시 사들여야 했습니다. 이런 저런 고초 끝에 열한개의 NIB를 마련했습니다. 그중 두 개를 동호인에게 양도 했습니다. 그 분은 태연하게 양도 받아 갔습니다만 그 관에 숨어있는 사연을 알았더라면 자못 감동했을 것입니다.
285E-216A-197A. 저는 이런 소리를 꿈에서도 들은 적 없습니다. 아 아, 정말 대단합니다. 이 라인스테이지는 모든 것을 실현시킵니다. 넓고 시원스런 대역, 푸근하고 두툼한 중역, 선명하고 분해력 높은 저역. 그리고 그 화사하고 단정하고 스미는 듯한 아름다움. 이 라인스테이지가 재현해내는 바하의 파르티타는 완전히 새로운 음악으로 다가옵니다. 더군다나 이 까다로운 관이 어떤 험도 어떤 마이크로포닉 노이즈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 웹사이트에서도 노이즈에 대해 여러 번 말했습니다만 내 솜씨 좋은 엔지니어는 완벽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216A가 내는 아름다운 음을 듣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엔지니어에게. 이 1917년에 나온 까다로운 직렬3극관에서 어떤 노이즈도 없다니...216A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통신 부대를 위해 만든 군용관입니다. 먼저 VT-1이 나왔고 다음으로 개발된 것이지요. 메탈 베이스이고 세계 최초의 하이파이 앰프인 7A에 드라이브관과 출력관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스스로가 11개의 특허를 가진 관입니다. 진공관의 역사를 장식하는 관이지요. 이관은 실제적인 쓰임을 위해서가 아니라 콜렉션 용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테니스볼 형태인 것은 101D나 205D와 같지만 외부나 내부 모두 훨씬 중후하고 아름답게 생겼습니다. ebay에서의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중고관은 대부분 믿을 수 없고 NOS의 경우에도 반타작입니다. 전혀 믿을 수 없는 관입니다. 엊그제도 엔지니어가 전화 했습니다. “보내 주신 두 개의 관 모두 쓸모 없다” 고.
파워앰프
저는 동일한 엔지니어에게 PX25 앰프 제작을 의뢰해 놓았습니다. 3A/108A를 초단, 3A/110A를 드라이브관, 페란티를 인터스테이지, 이소폰- 클랑을 출력트랜스로.
완성되면 감상기 올리겠습니다.
누구도 운명을 이길 수는 없지요. 그러나 그 운명에 저항함에 의해 인간다운 용기와 존엄성을 보인다는 신념을 이렇게도 간결하고 힘차게 표현한 문학을 그 이후로는 못 찾았습니다. 정말이지 그리스 예술은 탁월합니다. 이것뿐이 아닙니다. 그보다 7백 년 전 에 기록되었다는 구약의 아가도 이에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그대의 눈은 베일 뒤의 비둘기와 같고....”
현대는 확실히 생산성과 정보의 교환에 있어 과거와는 비교될 수 없는 효율성을 보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헛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운명과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통찰에 있어서는 현대인이 동굴 속의 크로마뇽인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타미라와 라스코의 동굴 벽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코랫지오의 회화보다 덜 아름답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오디오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고전관이나 고전 트랜스에 대해 열광하니까요. 확실히 30년대와 40년대의 오디오 부품들은 우수합니다. 이것은 현대에 복각된 300B와 40년대의 300B 각인관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복각된 300B는 오랜 시간을 들으면 어딘가 냉랭하고 무표정합니다. 그러나 40년대의 300B는 정숙하고 품위 있고 스미는 듯한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오디오는 퇴보한 것일까요?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합니다.
오디오의 제작 기술 자체는 진화했습니다. 저는 몇 개의 빈티지 앰프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일단 노이즈가 심하고 또 해상도도 떨어집니다. 저는 WE 91B를 한때 즐겨 들었습니다만 사실 별로였습니다. 오히려 WE 91B와 동일한 출력 트랜스(171A)를 사용하여 제작했을 때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101D와 216A로 드라이브하고 171A를 아웃트랜스로 사용한 앰프를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부품은 빈티지가 좋다. 그러나 제작 기술은 현대에 오면서 개선되었다.” 그러므로 과거의 부품을 사용하여 제작했을 때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라인 스테이지
101D, 101F, 102D, 104D, 205D......
이것은 제가 계속 실패해온 목록입니다. 저는 WE의 라인단 시리즈 (120,129,130 등등)가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97A가 우수한 출력트랜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무튼 WE의 완제품들을 별로 좋게 듣지 못했습니다.
우선 소리가 둔합니다. 거칠고 해상도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285E를 입력으로 하고 197A를 출력으로 제작에 나선 것이지요. 끊임없는 실패였습니다. 아니, 실패는 아니었습니다. 일단 노이즈는 없고 나름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었으니까요. 성실하고 실력 있는 엔지니어를 만난 덕분이었습니다.
문제는 제 욕심은 한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저는 물리적 특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품위 있고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이 실패의 와중에 WE 49B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작을 중단했습니다. 원하는 소리를 만난 것이지요. 아름다웠습니다. 정숙하고 고요하고 스미는 듯하고 단정한 소리 -제가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이제 라인 스테이지와 관련한 저의 방황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렇게 몇 년이 흘렀습니다. 이 와중에 49B를 한 조 더 마련하기 까지 했습니다. 한심하고 탐욕스런 오디오 광이네요.
제작을 향한 열망이 다시 불붙은 것은 미국의 어떤 웹사이트에서 라인 스테이지 제작기를 우연히 읽었을 때입니다. 216A! 그는 웨스턴 216A를 전압증폭관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는 궁극적인 라인단을 가지게 되었다고 자랑합니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읽고 무심하게 앉아있다면 오디오 광이 아닙니다. 오디오에 대한 열망이 다시 불붙으니 먼저 무분별해집니다. 눈에 핏발이서고 안절부절 합니다. 집안을 훌러덩 뒤집어서 어느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트랜스들을 끄집어냈습니다. 두 조의 197A와 한 조의 285E를 발견하자마자 엔지니어 에게 전화했습니다. “다시 미쳐가고 있다”고.
197A. 사연이 좀 있습니다. 7년에 걸쳐 여섯 조 중에서 세조를 선별했고 한조는 팔아먹고... 이제 216A를 마련하러 나섰습니다. 이상하고 신뢰할 수 없는 관! 결론부터 말하면 이관은 멀쩡하기가 아주 힘듭니다. 먼저 중고 네 개, 새 것 다섯 개를 샀습니다. 애재라, 중고는 모두 쓸모없고 새 것 중에서도 두 개만 멀쩡했습니다. 이때까지는 제 박복을 한탄 했습니다. 김용군씨와 두 개씩 나눠 갖기로 하고 다시 네 개를 샀습니다. 전부 꽝! 우린 하늘을 우러러 한탄 했습니다. 120만원이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제가 박복한 것이 아니라 그 관이 원래 그런 관이었습니다. 할 수없이 멀쩡한 두 개 만으로 제작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심한 플러터 노이즈를 냈습니다. 다시 사들여야 했습니다. 이런 저런 고초 끝에 열한개의 NIB를 마련했습니다. 그중 두 개를 동호인에게 양도 했습니다. 그 분은 태연하게 양도 받아 갔습니다만 그 관에 숨어있는 사연을 알았더라면 자못 감동했을 것입니다.
285E-216A-197A. 저는 이런 소리를 꿈에서도 들은 적 없습니다. 아 아, 정말 대단합니다. 이 라인스테이지는 모든 것을 실현시킵니다. 넓고 시원스런 대역, 푸근하고 두툼한 중역, 선명하고 분해력 높은 저역. 그리고 그 화사하고 단정하고 스미는 듯한 아름다움. 이 라인스테이지가 재현해내는 바하의 파르티타는 완전히 새로운 음악으로 다가옵니다. 더군다나 이 까다로운 관이 어떤 험도 어떤 마이크로포닉 노이즈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 웹사이트에서도 노이즈에 대해 여러 번 말했습니다만 내 솜씨 좋은 엔지니어는 완벽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216A가 내는 아름다운 음을 듣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엔지니어에게. 이 1917년에 나온 까다로운 직렬3극관에서 어떤 노이즈도 없다니...216A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통신 부대를 위해 만든 군용관입니다. 먼저 VT-1이 나왔고 다음으로 개발된 것이지요. 메탈 베이스이고 세계 최초의 하이파이 앰프인 7A에 드라이브관과 출력관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스스로가 11개의 특허를 가진 관입니다. 진공관의 역사를 장식하는 관이지요. 이관은 실제적인 쓰임을 위해서가 아니라 콜렉션 용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테니스볼 형태인 것은 101D나 205D와 같지만 외부나 내부 모두 훨씬 중후하고 아름답게 생겼습니다. ebay에서의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중고관은 대부분 믿을 수 없고 NOS의 경우에도 반타작입니다. 전혀 믿을 수 없는 관입니다. 엊그제도 엔지니어가 전화 했습니다. “보내 주신 두 개의 관 모두 쓸모 없다” 고.
파워앰프
저는 동일한 엔지니어에게 PX25 앰프 제작을 의뢰해 놓았습니다. 3A/108A를 초단, 3A/110A를 드라이브관, 페란티를 인터스테이지, 이소폰- 클랑을 출력트랜스로.
완성되면 감상기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