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많이 설쳤다.
기대한 오디오에서 제 소리가 안 나면 심난하다.
마음에 담아둔 여인네 앞에서 프로포즈 한 후 거절당한 것보다 더...
다음날 진선에서 보낸 폴리를 받는다.
토렌스에 비해 엠방이 쉽게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요리조리 돌린 끝에 엠방이 올라온다.
육각렌지로 볼트를 푼 후 바꿔 끼운다.
혹여 33회전보다 위에 있거나 아래로 갈까봐 신경이 곤두선다.
엠방을 올리고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무소음이다.
베이스도, 엠방도, 톤암도 고요한 호수 같다.
진선 류진곤 사장님 진단이 정확했기에 안도한다.
참고로 폴리가 완전한 원이 되지 않는 것은 선반으로 깍기 때문이란다.
진선에서는 폴리를 깍을 때 선반으로 깍지 않는다고 한다.
나에게 턴테이블을 넘긴 전 주인은 이 턴테이블을 어떻게 들었을까 잠시 상념에 잠긴다.
둘 중에 하나일 거다.
알면서 그냥 음악을 듣다 넘겼거나, 이런 줄 알고 가라드 301을 그냥 썼으리라.
원은 편심으로 돌면 안되고 정확하게 원심으로 돌아야 한다.
이 일을 겪는 과정에서 특이한 자료를 하나 건네받았다.
바로 가라드 301의 구리스 타입과 내 것과 같은 윤활유 타입의 실험데이터 값이 바로 그거다.
분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출처를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결론부터 말하면 가격이 많이 더 비싼 구리스 타입에 비해
윤활유 타입이 기계적 데이터 효율이 더 좋다는 것이다.
오래 사용시 모타 부화율이 낮고
마찰계수도 0.12로 0.34를 기록한 구리스보다 우수한 성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디오는, 특히 빈티지오디오는 기계적 수치데이터로만 판단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신형 프로악 정도만 되어도
어테뉴에이터가 부식한 썩은 내 ar2보다는 기계적 데이터값이 월등히 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ar을 끼고 산다.
어쨌든 이 데이터 때문에서
가라드는 그냥 싸고 흔한 아이보리 색상의 윤활유 타입으로 주욱 가기로 작정하였다.
spu 자성이 닿기에 토렌스 2가 좋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두툼한 중음의 음색 때문에 토렌스1을 더 좋아 했듯이 말이다.
오디오는 남의 훈수도 들어야 하지만 자기 고집이라는 것도 어느정도는 필요한 것이 아닐런지.
진선에서 깍은 폴리로 교체한 후 음악을 듣는다.
김광석을 다시 건다.
아무 이상이 없다.
사이드 1면의 저 유명한 명곡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까지,
사이드 2면의 첫곡이면서 386 애창곡 '서른 즈음에도' 모두 절창이다.
해상력은 부족해도 뭔가 편안하다.
하지만 아쉽다.
김광석의 목소리를 난, 개인적으로 세 개의 키워드로 정리하곤한다.
'맑음, 슬픔, 저항'이다.
맑음도, 슬픔도 그대로이지만 저항이 어디로 가버렸다.
토렌스 124, 3010 톤암에 오디오테크니카 33PTG가 그리워진다.
이번에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메뉴힌의 연주로 걸어본다.
바로 이거다.
가라드와 이엠티의 진수가 나오기 시작한다.
퍼지지 않으면서도 날렵한 저음이 스피커 밑둥을 감싼다.
메뉴힌의 섬세한 바이올린 독주부와 카덴자 부분도 전에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소리다.
그날밤 트레버 피노크가 연주하는 바하의 쳄발로협주곡 전곡을 들으며 행복하게 잠을 잤다.
모두가 숨죽여 자는 새벽에 듣는
바로크 시대의 중편성 협주곡에서 흘러나오는 챔발로 소리는
온 몸의 긴장감을 풀기에 충분했다.
다음날 여자 후배가 왔다.
"오빠, 이번 턴테이블이 지난번 거보다 더 좋아!"
"그럼!"
오스카피터슨 트리오의 위겟리퀘스트 중에서 유굿루크투미를 걸어준다.
베이스의 긴 여운이 좋다고 느끼며 여자 후배의 얼굴을 힐긋 본다.
"좋지? 그지?"
"응. 근데, 지난번 게 난 더 좋은 것 같애!"
"에이 이런 막귀 같으냐구!"
다음날 천상의 귀를 가진 사람을 일부러 부른다.
전에 산 속에서 함께 카페를 운영한 사내다.
스님은 자신의 머리를 자를 수 없고, 새벽에 쓴 일기는 주관적이듯이
자신의 초기 오디오 세팅은 본인은 모른다.
초기에 진화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동한 깨우친 터였다.
판 몇 장 들어본 후 그 사내가 냉정하게 평가한다.
"홍범아, 편안한 소리이긴 한데... 그런데... 아랫도리가 허전하당!"
그럴리가.
"... 아랫도리가 허전하당, 아랫도리가, 아래, 아!"
장터도 뒤지고 외국 자료도 찾아보고,
'아나로그의 즐거움'도 다시 읽으며 문제점을 찾기 시작한다.
이판 저판 걸어가면서 자츰 문제점을 찾아간다.
챔발로 고음, 대편성의 심벌소리에 비해 역시 저음이 약하다. 이럴 수가!
순간, 톤암을 노려본다.
그러면서 톤암을 향해 외친다.
"너, 빛 좋은 개살구지!"
297 암에 비해 997 암의 가격은 1/3에도 못미친다는 데 의심이 간다.
더욱이 RMA 297 초기형과는 3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암을 바꾸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인가?
오디오는 성능에 있어 분명 투입 비용 대비 정비례한다.
하지만 항상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없다.
나의 아나로그 바이블인 진선과 이곳의 어른인 황경수 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한다.
진선의 유사장님 의견이다.
"스스로 느껴봐요!"
"뭘 고민해요, 고민할 걸 해야지!"
황경수 선생님 직답이다.
난, 그럼 그 말 많고 탈 많은 오토폰 암을 향해 다시 항해를 떠나야 한다.
토렌스 124 쓸 때 RS-212 암을 쓰면서도
더 구형인 RMG-212를 결국은 못 구하고 마감한 터여서 막막했다.
물론 일본에서 복각한 무게추 실버는 써보았지만 바로 내보내고 방황한 시간들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G 타입 숏암은 절대로 염두에 두지 않기로 작정한다.
이번 컨셉에서 어긋나니까.
소리전자 장터에 다음과 같은 구입글을 올린다.
"오토폰 RF 297 또는 RMA 229 구함, EMT 997 암과 교환도 원함!"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는 297 암"이고
토렌스에는 달기 힘든 229 미들암이다.
특히, sme 3010 미들암에 만족했던 나로서는 오토폰 미들암의 발견은,
아니 더 정확하게 가라드 301에 오토폰 미들암인 229를 달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의 빛을 본다.
롱암과 숏암의 기호도는 아나로그당원들에게 또 하나의 쟁점인데 비해
미들암은 양쪽 모두 호불호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다 좋은데 어떻게 구한다는 말인가.
호방하게 생긴 997 암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이어집니다.
기대한 오디오에서 제 소리가 안 나면 심난하다.
마음에 담아둔 여인네 앞에서 프로포즈 한 후 거절당한 것보다 더...
다음날 진선에서 보낸 폴리를 받는다.
토렌스에 비해 엠방이 쉽게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요리조리 돌린 끝에 엠방이 올라온다.
육각렌지로 볼트를 푼 후 바꿔 끼운다.
혹여 33회전보다 위에 있거나 아래로 갈까봐 신경이 곤두선다.
엠방을 올리고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무소음이다.
베이스도, 엠방도, 톤암도 고요한 호수 같다.
진선 류진곤 사장님 진단이 정확했기에 안도한다.
참고로 폴리가 완전한 원이 되지 않는 것은 선반으로 깍기 때문이란다.
진선에서는 폴리를 깍을 때 선반으로 깍지 않는다고 한다.
나에게 턴테이블을 넘긴 전 주인은 이 턴테이블을 어떻게 들었을까 잠시 상념에 잠긴다.
둘 중에 하나일 거다.
알면서 그냥 음악을 듣다 넘겼거나, 이런 줄 알고 가라드 301을 그냥 썼으리라.
원은 편심으로 돌면 안되고 정확하게 원심으로 돌아야 한다.
이 일을 겪는 과정에서 특이한 자료를 하나 건네받았다.
바로 가라드 301의 구리스 타입과 내 것과 같은 윤활유 타입의 실험데이터 값이 바로 그거다.
분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출처를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결론부터 말하면 가격이 많이 더 비싼 구리스 타입에 비해
윤활유 타입이 기계적 데이터 효율이 더 좋다는 것이다.
오래 사용시 모타 부화율이 낮고
마찰계수도 0.12로 0.34를 기록한 구리스보다 우수한 성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디오는, 특히 빈티지오디오는 기계적 수치데이터로만 판단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신형 프로악 정도만 되어도
어테뉴에이터가 부식한 썩은 내 ar2보다는 기계적 데이터값이 월등히 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ar을 끼고 산다.
어쨌든 이 데이터 때문에서
가라드는 그냥 싸고 흔한 아이보리 색상의 윤활유 타입으로 주욱 가기로 작정하였다.
spu 자성이 닿기에 토렌스 2가 좋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두툼한 중음의 음색 때문에 토렌스1을 더 좋아 했듯이 말이다.
오디오는 남의 훈수도 들어야 하지만 자기 고집이라는 것도 어느정도는 필요한 것이 아닐런지.
진선에서 깍은 폴리로 교체한 후 음악을 듣는다.
김광석을 다시 건다.
아무 이상이 없다.
사이드 1면의 저 유명한 명곡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까지,
사이드 2면의 첫곡이면서 386 애창곡 '서른 즈음에도' 모두 절창이다.
해상력은 부족해도 뭔가 편안하다.
하지만 아쉽다.
김광석의 목소리를 난, 개인적으로 세 개의 키워드로 정리하곤한다.
'맑음, 슬픔, 저항'이다.
맑음도, 슬픔도 그대로이지만 저항이 어디로 가버렸다.
토렌스 124, 3010 톤암에 오디오테크니카 33PTG가 그리워진다.
이번에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메뉴힌의 연주로 걸어본다.
바로 이거다.
가라드와 이엠티의 진수가 나오기 시작한다.
퍼지지 않으면서도 날렵한 저음이 스피커 밑둥을 감싼다.
메뉴힌의 섬세한 바이올린 독주부와 카덴자 부분도 전에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소리다.
그날밤 트레버 피노크가 연주하는 바하의 쳄발로협주곡 전곡을 들으며 행복하게 잠을 잤다.
모두가 숨죽여 자는 새벽에 듣는
바로크 시대의 중편성 협주곡에서 흘러나오는 챔발로 소리는
온 몸의 긴장감을 풀기에 충분했다.
다음날 여자 후배가 왔다.
"오빠, 이번 턴테이블이 지난번 거보다 더 좋아!"
"그럼!"
오스카피터슨 트리오의 위겟리퀘스트 중에서 유굿루크투미를 걸어준다.
베이스의 긴 여운이 좋다고 느끼며 여자 후배의 얼굴을 힐긋 본다.
"좋지? 그지?"
"응. 근데, 지난번 게 난 더 좋은 것 같애!"
"에이 이런 막귀 같으냐구!"
다음날 천상의 귀를 가진 사람을 일부러 부른다.
전에 산 속에서 함께 카페를 운영한 사내다.
스님은 자신의 머리를 자를 수 없고, 새벽에 쓴 일기는 주관적이듯이
자신의 초기 오디오 세팅은 본인은 모른다.
초기에 진화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동한 깨우친 터였다.
판 몇 장 들어본 후 그 사내가 냉정하게 평가한다.
"홍범아, 편안한 소리이긴 한데... 그런데... 아랫도리가 허전하당!"
그럴리가.
"... 아랫도리가 허전하당, 아랫도리가, 아래, 아!"
장터도 뒤지고 외국 자료도 찾아보고,
'아나로그의 즐거움'도 다시 읽으며 문제점을 찾기 시작한다.
이판 저판 걸어가면서 자츰 문제점을 찾아간다.
챔발로 고음, 대편성의 심벌소리에 비해 역시 저음이 약하다. 이럴 수가!
순간, 톤암을 노려본다.
그러면서 톤암을 향해 외친다.
"너, 빛 좋은 개살구지!"
297 암에 비해 997 암의 가격은 1/3에도 못미친다는 데 의심이 간다.
더욱이 RMA 297 초기형과는 3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암을 바꾸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인가?
오디오는 성능에 있어 분명 투입 비용 대비 정비례한다.
하지만 항상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없다.
나의 아나로그 바이블인 진선과 이곳의 어른인 황경수 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한다.
진선의 유사장님 의견이다.
"스스로 느껴봐요!"
"뭘 고민해요, 고민할 걸 해야지!"
황경수 선생님 직답이다.
난, 그럼 그 말 많고 탈 많은 오토폰 암을 향해 다시 항해를 떠나야 한다.
토렌스 124 쓸 때 RS-212 암을 쓰면서도
더 구형인 RMG-212를 결국은 못 구하고 마감한 터여서 막막했다.
물론 일본에서 복각한 무게추 실버는 써보았지만 바로 내보내고 방황한 시간들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G 타입 숏암은 절대로 염두에 두지 않기로 작정한다.
이번 컨셉에서 어긋나니까.
소리전자 장터에 다음과 같은 구입글을 올린다.
"오토폰 RF 297 또는 RMA 229 구함, EMT 997 암과 교환도 원함!"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는 297 암"이고
토렌스에는 달기 힘든 229 미들암이다.
특히, sme 3010 미들암에 만족했던 나로서는 오토폰 미들암의 발견은,
아니 더 정확하게 가라드 301에 오토폰 미들암인 229를 달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의 빛을 본다.
롱암과 숏암의 기호도는 아나로그당원들에게 또 하나의 쟁점인데 비해
미들암은 양쪽 모두 호불호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다 좋은데 어떻게 구한다는 말인가.
호방하게 생긴 997 암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