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1에 오토폰 RS 212 톤암에 카트리지는 SPU 신형 클래식 g타입이었다.
진*, 김치* 등 전문가들이 본체와 케이블을 세팅한 터여서 소리에 전혀 불만 없었다.
사람이 어떤 일을 계획할 때에는 자기 유리한 쪽으로 자기합리화라는 것을 한다.
오리지널 오토폰 톤암과 가라드에 대한 궁금증이 내심 자리하고 있었던 듯하다.
사업을 조그마하게 벌려놓은 터여서 경제적 문제라는 핑계를 스스로 대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듯하다.
바꿈질에 대한 열망이 저 마음 속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었으리라.
가라드로 가기 전에 AR XB를 잠시 들였다.
한두 달 아나로그에 대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였다.
나라는 사람은 성격이 경박에 가까울 정도로 좀 급하기에
느긋하게 속도조절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슈어 V15 타입3 미개봉, 오토폰 신품 리드선, 진* 서스펜션 쇼우버 4개를 합해 놓으니
거의 100만원 전후한 AR XB가 되었다.
예상대로 내가 4-5년 전에 들었던 AR XB 소리는 아니었다.
듀얼 1019와 비교했을 때 고음이 거칠고 저음이 뭉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역시 물량 투입한 보람이 있었다.
토렌스 1, 2 세팅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아나로그만큼 물량투입 대비 소리가 분명해지는 소스기도 없는 듯하다.
참고로 시디플레이어는 10만원대부터 300만원대까지 한 100대 바꿈질을 하면서 사용해본 소감에 의하면 아니다.
빈티지 앰프와 스피커의 한계인지는 몰라도 린 매직 12 정도로 1000만원 이상 투입한다면 어떨까 하지만 현재까지는 회의적이다.
필립스 계열 1비트짜리 초기형이 메르디안 24비트 계열 200만원대보다 소리가 좋다고 느낀 것은 내가 막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들리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30-40만원짜리 평범한 AR XB보다 100만원을 투입한 XB 소리가 분명히 더 좋았다.
기존 서스펜션 엠방에 베이스서스펜션까지 2중 서스펜션에 헤드셀 리드선, 바늘 상태가 분명한 AR XB는 분명 소리가 달랐다.
하지만 기성품 턴테비블을 베이스, 톤암 케이블 등까지 분해하면서 바꿀 용기는 나지 않아서 오리지널 상태를 가급적 유지하는 방향에서 개조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줄리런던의 보컬이 보다 분명해졌고 드볼작의 교향곡 제8번의 이국적 색채마저 소화해내는 것을 보면서 아, 이래서 20세기에 황금귀 헤르베르트폰 카라얀이 죽기전까지 썼던 시스템이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특히, MM 카트리지의 대역의 한계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역의 묘한 여운은 가히 일품이었다.
아무리 AR XB가 좋아도 나의 갈 길은 가라드 301과 그 일당들이었기에 내 갈길을 가기로 작정하였다. 문제는 톤암이었다.
가라드 301이야 오일 또는 구리스 베어링 둘 중에 하나만 택하면 되고 두 물품 모두 장터에 자주 나오기에 문제될 것 없었다.
전에 썼던 토렌스 124와 그 일당들을 피해가려면 암이 역시 걸림돌이다.
내가 진짜로 써보고 싶음 암은 오토폰 RF 297에 SPU A타입이었다.
이 조합에 조겐쇼 승압 정도를 걸어서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와 피아니스트 제럴드무어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중에서 1번 안녕히, 5번 보리수, 13번 우편, 24번 거리의 늙은악사를 들으며 행복해하는 꿈을 밤마다 꾸엇다.
'아나로그 즐거움'의 저자인 최윤욱 씨가 자신의 책에서 밝혔듯이 "먹고 죽을려고 해도 없어서 못구한다"는 RF 297 톤암이다. 복각암은 토렌스를 2년 정도 들으면서 사용해보았기에 오리지널 암에 대한 궁금증이 동하기 시작했다.
순간, 우화에 나오는 "신포도는 안 먹어" 생각이 났다!
암 값은 비싸고 초기형이 좋네 중기형이 좋네, 일본 복각보다 국내 복각이 좋네 하는 오토폰 다이나믹 밸런스 암 대신 EMT로 가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SPU도 구형이 좋네, 구형을 어찌 믿어 신형이 좋아 등 참 말 많은 톤암과 카트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해, 안해, 오토폰과 SPU 안 해! 짜증나서 안 해!"
"난, 이엠티 톤암과 카트리지로 가겠어!"
그리고 며칠 후 ...
다음 회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