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의 젠센 15인치 우퍼를 장착한 시스템에 걸어 성능 테스트를 해본다.
그 명성, 그대로이다.
왜 오토폰 다이나믹 밸런스 암을 선호하는지 알 것 같다.
베토벤의 저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 제1악장 도입부의 북소리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합주부에서 저음이 확 쏟아져나온다.
"으미, 소리가 굵어져 버렸네!"
진선 류 사장님의 멘트다.
아, 저 어마어마한 저음!
흡사 EMT 카트리지가 아닌 SPU 카트리지의 중음을 넓은 무대 가운데서 듣는 느낌이다.
고음이 이쁘기만 했던 EMT 997 암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진선에 있는 리팁된 EMT 바늘과 내 신품 EMT 바늘도 비교 테스트를 해본다.
둘은 게임이 되지 않는 실력차다.
리팁 된 EMT는 스피커를 중심으로 음장이 형성되지만, 내 것은 상하좌우로 훨씬 폭이 넓다.
조금 과장을 보태 비유하면 어린아이들 장난감 물총과 소방호수에서 내뿜는 물줄기의 차이다.
입체감과 음색에서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리팁된 카트리지는 일직선상에서 실내악이 연주된다면
내 카트리지는 좌우 앞뒤의 연주자 위치가 구분 되었다.
음색도 리팁된 것은 투명한 유리로 창밖을 내나보는 느낌이라면
내 것은 비누거품 물방울을 통해 세상을 바라다보는 오묘한 세상 같다.
류진곤 사장님과 튜닝에 들어간다.
1. 승압트랜스 EMT T 210
진선에서 메인으로 쓰는 것도 바로 이 모델이다.
내 승압과 비교하니 내 튜닝 전 승압트랜스는 어둡고 해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밑뚜껑 열어 절단개로 배선된 열결선 일부를 뚝뚝 끊어낸다.
험나지 않는 범위에서 접지선 몇 가닥을 끊어낸 듯하다.
(난, 뭘 끊어냈는지 솔직히 모르고 관심도 없다. 소리와 음악만 듣는 기계치니까!)
"자, 들어봐!"
튜닝 하기전보다 소리가 분명 맑아졌다.
이번에는 승압트랜스를 완전히 해체 하여 배선 중간중간 저항을 건다.
음의 밸런스를 위해서이다.
승압트랜스를 케이스 속에서 일차로 방진 처리하여 띄운다.
공진개수를 줄이기 위해 승압트랜스 뚜껑에 구공탄 모양으로 구멍을 뻥뻥 뚫는다.
다시 승압트랜스 네 개의 지지대를 한번 더 쇼우버 처리하여 뛰운다.
이제 진선에 있는 승압트랜스와 내 승압 트랜스는 쌍둥이 형제가 되었다.
소리를 들어본다.
호호호, 안개를 걷어낸 아침 신천지가 펼쳐진다.
지저분한 잔 저음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었다.
김두수의 저 유명한 앨범 속 자연 풀내음이 그대로 실내에 펼쳐진다.
2. 가라드 301 오리지널 매트: 신품 실리콘 매트 비교
김태곤의 판을 걸어 비교 테스트를 한다.
두번, 세번, 네번 번갈아가며 들어본다!
아, 내 귀에 매트의 차이가 분명히 구분된다.
종소리가 오리지널 매트에서는 '띠잉' 하고 끝이다.
하지만 신품 실리콘 매트에서는 "띠이잉-' 하며 잔향이 길게 이어진다.
"어, 왜 이런 차이가 나죠?
내가 묻는다.
오리지널 매트는 물리적으로 고무의 탄성이 노후화되어 그렇단다.
필기체로 쓰여진 가라드 오리지널 매트는 박물관으로 보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3. 스테빌라이저: 사진 참조
진선에서 개발한 스테빌라이저는 과거에 비교실험이 끝난 상태였다.
토렌스 124를 쓸 당시였는데
유명한 흑단 제조원인 C. 사의 제품과 토렌스 124 오리지널 스테빌라이저와의 비교였다.
당시에 외견과 느낌 상 세 제품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1. 토렌스124 제품: 뽀대가 죽이는, 특히 엠방이 돌아갈 때 보고 있으면 그 아름다움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다.
2. C. 사의 제품: 따듯한 질감에서 풍겨져 나오는 검은 숯덩이 같은 느낌을 풍겼다.
3. 진선 제품
방진처리가 되어 있어 스테빌라이저를 빼고 넣을 때
손에 느껴지는 텐션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토렌스 124 제품은 단단한 음이었지만 차가웠고,
C 사의 제품은 따듯하지만 풀어지는 느낌이라면,
진선의 제품은 그 중간의 밸런스 잘 잡힌 음이라고 해야할 듯하다.
하지만 소리의 취향이 다르므로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다만, 나는 진선 것으로 최종 낙찰을 보았다.
이번에도 스테빌라이저 넣고 빼는 실험을 반복한다.
한번, 두번, 세번!
토렌스보다 가라드 턴에 스테빌라이저는 더 필수품 같다.
중저역이 많은 것을 조여주는 역할을 하니까 말이다.
사실 스테빌라이저 없이 듣는 음이 가장 자연스럽다.
하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음악회의 현장음 대신 현장음을 재현해보겠다고
우리는 오디오에 미쳐 산다.
CD, 컴퓨터음, 튜너에서 흘러나오는 디지털 변환한 아나로그 음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가
스테빌라이저 없이 턴테이블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듯도 하다.
바꿔 말하면 온전한 아나로그음질을 듣기에는 너무 조여진 음을 듣고 산다는 것이다.
그 새벽에 다시 내 집까지 와서 세팅 해주겠다는 진선의 유사장님을 뿌리친다.
너무 민폐 같았다.
거듭 말하지만 내 물리적 한계와 음악을 듣고자 하는 열망에 호응하고 싶은
유사장님이었겠지만 그날만큼은 너무 부담스러워 차에 싣고 줄행랑을 쳤다.
집에 돌아와서 떨리는 손으로 턴테이블을 켠다.
가라드 301 + RMA 229 + EMT TSD 15 + EMT T210 + 진선의 세팅기술과
방진제품들이 조합된 나만의 가라드 301이다.
이 EMT 일당들이 들려주는 음이 궁금하다.
헨릭셰링이 중심이 된 브람스 실내악부터 연주를 시작한다.
루빈스타인이 반주를 맡은 소나타 제8번 작품 30의 3!
이들의 연주 대화는 달밤에 소나무 밑에서 담소를 나누는 연인들의 바로 그거다.
감미롭다.
이번에는 여성보컬이다.
빌리홀리데이의 "I am a fool to want you-"
끈적끈적한 그녀 음성의 시 속에 등장하는 화자가 날 보고 하는 소리 같다.
카트리지의 대역이 넓어서일까?
SPU 때보다는 산만하다.
하지만 음장감은 EMT의 그명성 그대로이다.
듀프레와 다니엘바렌보임이 연주하는 베토벤 첼로 소타타는 '송진가루' 휘날린다.
특히, 바렌보임의 조용한 피아노 반주는 달콤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시작한다.
내심 내 튜닝 능력과 열정을 은근히 뽐내면서 말이다.
몇멏 동호인들이 극찬하고 돌아간다.
최근 주가를 한껏 올리고 있는 독일제 턴과 한판 붙는다.
실험하기 위해 가져온 10장 가까운 LP 중에 싱겁게도 첫번째 판에서 결판이 난다.
이제 겁 없어진 난 음 튜닝상태 확인을 위해 최후의 카드를 뽑아든다.
현장에서 날마다 드럼연습을 하는 오디오 광인 황금귀를 초청한다.
그의 한 마디에 맥이 쭈욱 빠진다.
"형, 그동안 시스템 중에 정말 좋은 소리 같애!"
자식, 여기까지만 얘기하지.
"근데..."
나의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순간이 몇 십년 같다.
"심장을 파고 드는 그 뭔가가 없어, 가슴을 뛰게 하는 뭔가가! 정말 소리는 이쁘지만... 직진하는 힘이 부족해!"
이런 무슨 *소리란 말인가?
갑자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청천벽력 같은 느낌이 든다.
멍해진다.
다음회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