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뭔지

by 정훈 posted Nov 11,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소년가장이 된 학생이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그렇게 셋이 살아가는 가정이었지요..
우연한 기회에 알게되어 후견인을 자처했고 가끔씩 방문하며 근황을 묻곤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다리의 뼈가 드러나있는 상황에서
10년간 매일같이 할머니의 치료를 받고..
결국 회사에서 그 친구를 지속적으로 돕기로 하여
한달에 한번씩 회사에서 지원하는 구호품을 사서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되었는데..

오늘 방문했더니 할아버지는 안계시고 할머니는 낡은 카세트 테이프를 들으며
혼자 울고 계시더군요..
할아버지가 지난 주에 돌아가셨다고..

왜 연락 안했냐고 볼멘 소리를 하니
평소에 도와주는 것만해도 너무 미안해서 연락 못했다고 하시네요..
그러면서 낡은 카세트 테이프를 보여주시며 더욱 서럽게 우시더군요..

없는 살림에 병원에 다닐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매일같이 뼈가 드러난 상황에서 할머니로부터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으며
그 고통을 잊으려 음악을 들으셨는데..

원하는 음악을 사서 들을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라디오에서 옛날 음악이 나오면
그걸 낡은 카세트에 복사한 테이프를 스무개 넘게 모으셨는데 할머니는 그걸 모르고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했다고 하시더군요..

오른손마저 불편했던 할아버지는 왼손으로 힘겹게 테이프 하나하나에 저렇게 제목을 써서
고통스러울때마다 들으셨던거 같습니다..

비록 고가의 스피커에 섬세한 음향을 내는 오디오는 아니었을지라도
할아버지 가시는 그길에도 음악이 편안함을 더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 고등학생이 된 그 친구도 할머니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