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오늘은 참 희한한 날이었읍니다

by 전태규 posted Apr 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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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재활용품 센타에 작은 중고 냉장고하나 사려는 친구를  따라 갔다가 구석에 먼지를 잔뜩뒤집어 쓰고 오래도록 구박 받고 있던 물건 하나를 발견 하였읍니다.
전면 판넬의 아크릴에 처음보는 이상하게 생긴 새 두마리가 콩나물 대ㄱ 리를 물고 하늘로 날아 오르는 그림이 있었고 그것이 이상하여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제비라고 그린  그림이었으며 그 제비두마리 사이에 THE FISHER 이라고 큰글씨가 아주 폼나게 떡 박혀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하여도 나는 아주 무식한 축에 드는 편이라서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똥집어먹은 봉사눈을 하고는 어설픈 더듬수를 놓는순간 좌측상단 구부능선어름에 그것도 아주 작은 글씨로 딱 요만 하게 500-c 라고 보일똥 말똥 쓰여 있는것이 내눈에 확하고 들어 오는것이었읍니다.순간  심청아비 심학규 눈뜨듯이 모든것이 환하게 보이면서  바야흐로 까막눈에 어두운 먹통석두가  열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읍니다.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에 거처를 정하고 몇백년 누대로 살아온죄로 오늘 비로소 드 피셔를 처음보는 순간이었읍니다.
짐짓 어리석고 우둔한인간의 모습으로 말을 질질 흘리는데...
진공관에 관한한 단군갑자이래 몇안되는 축에 든다는놈이.
내가 생각해도 기가찬 말을 늘어놓기 시작 했읍니다.
" 아저씨 이거이 뭡니까?"
순간나는 가문의 내력과 집안의 선대의 위대함을 기억 하지 않은것은 아니었으나 이미 그러한 사대부 가문의 후예로서 그품위를 지키고자 하지 않았으며 다만 최대한 어리석은 인간의 측은함으로 신체의 모두를 위장하여 나의 높은 지식과 출충한 인격을 감추기로 하였읍니다.
"나도잘은 모르긴 하는데 그게 아마 진공관일거여 ......
옛날에는 그런 비스무리한거이 많았는데 요새는 그딴걸쓰는 사람이 엄써."
내가 다시 말하였읍니다.
"진공관이 뭡니까?"
흐흐흐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이상한놈이구나 ....
"그런게 있는데 하여튼 요새말고 이전에는 많이 쓰던 거여..."
내가 신기한듯 아저씨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고 말을 하였읍니다.
"아저씨 이거 나 주면 안되요?"
그랬더니
"그걸 물어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여기 있었는지가 일년도 넘었는데 오늘 당신이 처음 물어 보는구만.
그것참 이상하네 ...그걸 가지고 가서 뭐 할거여...?"
필요하면 한삼만원 주고 가져가...."
나는 할머니 생각이났고 돌아가신 우리 우리할머니께서 매년 사월 초파일이 되면 무던히도 절에가서 절을하고 절에 오는 사람들에게 문앞에서 박하사탕을 하루종일 나누어 주고 하시더니 이게 아마 할머니 께서 쌓아주신 음덕인가 보다.
저는 그자리에서 삼만원을 지불하고 아저씨가 다시 부를까두려움에 떨면서 드 피셔를 안고 차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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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너무늦어 이만 줄이기로 하고 사진은 뒷날 다시 올려 드리겠읍니다.
드 피셔 500-C를 쓰시는분 많은 연락 부탁 드립니다.
아직은 소리가 나는지는 잘모르겠으나 드피셔라고 하는 로고가 쓰인 7591A라고 하는 관이 네개에 12 ax7이 수도 없이 많읍니다.
글을 자주올려 이물건을 고쳐 사용 할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이글을 보시는 모든분들
항상 편안하시고 즐거운  오디오 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진주에서 전 태규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