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읽은 듯한 청계전 성사장님이라는 카트리지와 스틸러스 수리전문가 떠오른다.
카트리지 emt 접합부를 spu 접합부로 전환까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인이란다.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사장님, 제가 중고 이엠티나 에스피유 사가면 리팁 상태 감정 가능한가요?"
오케이 사인을 접수한다.
내 스스로도 까다롭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수십 년 된 중고 카트리지 가격이 1백만원 이상이다.
이 정도 꼼꼼함이야 정상 아닌가 하며 위안을 삼는다.
운이 좋았다.
바로 이 바늘 전문가의 소개로 80년대에 출시한 댐퍼 경화한 이엠티 바르코 새것을 구했다.
전부터 안면이 있던 맘씨 좋은 샵 주인장과 거래를 한다.
요즘 나오는 신형 반덴홀보다는 많이 싸게 구입하였는데 이것이 소리가 오히려 좋단다.
접합부도 에스피유 타입으로 돌려서 암에 걸 준비를 한다.
이번에 구한 EMT 997 암은 spu 형이기에 당연히 tsd-15 접합부를 이에 맞추어야 했다.
턴테이블은 진선에서 초기에 만든 한 장짜리 인조베이스에 앉혀진 것을 구한다.
아이보리 색상의 오일베어링 301이다.
승압트랜스는 이번에는 EMT t-210으로 선택한다.
지난번 토렌스 시절에 노이만 v-264와 emt 카트리지 매칭이 참 좋았는데...
둘의 스펙이 거의 같다고 하니 한 번 해보자.
고척동 진선으로 세팅 하러 달린다.
나의 물리적 한계를 아는 진선 사장님이 세팅하여 직접 내 집까지 방문한다.
판을 걸어본다.
진선 사장님을 아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소리를 세팅할 때 이 분은 중음 먼저 잡는다.
김광석 제4집 사이드 1면 첫 번째 곡 일어나를 걸어서 함께 들어본다.
기대해서 그런지 중저역이 전에 들었던 토렌스 124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편안한 소리가 난다.
시간이 좀 지난 후 간주 부에서 저역이 울어버린다.
"이게 왜 이러죠?"
내가 묻는다.
"스피커 이상 아니여?" 하며 턴테이블을 만져 본다.
"턴테이블 베이스가 떠네, 암도 떠네. 이건 가라드 301 아닌디?"
정말 돌겠다.
도대체 얼마를 투자한 가라드 301이란 말인가?
앰방을 들어내고 살피던 전문가의 진단이 내려진다.
아이들러와 맞닿아 있는 폴리가 문제란다.
자신이 깎은 폴리가 아니란다.
완전한 원심으로 깍은 것이 아닌 조잡하게 깎여져 편심으로 회전하기에 그렇단다.
뭔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
"내일 오토바이로 폴리 새것 보내줄 터이니 스스로 바꿔 봐요?"
순간 짜증이 몹시 몰려오며 겁이 덜컥 난다.
"정말 그거 바꾸면 괜찮아요?"
"내 기준으로는 이거밖에 이유가 없어. 기곈 내가 다 점검해서 이상 없어요."
전문가가 돌아간 후 김광석의 불규칙하게 찢어지는 기타 저음을 들으며 눕는다.
다시 일어나 앉아 턴테이블을 힐끗 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해머톤의 구리스 타입 가라드 301이 아니어서 그런가?"
다음 회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