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스피커는 평판 스피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엔클로저식의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는 통 속에서 부딪혀서 우는 경향을 가진다. 평판 스피커는 이런 경향을 막아주므로 시원하고 울림이 없는 자연스러운 소리를 낸다는 것이 장점이다.
몇 개의 평판 스피커를 만들어 본 경험을 본 란에 올려서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이 겪지 않고 보다 정확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몇 개의 스피커 제작 시행착오를 글로 적어볼까 한다.
가장 원형이 되었던 스피커는 독일에서 제작된 비오딘이란 스피커이다. 비오딘 스피커는 중음은 클랑필름 42006 필드, 우퍼는 클랑필름44006이 주종을 이룬다.
Klangfilm Biodyn KL-1437
왼쪽의 스피커가 비오딘이다. 오른쪽은 Eurodyn KL-L430 (Tweeter KL-L301 e Woofer KL-L402)
아래의 사진은 내가 참조한 비오딘 원형이다. 이 비오딘이 몇 년도 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형태가 유로딘에도 있으며, 나무의 형태가 상당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므로 비교적 원형(추측컨데 2차대전 이전?)으로 생각한다.
비오딘의 디자인은 이 원형에 따라서 대구의 황실장이 하였으며, 나는 단지 제작자일 뿐이다.
원래 몇 년 전에 이 디자인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독일의 필드 스피커를 미송합판으로 제작하여보았다. 당시 소리가 좋아서 만족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원형인 비오딘을 자세히 보니 합판이 코어합판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코어합판을 사용하여 평판 스피커를 제작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코어합판을 찾아보니 나왕으로 된 코어합판이 있어서 이것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나왕은 색깔이 별로여서 어쩔 수 없이 합판에 색칠을 하기로 하였다. 유성이나 수성 페인트는 나무의 숨구멍으로 침투한다는 판단에서 숨구멍을 막지 았는 스테인 계열의 페인트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조사결과 본덱스에서 나온 아크릴 스테인이 가장 좋을 것으로 판단되어서 콤프레샤로 분무하여 도색을 하여보았다. 그런데 공기압 분사 방식이 페인트의 알갱이를 나무에 흡착하게 만들어서 이 알갱이가 나무의 숨구멍을 막을 우려가 있어서 중지하였다. 면을 뭉쳐서 손에 압력을 가하여서 합판의 표면에만 페인트가 묻도록 하였다. 도색 작업을 세번 정도 하여서 어느 정도 착색을 시켰는데, 도색 작업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뒤의 지지대는 원목 오크를 잘라서 헤펠레에서 나온 검은 수성 도료로 칠하여서, 최종적으로 오일을 먹였다. 헤펠레에서 작업을 하였다.
다음은 나왕코어합판으로 만들어서 아크릴 도색한 평판스피커이다.
최종적으로 몇 개의 스피커를 만들어서 주로 필드 스피커를 장착하여 들었다. 비오딘 형식으로 만든 스피커는 상당히 남성적인 소리를 들려주었다. 청취 공간이 너무 넓음(사십평 정도)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거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으로 비교적 큰 방에서 이 스피커를 장착하여 13.5인치 크기의 필드스피커로 들었는데, 미송합판보다 소리가 비교적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비교적 큰 아파트이 방에서 들어보니 저음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음이 지나치게 잔향이 남아서 음이 확대되는 느낌은 있는데, 저역의 신장이 지나쳐서 불쾌감이 들었다. 저음이 강해지고 중음 쪽이 너무 약해지는 느낌이었다. 첼로 소리가 거의 2배나 크게 들렸는데, 대신 중음 쪽의 밝음이 없어지고 소리가 무겁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성악 쪽은 중음이 제대로 신장이 안되고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저음쪽 주파수가 지나치게 커지고, 중음, 고음 쪽은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 느낌이었다.코어합판을 원형이 사용하였다는데 착안하여 나왕코어를 사용하여 만든 스피커가 실패라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아라오크라고 불리는 칠레산 미송합판을 구입하여 다시 판을 만들었다. 뒷 지지대는 전에 사용한 오크를 그대로 적용하였다. 합판의 두께는 미송이나 나왕 합판 모두 18밀리를 사용하였다.
색칠을 하지 않아서 보기에도 편안한 느낌이 드는 아라오크 미송합판이었다.
다음은 아라오크, 소위 미송합판 스피커이다.
나왕코어합판과 미송 합판을 비교하여 청취하니 나왕합판은 마치 탄력없는 엉덩이의 축늘어진 것 같은 소리가 나는데 비해서 미송합판은 젋은 삼십대 여성의 엉덩이처럼 쫄깃한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탄력과 명랑성, 저음의 적절한 균형 등에서 미송합판이 훨씬 나았다.
이번에는 18밀리 낙엽송 합판을 사용한 필드스피커를 미송합판과 비교하니 낙엽송의 성향이 나왕코어와비슷하여 미송합판의 소리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여기에도 낙엽송 합판은 마치 늙은 할아버지 엉덩이의 축 늘어진 것 같은 소리가 나는데 비해서 미송합판은 젋은 삼십대 여성의 엉덩이처럼 쫄깃한 소리, 명랑한 탄력이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평판 스피커에서는 절대로 낙엽송이나 열대 지역의 나무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들 나무는 무겁고 저음이 지나치게 신장된 소리를 낸다. 누군가 낙엽송 합판으로 비오노르 스피커를 만들었는데, 마치 실뱀이 주위를 돌아나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상한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게 바로 나무 판의 성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만일 미송합판을 사용하면 그런 기분나쁜 느낌이 들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원형 비오딘과 이번에 새로 미송합판을 사용한 비오딘을 비교하니 거의 원형에 비슷한 음의 색깔을 들을 수 있었다. 새로 만든 비오딘은 오리지널 네트워크를 한국에서 복사한 것이다. 추측하자면 원형과 동일하지 않은 것은 네트워크가 좋지 않아서 그렇지 않은가 추측해본다. 소리의 살집이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좋은 네트워크만 가미되면 충분히 원형과 동일한 소리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더글라스, 즉 홍송으로 뒷 지지대를 만들어서 지금 조립 중에 있다. 홍송이 만약에 소리가 좋다면 오크 지지대를 바꿀까 생각 중이다.
아예 홍송으로 코어합판을 만들어서 평판 스피커를 만들면 너무 지나치다고 아내가 꾸짖을까 무섭기도 하다. 그렇지만 한번 해볼만하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