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지의 고전적 명기 SPU. 카트리지의 역사상 이렇게 오랫동안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제품도 드물다. CD시대로 접어들면서 카트리지의 명기들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SPU만은 계속 새로운 제품들이 개발되어 이제는 SPU 패밀리를 이루고 있다. SPU의 각 제품에 대한 철저한 비교 시청 리포트.
1962년 처음 발매된 이래 지금까지 30여년 가까이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오르토폰의 SPU 카트리지는 이제는 오디오의 고전으로 평가될 정도이다. 더욱이 SPU의 전성기라 할 지난 30여 년간은 오디오가 기술적으로 급속도로 발전하던 시기였다. 그 결과, 급기야는 LP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매체인 디지털 오디오의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어 온 변혁의 시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오디오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수많은 LP 관련 산업의 제조업체가 도산하거나 업종 전환을 꾀했던 흐름 속에서도, 오르토폰은 꾸준히 신제품 카트리지를 개발해 오는 한편, SPU 카트리지의 완성도를 더욱 높임으로서 적자생존의 냉엄한 시장 법칙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1957년에 개발 구상에 들어가서 1960년도에 시제품을 선보였던 SPU. 그리하여 마침내 1962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판매되면서, 수없이 많은 연구와 개발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카트리지의 모든 부분에서 표준을 정립해 놓은 SPU는 본래 ‘Stereo Pick Up’의 약자로, 스테레오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그 명성을 드높여왔던 것이다. SPU의 기술적 완성도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는 점은 오늘날 초창기 모델을 그대로 복원한 클래식 시리즈가 롱런하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오르토폰은 원래 방송 기자재, 레코드 생산 기기 등의 전문 제품을 제작해 온 회사였다. 따라서 SPU도 본래는 가정에서의 사용을 목적에 둔 것이 아니라 녹음 스튜디오에서 테스트 시청용이나 방송국용으로 개발된 카트리지였다. 이런 배경을 지니고 있는 만큼 카트리지(당시는 픽업이라고 했음)에 관한 여러 가지의 규격을 정립해 놓은 회사도 바로 오르토폰이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레코드 커터 헤드의 원리를 이용한 탈착 가능한 카트리지 셸의 규격(SP시대)이라든지, 스테레오 시대를 맞이하여 카트리지 커넥터의 4핀 규격 등을 이룩해 놓은 것은 오르토폰과 이 회사의 대표적 명작인 SPU의 커다란 공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MC형 스테레오 카트리지의 효시를 이룬 SPU는 그 동안 최초의 골격을 유지한 채, 코일의 선재를 달리한다거나 바늘의 종류와 마그넷 재질을 변경하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제품들을 계속 선보여 왔다. 이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끌어온 SPU 제품으로는 MC형의 낮은 출력 전압을 보상하기 위한 승압 트랜스를 카트리지에 직접 장착한 제품과 모노럴 재생 전용 등을 들 수 있는데, 그밖에도 MC 시리즈의 개발에 밑거름이 된 SL 시리즈 등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변종으로 개발되어 왔던 SPU는 기본적으로 A타입과 G타입의 2가지 형태의 셸에 수납되어 있는데, 본래 전자는 업무용으로, 후자는 일반 애호가용으로 개발된 것이었다. A타입은 커넥터 단자부에서 바늘 끝까지의 길이가 4.3cm로, G형의 6.3cm보다 약 2cm 가량 짧다. 따라서 SPU 전용 암이 아닌 경우에는 별도의 어댑터를 사용하여 길이를 맞춰주어야만 한다. 외형적인 차이점 외에도 A타입은 카트리지의 리드선이 없다는 점도 G타입과 다른 점이다. 즉 핀을 길게 구부려 뒷벽의 커넥터와 밀착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로 인하여 G타입보다는 공진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수입된 SPU의 기종은 G, GE, A, AE의 4가지 기본형과 1987년에 발매된 클래식 시리즈의 4기종, 고급형인 골드 GE, 골드 AE의 두 기종을 포함, 모두 10기종이나 되어, 현재(1987년) 생산되고 있는 SPU는 거의 다 선보인 셈이다.
시청을 위하여 GE, AE, 클래식 G, 클래식 A, 골드 AE, 골드 GE 등의 6기종을 모두 동원하여 각 기종의 특징과 기종 간의 음색의 차이 등을 테스트해 보았다. 특히, SPU는 본래 중침압용(重針壓用) 카트리지로 설계되어 적정 침압은 3.5 내지 4g. 따라서 현재 생산되고 있는 카트리지 중에서는 침압이 가장 무거운 편이다. 그 때문에 애호가들 중에는 LP의 소리골에 무거운 침압이 계속 가해질 경우, 혹시 디스크에 심각한 손상이 올 것이란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이에 대한 검증도 해보기로 했다. 즉 GE 타입에 침압을 4g으로 맞춘 다음, 디스크의 한쪽 면만을 30회 이상, 계속 반복해서 시청해 보았던 것이다. 일본의 한 전문가의 견해로는 레코드 회사에 따라 디스크의 마모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략 3 내지 3.5g 이상의 침압에서 계속 반복해서 재생할 경우, 레코드의 소리골에는 미세한 상처가 남게 되어 판이 손상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번 시청에서는 장비를 동원하기는 어려워서 청감상으로만 테스트를 했지만, 그러나 테스트 결과 전혀 우려했던 것과는 달랐다. 즉 테스트에 이용된 만토바니 악단의 캐롤 송 모음곡집은 30회나 계속 반복해서 재생을 거듭했음에도 음질상 변화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육안상으로 면밀히 검토해 보아도 손상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역시 침압도 중요하지만 그 외의 변수 즉 판의 보존 상태라던가 먼지의 부착 따위가 더 음질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짐작되었다.
시청을 위한 주변 기기 중에서는 무엇보다도 톤암의 선택이 중요한 요소로 판단되었다. 그 런데 SPU의 자체 중량이 31g(골드는 32g)나 되어, 현재 생산되고 있는 카트리지 중에서는 가장 무게가 많이 나는 편이고, 스크루식 연결 방법으로 되어 있어 사용 가능한 톤암의 선택 범위도 아주 좁은 편이다. 이 육중한 무게는 흔히 셸 자체의 중량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재질의 G셸과 플라스틱 재질의 A셸은 비교적 가벼운 편으로, MC형 카트리지의 대형 마그넷과 셸 안쪽에 부착된 금속제 스태빌라이저의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점이다. 재질 면에서는 SPU의 경우, 납을 사용한 반면, 클래식 시리즈와 골드 시리즈에서는 황동이 소재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무거운 질량의 카트리지를 장착할 수 있는 톤암은 주로 업무용으로 개발된 EMT, SME 등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이 SPU가 선풍적인 인기의 대상이 되었던 탓으로, SPU를 사용할 수 있으냐는 점이 톤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평가될 정도였다. 따라서 오디오 크라프트, FR, 마이크로, 사에크 등 대부분의 톤암 메이커에서 전용 톤암 내지 사용가능한 톤암을 앞다투어 발표했던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와 오디오 크라프트의 경우, 암 파이프 교환식으로 A타입 전용 암까지 고안해 냈던 것이다.
한편 턴테이블의 경우도 카트리지의 질량과 이를 지지하는 추의 무게까지 계산하면 상당히 무거워지므로 플로팅 타입보다는 리지드 타입이 더 적합하다. 따라서 시청을 위해서 턴테이블에 테크닉스 SP10MKⅢ와 1987년 오르토폰사에서 70주년 기념 한정판으로 발매된 SPU 전용 톤암인 RMG 309 Limited를 사용하였다. 이 RMG 309는 철저히 SPU 전용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는 구형과 같으나, 재질이나 성능 및 조작의 편리성 등은 구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되었다. 우선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암 리프터의 부착과 A형과 G형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슬라이딩 베이스의 채용이다. 또 포노 케이블도 다른 톤암의 것과 호환성이 있는 5극핀을 사용한 점도 구형과는 다르며, SPU의 경우 밸런스 조정이 필요 없도록 공장에서 세팅되어 출하되었기 때문에 침압을 맞출 필요 없이 그냥 카트리지를 장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점이다. 본래 SME에 의뢰해서 만든 제품이어서 암 파이프도 구형에 비해서는 훨씬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본제품은 구형의 MKⅡ라기보다는 전혀 새로운 제품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무튼 현재 SPU를 SPU답게 재생하기 위해서는 이 톤암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톤암의 침압 범위는 다이내믹 밸런스형으로서 0.5g 단위로 0에서 6.5g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 물론 중침압용 톤암답게 안티 스케이팅 장치도 부착되어 있지 않다. 이밖에도 필자는 비교를 위한 톤암으로 FR64S를 선택하여 롱암과 쇼트암의 차이점과 SPU 전용 톤암과 이를 염두에 둔 중질량용 톤암과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각 기종마다의 차이점이 의외로 명확하게 드러났다. 특히 RMG 309 한정판의 경우, 소리가 중후하면서도 풍부한 저음역이 돋보였던 반면에 FR64S의 경우는 저음역이 타이트해지고(이는 줄어들었다기보다는 해상력이 증가하여 밀어주는 힘이 감쇄되었음을 의미한다) 고역에서의 매끄러움이 살아났다. 단 어댑터를 구해기가불가능했기 때문에 A타입은 사용이 불가능해서 G타입에 의한 테스트만 가능했음을 밝혀둔다.
이밖에도 SPU는 출력 전압이 0.2mV, 내부 임피던스 2~3Ω으로 상당히 낮기 때문에 적당한 승압 기기가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MC 헤드앰프와 승압 트랜스의 2가지 방법을 쓸 수 있으나 낮은 임피던스와 낮은 출력 전압에서는 승압 트랜스를 사용하는 쪽이 험도 적고, 강력한 사운드의 재생에 적합하다. 또한 모든 카트리지에 해당되는 사항이지만 SPU의 경우도 승압비가 높은 트랜스일 경우 음질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 되므로, 되도록이면 낮은 승압비의 트랜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 동사의 최고급품 T-3000과 최신형 T-20MKⅡ를 사용하여 시청에 임했다. T-3000은 좌우 분리된 2개의 트랜스에 순은 선재 코일이 감겨져 있어 매끄러운 고역과 풍부한 저역 등 흠잡을 데 없이 품위 있는 소리를 재생해 주고 있다. T-20MKⅡ 역시 저가격대로, T-3000과 같은 품위있는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재생하도록 설계된 기종이라 할 수 있다. 맑은 중고역과 잘 정돈된 저역으로 T-3000과 같은 다이내믹 레인지는 그만 못하지만 SPU와는 오히려 잘 매칭이 되어 과도하지 않은 베이스와 투명한 고역을 살려낸다.
이밖의 시청 기기는 필자의 시스템 외에 오르토폰의 파워앰프 PPA600과 에어타이트의 ATC-1에 스펜도어 S100과 캔터베리 12를 연결하였다. SPU와 오르토폰의 PPA600은 같은 이미지를 풍기면서 소리의 경향도 또한 흡사하여 아주 잘 어울리는 매칭이었다. 더욱이 오랜 전통을 계승한 캔터베리 12의 중후함과 함께 마치 시대를 초월한 명품들을 대하는 듯한 안정감이 느껴져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시청을 위하여 선택한 LP로는 오디오파일용 디스크를 주로 하여 각 장르별로 선별하였다. 1960년대 초기의 스테레오 LP로 SPU의 진수를 만끽하고도 싶었으나, 이에 대한 평가는 이미 많이 내려져 있는 만큼 최신 녹음의 LP를 이용하여 SPU의 가능성과 한계에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었다. 따라서 30여년간 장수를 누려온 비결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최신 컷팅의 LP가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 밖에도 LP전성기 시대의 레코드를 비롯, 초기 국내 라이선스 LP도 시청해 보았다.
시청 소감 6가지의 카트리지로 테스트용 LP를 차례로 시청하였다. 전체적인 음색은 중후한 저역과 울림이 풍부한 SPU의 특징이 잘 나타났으며 각각의 기종간의 차이는 극히 미세한 부분에서 결정되었다. 특히 G타입과 A타입의 차이는 저역의 퍼짐에서 두드러졌다. 즉 G타입에서는 저역이 울리면서 옆으로 퍼져 나왔고, A타입에서는 퍼짐이 조금은 타이트해지면서 악기간의 음상 분리가 약간 우위인 듯 했다. 이러한 차이는 알루미늄 재질의 G타입과 플라스틱 재질(베이클라이트로 추정됨)인 A타입의 재질과 구조의 차이, 그리고 연결 리드선의 유무에 따른 차이일 것이다.
한편 SPU는 바늘 끝의 형태가 원추형(圓錐型)과 타원형의 2가지 타입으로 구별되어 나오고 있어서 애호가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다. 원추형이란 카트리지 개발 초창기에 유행하던 방식으로 아직도 이 방식의 바늘을 고수하고 있는 카트리지는 아마도 SPU가 유일하리라. 원추형이란 문자 그대로 바늘 끝의 형태를 둥글게 가공하는 것으로, 타원형 바늘 끝에 비해 트레이스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역 특성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 약점이라 할 수 있지만, 타원형에 비해 바늘의 수명이 길다는 점과 레코드의 소리골 보호에 유리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번에 이 두 타입을 비교해 보았던 것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똑같은 기종으로 원추형과 타원형의 비교가 아닌 GE(타원형)와 클래식 타입(원추형)간의 비교여서 아마도 동일 기종간의 비교였다면 다소간 차이가 날 수도 있었으리라. 어쨌든 원추형 침만으로 시청한 클래식 시리즈의 유연하고 탄력 있는 중고역의 분위기는 조금은 개방적이고 화려한 듯한 타원형 바늘의 GE와는 대조적이었다. 기존의 SPU E시리즈에 비해 클래식 시리즈와 골드 시리즈는 디테일이 점차 향상되고 소리의 윤곽이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이는 승압 트랜스의 변경과 톤암의 교환 시에도 느껴지던 것이어서, 어느 기종의 제품으로도 SPU 고유의 음색을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테스트 시 침압은 3.5그램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침압을 3 내지 2.5그램 정도로 낮추면 저역의 에너지가 감소하고 고음역이 사각사각한 음악이 되어서 현대적인 소스(디지털 녹음)를 하이 컴플라이언스 타입의 카트리지로 시청하는 듯한 음색으로 변했다. 반대로 침압을 4.5 내지 5그램으로 증가시키면 베이스의 에너지가 증가한다. 따라서 박력 있는 팝 음악을 원할 경우 침압을 올리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단순한 침압의 증가만으로, 앰프의 베이스 조절보다 한결 더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얻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SPU를 사용할 때에 리드선의 교환이나 승압장치 등에 따라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소리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점은 다시 말해 SPU의 잠재 능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최근에 골드 레퍼런스 시리즈까지 발표하고 이는 오르토폰의 SPU에 대한 자신감을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겠다.
SPU GE
SPU 시리즈 중 가장 장수하고 있는 모델이다. 기본형인 G형 셸에 타원형 다이아몬드바늘을 장착한 기종으로 금도금의 4핀 커넥터를 갖고 있다. 리드 선은 좌우 채널의 +, -선이 꼬아져 있으며 셸이 내부에는 납덩이를 부착하여, 알루미늄 재질의 가벼운 셸의 무게를 보상하는 동시에 스태빌라이저 역할도 겸하고 있다. 마그넷은 상부에 돌출되어 커버가 없이 장착되었으며 재질로 보아 알니코 계열인 것처럼 보이며, 크기도 상당한 편이다.
힘있는 저역과 화려하게 펼쳐지는 중고역이 조화된 음색으로, SPU 특유의 안정감과 음악성이 돋보이는 장점이다. 슈베르트의 ‘송어’에서는 현악기와 피아노와의 윤곽을 뚜렷이 드러내 주었고 타기종에 비해 선명함도 부각되는 편이었다. 바이올린과 기타의 듀오에서는 화려한 바이올린의 음색과 뒤로 반걸음 정도 물러나 앉은 듯한 기타 소리가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다. 뿐만 아니라 ‘환상교향곡’이나 J.S.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에서도 화려한 바이올린의 음색이 돋보였지만, 약간은 건조한 느낌도 들었다. 참고삼아 카트리지 리드선을 오디오 테크니카의 AT609 은선으로 교체한 결과, 저역의 에너지감이 줄어들고 고역의 매끄러움이 살아났다. 따라서 SPU 특유의 박력은 줄어들었으나 해상력이 향상되어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어서 이번에는 역시 오디오 테크니카의 AT6101 고순도 PCOCC 선으로 교체해 보았다. 그랬더니 저역의 에너지 감이 살아나고 중고역의 선명함도 개선되었다. 고역은 원래의 선보다 조금은 까실까실한 소리가 나와 뚜렷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음질적인 측면에서는 리드 선은 역시 교체하는 편이 바람직했다. 그러나 리드 선의 교체 작업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것은 셸 쪽의 핀 4가닥이 상당히 밀접해 있고 구분해 놓은 플라스틱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SPU AE
업무용의 A형 셸에 타원형 침을 장착한 모델이다. 셸의 규격 외에 다른 사항은 GE와 동일하다. 셸의 재질이 GE보다는 두터운 열경화성 수지로 되어 있고 연결선도 없이 카트리지의 핀을 셸 쪽의 단자와 연결된 은도금판에 그대로 밀착시켜, 공진을 방지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별도로 제작된 전용 톤암을 사용해야 하지만, 동사에서는 별도의 어댑터도 발매하고 있어서 이를 부착하면 기존의 톤암에도 장착이 가능하다. 또한 SME 3012R의 경우, 톤암의 위치를 슬라이드 베이스의 앞쪽으로 최대한 당겨서 사용하기도 한다.
자료상의 스펙을 살펴보면 GE와 꼭 같지만, 음질 특성은 상당히 다른 편이다. 즉 GE와 유사한 음색이지만, 저역이 보다 타이트해지고 해상력이 부각되어 음상 정위가 뚜렷해지며 성악 특히 독창의 톤이 굵다. 시청한 김소희의 ‘춘향가’는 허스키한 음색이 가미된 멋진 소리를 들려주었으며, J.S.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에서는 유난히 현의 소리가 곱게 재현되었다. 또한 ‘환상 교향곡’에서는 웅장한 스케일감은 줄었으나 저현부의 해상력이 증가하여 오히려 입체감은 더 살아났다. 뿐만 아니라 중고역의 부각으로 피아노의 톤이 둥글면서도 환하게 퍼졌으며, 왼손의 저음부도 현의 울림을 드러내는 등 훌륭한 사운드를 울려주었다. GE에 비해 고역의 까실까실함도 줄어들었고, 바이올린과 기타의 듀오도 매끄럽게 살아났다.
클래식 G
오르토폰이 1987년 창립 70주년 기념으로 초창기 모델을 복원 발매한 기종이다. 기존의 G형과 다른 점은 셸 위에 부착된 오르토폰의 로고가 초창기의 것으로 바뀌었고, 내부의 스태빌라이저도 납 대신 황동제로 변경한 점이다. 또한 폴 피스의 재료도 종전의 메탈에서 황동 소재로 변경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외에 골드 시리즈처럼 셸의 하단부를 덮개로 완전히 덮어, 공진의 감쇄를 꾀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우선 보기에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또한 제품의 박스도 초창기 발매될 때 사용하던 비닐 커버의 붉은 색 박스를 그대로 채용하여 한층 고전적인 멋을 풍기고 있다.
전체적인 소리의 경향은 풍요로운 편으로, 안정된 베이스 위에 균형 잡힌 중고역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종래의 G시리즈보다는 한 단계 격상된 품격 있는 소리이다. 특히 슈베르트의 ‘송어’에서는 풍부한 저음이 잘 살아났고, 디테일의 향상은 물론, 음장감도 확대된 모습이다. 피아노와 현과의 밸런스도 뛰어난 편으로, 현의 피치카토의 울림도 풍성하게 전달되었다. 특히 피아노의 음색은 화려하게 퍼져 나오는 기분이 줄어들고 고운 톤이 되었는데, 크롬의 광채에서 실버의 은은한 광택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타와 바이올린의 2중주에서는 기타의 소리가 약간 부풀어 오르면서 앞쪽으로 반걸음 나와 앉은 듯한 느낌. 부드럽고 윤기를 지닌 음색에, 음상은 약간 안으로 모아든 느낌이다. 이는 J.S.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의 경우, 1층 객석 중간에서 듣는 듯한 분위기였다.
클래식 A
A형 셸의 클래식 시리즈이다. 0.17mm 직경의 원추형 침을 장착하고 있고 전통적인 소재의 플라스틱제의 셸로 되어 있다. G형과는 달리 리드선이 없이 단자에 직접 밀착되도록 고안된 점은 그대로이나, 모든 접촉부위는 은도금 처리가 되어 있다. 이런 차이점을 제외하면 G형과 동일하다. 또한 음색은 G형보다는 단아하고 기품 있으며 차분해진 느낌으로, 저역의 해상력도 증가된 인상이다. 특히 성악곡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데, 브루크너의 모테토에서 4성부의 울림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각 성부의 톤이 가지런히 뻗어 나오면서 공명되는 소리의 청아함은 다른 어떤 기종보다도 매력적이었다. 김소희 창의 ‘춘향가’도 타 기종보다 매력적으로 들렸고, 북의 반주도 둔탁하지 않게 울려 나온다. 슈베르트의 ‘송어’에서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다소 억제된 느낌이었는데 피아노 소리가 약간 뒤로 빠지면서 첼로나 콘트라베이스의 임팩트가 약간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바이올린의 화려함도 조금 줄어든 것 같고 타 기종에 비해 약간은 뒤처지는 감이 있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방랑자의 환상곡’에서는 왼손의 저음부의 울림이 아주 선명하게 표현되어, 유연하고 매력적인 피아노 소리란 인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기타와 바이올린의 2중주도, 약간 메마른 듯한 바이올린 소리와 가라앉은 듯한 기타의 소리가 어우러져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역시 이 기종의 강점은 성악곡에서 돋보였다.
골드 GE
1981년 오르토폰이 SPU의 성공에 자신을 얻어 최고급형으로 내놓은 모델. 셸에 부착된 모든 금속부위와 캔틸레버를 두껍게 금도금하였고 내부의 코일에도 고순도 은선이 채용되었다. 카트리지 리드선도 순은선을 사용하였다. 바늘은 모두 타원형뿐이고, 자체 중량도 32그램으로 기존의 SPU보다 1g이 더 무겁다. 내부 임피던스도 일반형이 2Ω인데 비해 3Ω으로 되어 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 외에도 셸 내부의 추나 카트리지 부착용 나사까지도 두텁게 금도금을 해놓았고 나무로 된 상자에는 금도금된 명판을 부착되어 있다. 또한 카트리지마다 일련번호를 새겨 넣는 등, 완벽한 마무리와 완성도에서 일반 SPU와는 다른 품격을 느끼게 된다.
소리의 특징은 한 마디로 위풍당당하고 풍부한 저역에다 매끄러운 고역에서 차이가 난다. 현대적인 섬세함은 다소 부족하지만 독특한 매력으로 듣는 이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소리이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에서는 화려한 톤의 현악부와 넓게 전개되는 음상으로 인해, 울림이 좋은 홀에서 지휘자석의 분위기를 맛보게 해 준다. 제3악장의 ‘들의 풍경’에서의 팀파니의 울림은 넓게 퍼져나가는 들판의 분위기가 리얼하게 전개되며, 제5악장의 강주부도 투명하게 재생되어 조금도 소란스럽지가 않다. J.S.바흐의 ‘관현악 모음곡’도 짜임새 있는 소리와 함께 좌우로 넓게 전개되는 합주부의 음색과 독주악기군의 소리가 참으로 윤기 있는 공명을 내주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소리에서도 매력적인 윤기가 느껴진다. 최근에 개발된 카트리지에서는 들을 수 없는 중음역의 두터움과 윤기는 아마도 계속 SPU의 명성을 유지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골드 AE
카트리지의 몸체를 감싸고 있는 황금색이 우선 눈길을 끌어, 그 시각적인 만족감으로 인해 들리는 소리마저도 황금빛의 톤이란 착각에 빠지게 하는 제품이다. 자그마한 조약돌을 연상시키는 셸은 두터운 열경화성 수지로 되어 있고 핀 커넥터와 카트리지의 리드핀이 굵은 금도금 선으로 밀착되어 있어, 보기에도 단단하게 여겨진다. 금도금된 캔틸레버에 타원형 다이아몬드바늘을 부착하여 4g의 중침압으로 LP의 소리골을 후벼 파내는 듯한 중후한 사운드는 다른 어떠한 카트리지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매력이다. 그러면서도 시종 따뜻함과 윤기도 지니고 있다. 셸의 모양을 제외하고는 GE형과 동일하나 음질 특성은 상당히 다른 분위기이다. 특히 GE의 개방적이고 넓게 펼쳐지는 화려한 소리와는 달리 저역의 해상력의 보강과 타이트하게 조여진 중음역 등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슈베르트의 ‘방랑자의 환상곡’은 풍부한 저음부의 울림에다가 현의 떨림까지도 가미한 듯한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무엇보다도 화음을 짚을 때의 어우러짐과 투명한 피아니시모의 재생이 일품이란 느낌을 받았다. 역시 이 제품도 성악에서 강점을 보여 부르크너의 모테토에서는 여성 성부의 윤기가 더해진 아름다운 음색과, 분리되어 퍼지는 베이스의 조화가 환상적인 합창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김소희의 창에서도 허스키한 듯한 음색에 기름기가 더해진 듯한 맛이 났고, 북소리도 뒤쪽에서 분명한 윤곽으로 받쳐주었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에서는 장대한 홀의 분위기를 이끌어 내면서 악기간의 원근감까지도 살려내고 있어 생생한 실감을 더해준다. 특히 맑게 울려 퍼지는 벨의 소리는 참으로 매혹적이다. 실내악에서도 우수한 해상력과 부드럽고 윤기 있는 음색으로 연주자의 호흡까지도 느끼도록 해 주고 있다. 이번에 시청한 6기종 중 가장 우수한 소리를 들려준 제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