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재미없는 옛 이야기

by 김한봉 posted Feb 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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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같은 처음 만남의 시간이 벌써 20년이 흘렀고, 그렇게 흐른 시간이 지금의 나를 완성해 놓았네요
며칠 지나면 결혼기념일인데요
올핸 마땅히 해줄게 없군요
뭐, 해마다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지난 한 해가 제겐 마치 한 백년을 보낸 거 같은 기분입니다

몇 년 동안 끌었던 사기 사건이 엊그제 변제받을 각서를 공증하며 마무리 되었다
거의 5년여를 매달렸던 거 같다
덕분에 친구와 날선 공방을 벌였고 그로인해 다른 친구마저 잃었다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처신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역시 친구 간 에는 돈 거래는 안 하는 것이 맞는가 보다
그냥 잊기에는 너무나 큰 액수이었고 되찾기는 너무나 아득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와 깨달은 것이지만,
법이란 게 얼마나 한심한 굴레이며
더욱이 재판으로 해결하고자 함은 또 얼마나 멍청한 짓꺼리였던가를 지나고 나서 알았다
각서?
그거 받아서 뭐할 것인가...
약속 이행 못하겠다고 버티면, 변제할 재산이 하나도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은가...
그따위 종이 한 장을 받기 위해 친구며 시간이며 를 날렸던가...
이제 나는 그 돈을 받은 들 뭣에 써야할까?
그렇다고 잃어버린 친구며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값인가?

나도 학교란데를 한 학기 마치면서 우수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꼴찌는 면한 게 올매나 다행인지...
며칠 전 일간지 기사에 난 법관의 반말이 문제가 됐었다
그 판사 똑똑하기야 무엇에 비길 수 없었겠지만 참으로 기가 찰 노릇 아닌가...
방학 중 선배에게 상납을 안 했다고 또래 친구들을 몰아 놓고 줘 팼다는 기사도 봤다
딸을 둘이나 키우는 입장에서 나는 몹시 불안하다
애들에게 굳이 일등 하라고, 좋은 학교 가야 한다고 채근해 본 적 없다
그러나 어쩌다 저런 골 빈 인간들과 섞이게 될까 봐 불안하다
멀쩡한 외모를 봐서 어찌 알 것이며 번지르르 한 학력에, 이력에 가려진 속을 어찌 알 것이냔 말이다
저런 불량품을 생산한 부모가 보는 입장에선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
나야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나 싶어 모른 척 하고 보내면 그만이지만
오염 된, 뇌가 망가진 저런 동물들과 같이 지내야 하는 우리 애들은 어찌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손발이 떨린다
둘째 녀석이 내가 원하던 고등학교를 가지는 못 했어도 그 흔한 학원 한 번 안 보내고도 나름 괜찮다는 학교를 진학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둘째가 내가 바라던 학교를 가지 못한지라,
제 합격 소식을 기쁘게 전하지 못 하고 주눅이 들은 눈치로 내게 쭈뼛거리는 걸
그래도 아비로서 체면에 아주 근엄한 척 듣고는 돌아서 혼자 얼마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지...  
큰 놈이 올해 대학을 어찌 할 것인지는 몰라도... 알아서 하겠지...
내가 아무리 큰 놈 성적 때문에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도 내 결심에는 변함이 없을게다
대학 갈 때 까정 절대 학원 안 보내고 학교 입학하면 무조건 나가서 살으라는 거...
어디고 합격하면 우선, 요리학원과 운전만큼은 입학 전 까지 가르쳐 주마고 다짐해 놓았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먹고 움직이는 기술은 필요할 테니까...
나머지 놈들도 전부 같은 과정으로 처리해 보련다
하도 하수상한 세월을 지내고 있는 터라, 못내 불안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다 큰 애들을 끼고 살 수는 없잖은가...

이번에 졸업하는 선배들 중 신세진 몇 분에게 책을 선물 했다
광화문의 유명 책방엘 갔는데, 책값이 장난이 아니더군...
의학서적은 집을 팔아야 할 만큼 고가던데...
앰프를 드린다면 진짜 부담 없겠는데, 그것도 그네들이 으막을 좋아해야 말이지...
서로 부담 없이 처리하자는 결론에, 전철역에서 할인해 파는 책들 중 몇 권을 사서 오늘 전달했다
너무들 좋아하면서 모두가 난생 처음 책 선물을 받아 본 단다.
얼마 안 되는 비용으로 큰 행사를 마무리 한 기분이다.

결혼기념일을 또 맞고 보니 예전 일이 생각나
다른 사이트에 올렸던 처음 마누라를 만났던 날의 사연을 소개 합니다
ㅋㅋㅋ
좀 무안하기도 하지만
저의 하잖은 마누라 자랑으로 여겨주시길.....



“얘, 너 내려가서 딱지나 맞지마!”
“뭐여... 아니, 날 으띃게 보고... 알았어요, 알았어! ”
큰소리는 쳤는데.... 왠지 좀 불안했다
나야, 딱지 맞고 팔자려니 하면 되지만, 소개해 준 분은 망신아닌가...
아니, 을매나 이쁘길래....제길, 안 이쁘기만 혀봐, 가만 안 있을텡게....

처음 소개 얘기가 나온 게,
잠실의 테마파크 회사에 다닐 적 이었고,
그때는, 내가 자청해서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는 여자 애가 하나 있었다
사귄다는 표현이 무색하게 그냥 내가 매달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녀가 사실, 뭐가 매력인지도 몰랐고,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는....
학창시절, 그 오랜 시간을 이렇다 할 연애 한 번 못 해봐서, 사실 여자 보는 눈이....
간간히 강의도 나갔고, 이러저러 무쟈게 바쁘게 뛰었다
30을 그렇게 넘기자, 집 안팎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결혼 얘기다
마땅한 애인이 없던 나는, 독신과 결혼이라는 단어를 매일 밤 되뇌이며, 괴로운 나날을...
맘대로 안 되는 세상사 중에서, 유독 결혼은 평생을 좌우하는 일이라, 더욱 겁이 났다
전술한 바와 같이, 멀리서 바라 본 애들은 많았지만, 가슴시린 경험이 없던지라....
마침, 다른 부서의 여직원이 같은 지역에서 출근 버스를 타는 터에,
먼저 기회를 잡는답시고, 부서장의 보증하에, 만남을 가지고 있던 터 였다
상대편 부서장의 부탁 말만 없었어도, 기냥 확 자빠트릴 태세였는데....
너무 서둘지 말라는 당부, 당부였다
아니, 지금 뭐하는 스토리?
결혼을 전제로 만나자는 판에, 서둘지 말라니.... 그럼, 뭐하러 만나? 기냥 심심풀이로????
하여간 나의 주저주저하는 멍청함에, 그녀의 무반응이 더해져,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동창 한 분이 중매를 한다해서 더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프로포즈를 한 여인과의 진도가, 주저하며 머물러 있는 사이, 다른 건이 또....
단호하게 거절.... 아니,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 즈음, 나는 상사와의 불화와 이루 말로 다 표현키 어려운,
예술인들의 아집과 고집 사이에서 방황을 거듭하고 있었다
급기야, 이직을 했다
좀 다른 분위기를 원했던 내 바램과, 예전에 모셨던 상사의 추천이 어우러져, 이직을 하게 됐다
그러나, 뭐 피하니 뭐를 만난다고....
새로 옮긴 그곳은, 완전 지옥과도 같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의류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패션회사라서, 넘쳐나는 이성사원들로 꽉찬 사무실은 그야말로 ....
그러나, 그곳은 더 이상 천사들의 미소를 볼 수 없는 곳이었고,
반감으로 얼룩진, 가식이 난무하는 그런 곳이었다
당연히 얼마 안 가 정리하고,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그즈음, 전에 언급되었던 중매 얘기가 다시 들어왔다
인연이 안될랴고 그랬는지.... 먼저 사귀고 있던 그녀는 그렇게 멀어져 있었고, 별 진행이 없었다

얼마나 괜찮길래.... 저러는 거여?
“누나가 괜찮다니, 한 번 봅시다 ”
“그런데, 니가 내려 가야 해... 갈 수 있지? ”
“그러면, 사진 먼저 교환합시다, 그러고 나에 대해 누나가 잘 아니까...안 좋은 거, 다 얘기해, 알았지?”
그렇게 당부의 얘기가 오가고, 사진이 왔다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영 맘에 안드는 모습이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선을 보기 전, 주고받는 사진인데... 뽀샵처리 좀 한 걸 가져오지... 이게 뭐여?
이쁘다더니 뭐, 그 동네엔 이쁜 게, 다 이민갔나?
이정도가 이쁜거면, 난 뭐, 장동건이네?  아니, 아랑드롱쯤 될랑가?
몹시 실망한 나를 두고, 선배 누나는 어서 날짜 잡으라고, 채근을 한다
에이! 진짜... 사람을 으떻게 보구....
나는 뭐, 눈도 없는 줄 아나?
내가 뭐, 장가 못가서 환장한 늠두 아니구...
“아니, 누나 그게 아니구....”
“아이, 시끄러! 니 얘기 들으나마나야, 빨리 시간만 얘기해! ”
“아니, 그렇게 좋으믄, 아예 예식장 잡구 혀버려, 뭐 자꾸 만나구 할 거 없이...”
“그래? 정말야? 내가 기냥 알아서 해? 너 딴 말 하지마! ”
내 말은 아예 듣지두 않고, 그렇게 선배 누님의 일방적인 밀어 붙임에....

이리역 앞에 지하다방이 있는데, 마당이라나...
아니, 거기는 분위기 있는데도 읍나? 하필 다방은 무신... 뭐, 계약서 쓰러 가는 것도 아니구...
주말에 어렵게 시간을 냈다
사진을 이미 봤기 때문에, 실물에 대한 가슴 졸임도 없고해서
올라오는 차표를 30분 간격으로 끊었다
만나서 바로 일어설 요량으로.... 뭐,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라도 있어야지...
어거지로 만나라니 가는 거지, 뭐....
그 당시, 작은 월급으로 이참에 여행이나 하자는 작정으로 속도가 제일 느리고, 가격이 싼 비둘기호로....

비둘기호는 서울에서 장을 본, 상인들이 많이 탔다
내 옆에는 아주머니가 한 분 타셨는데, 어찌나 말이 많은지...
앞이고 뒤고 옆이고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일텐데, 오래 전 친구 마냥 말을 걸고 이바구를 해댄다
나는 잠을 청하듯, 지긋이 창가에 기대어 상념에 젖었다
멋진 여자들로 넘쳐나는 회사를 두고, 지방에 내려 가 선을 본다... 내 꼴이, 한심하기가 말이 아니구나
미술 전공하는 같은 과 애들도 많았는데..... 무신 굉장한 인물을 만나려고...지방에까지...
이런 저런 생각에, 맘이 좀 시끄러웠다
그냥, 가볍게 보러 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누나의 체면을 봐서, 망신은 면해야겠기에....
그런데, 옆에 앉은 그 떠벌이 아짐니가, 평택을 지날 때 즈음, 기어이 말썽을 냈다
첨 보는 앞의 아짐니와 여러 얘기 끝에, 돈을 빌려 달라고 했나보다...
안 빌려 준다고 왈왈, 못 빌려 준다고 왈왈, 순식간에 차 안이 아수라장이 됐다
급기야, 사람을 무시한다고 서로 끄뎅이를 잡기에 이르러, 나는 도저히 편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상대편은 남편이 함께 동석을 해서 였기에 망정이지....
나는 가는 내내, 그렇게 시끄러운 상황에 이끌려 갔다
상황 정리고 뭐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한편 내 이런 꼴이 마치, 가지 말라는 신의 계시같이 여겨지기도 했다

이리역, 지금의 익산역에 막상 도착해 보니,
문제의 다방이 안 보였다
한참을 물어물어 헤메어, 고대 로마시대 건물같은 다 쓰러져 가는 낡은 건물을 하나 발견하고....
보일 둥 말 둥한, 손바닥만한 간판에 '마당'이라고 새겨진.... 기가 막혀서....
입구가 어두컴컴하니, 비좁게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참 나, 뭐여... 꼭 귀신 나오게 생긴 데를....
저쪽에 베이커리라나 하는 큰 빵집도 있더만.... 이런데서 뭐 하자는 건지, 원....
하여간, 왔으니 내려 가 보자.... 아니, 밖에서 기다릴까?  
에이, 정말... 올라가기만 해 봐, 누나한테, 기냥....
천천히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는데.... 왠 밴드소리가 요란했다
잘 맞지도 않는 박자에 화음에, 저마다 기분나는 대로 두드리고 괴성을 질러대는.... 여기도 아수라장이...
오늘 왜 이러지?
아까, 기차 안에서도 그랬는데.... 오늘 일진이 진짜, 뭐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꼬일 수가 있나....
앞에서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애들이, 서로 어우러져 춤추고 소리 지르며, 나름의 행사를 진행하는 듯 했다
현수막을 보니, 무신 교회에서 하는 자선 일일 찻집 행사였다

어쨌거나 일단 들어 왔으니... 만사 눈 감고....
계단이 마주 보이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약속 시간인, 12시를 딱 10여분 남겨 놓고....
얼마나 시끄러운지.... 나도 밴드를 했었지만... 저건 아니었다...
이런 저런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시간이 지났다
5분을 남겨 두고, 여자 하나가 하얀 정장을 입고,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 왔다
저 사람이구나...
그런데, 키가 좀 큰 거는 이해하겠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묘향산 산적 두목의 맏딸 같았다
걸친 옷만 하얗고, 나머지는 왠지 살기가 도는 듯한.... 그런 분위기 아시죠?  남자라면 알 거요
아~~~~~ 역시, 내가 예상은 잘했다 싶어 안도하며, 짧게 차표 예약한 사실을 자화자찬하며 있는데...
흰 정장이 나를 바라보며, 맞은 편에 앉는다
12시 정시가 다 되어, 바로 일어날 맘을 먹고, 찻잔을 나르는 알바 학생 하나를 불렀다
“방송 좀, 해 줄 수 있죠? ”
“예 ”
“저기, 12시에 약속한 분을 찾는다고 방송 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수수한 캐주얼 외출복 차림의 한 아가씨가, 총총히 계단을 내려온다
차림이 선을 볼 차림이 아닌지라, 나는 보자마자 눈길을 돌려, 좀 전의 하얀 자켓을 바라봤다
이윽고, 방송이 나갔다
“12시에 만남을 약속하신 손님은, 카운타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이 멘트가 나가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하얀 정장을 바라봤다
저 산적 딸이 오면, 커피 값이나 내고 바로 일어나야지....
어럽쇼? 흰 정장은 딴청을 피우며, 그냥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저 사람이 아닌가?
어?!!!
구석 반대편에 앉아있던, 방금 온 그 캐주얼이 알바의 안내로, 이쪽으로 오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일이 틀어졌구나 싶었다
잘 됐지, 뭐.....
동생이나 친구가, 대신 말 전해주러 나왔나 싶어, 긴장된 눈으로 그 여인을 바라보는데....
내 이름을 대며, 맞냐고 묻는다
얼떨결에 일어나, 그렇다고 답하고,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먼저 말을 건네려다 참고, 어찌된 영문인지 물으려는 눈빛을 하고....
고개를 드는데....
“사진하고, 좀 틀리죠? ”
“예? ”
좀 의외다 싶은, 그녀의 물음과 나의 대답은....
“아, 예.... 좀......, 틀리는군요, 그런데....”
“축제때, 동창이 어거지로 찍은 거라서.... 마땅히 드릴 사진이 없어서....”
“아, 예, 그러셨군요 ”
그녀 옷차림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잠자리에서 금방 일어나, 머리 훌훌털고 간식으로 먹을 호빵 사러 나온, 그런 차림이었다
잠시, 말을 잊고, 어떻게 이 위기의 순간을 넘길까.... 생각했다....
18...내가 지금 선보러 온 거여, 변심한 애인 맘 돌려 볼랴고 온 거여....뭐냐고...
딱지나 맞지 말라던 누나의 핀잔이, 귀에 잔향으로 남아 있음이, 더 화를 부추겼다
생각할 수록, 나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져 갔다....
잠시 진정을 하고, 숨고르기를 하며.... 찬찬히 생각해 봤다
그녀의 외모는 눈이 휘둥그레질 그런 미인은 아니지만, 내 맘이 움직일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저 차림이 뭐냐고....아니, 여기는 저런 차림으로, 선을 보나???? 아니면, 그런 유행이라도 생긴거여???
이리는, 그전에 보석회사에 근무할 때 뻔질나게 오갔던 곳으로,
공단쪽을 주로 왕래 했고, 이리 시내를 많이 다니지 않아서 그렇지, 낯선 곳은 아니었다
아~~~~~ 저 차림으로 하면, 내가 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쑥스러울 정도지만....
우짜지??????
차림을 봐서, 그쪽도 내게 맘이 없는 거로 결론내고, 기 싸움에서나 이기자 싶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기,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는 건데....”
“예, 솔직하게 서로 얘기해요....”
어쭈....? 이거봐라.... 츄리닝바람으로 나와서는 솔직찾고, 뭐?.... 웃기구 자뽜지네....
선보는 여자들이 제일 싫어 하는 질문을 던져,
한방에....기냥, 날려 버려????
“저...어...기.... 제가 둘째이긴 한데.... 부모님을 모셨으면 해서요, 다른 거는 몰라두 그것만은...좀...”
“아, 예.... 당연하죠, 부모 모시는데, 둘째가 어딨고 차례가 어딨어요...”
뭐여, 시방, 뭐하자는 짬뽕여.... 시부모를 워쪄???
나는, 못 모신다고 바로 일어서던 다른 여자들의 펄펄뛰던 그 얼굴로,
오히려 내가 더 황당한 표정으로....
“괜찮으십니까? 아니,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되고요, 저도 제 입장이 그래서....”
“아니에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자식들이 부모 모시는 게, 뭐 어때서요? ”
아니....진짜....., 이 요물이, 지금 나를 거꾸로 심문하는 거여? 뭐여....
날, 떠 보는 겨? 시방?
그렇게 10여분이 지났다
아차!!! 차 표는, 워쩐데.... 20분 있으면 출발인데....
“저기, 여기가 지금 좀....., 말이 잘 안 들려서 그러는데, 자리를 좀, 옮길까요? ”
“네 ”
커피 값을 치르고, 계단을 오르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돌아 봤다...
지금, 저 여자가 나한테 쑈를 하고 있나?
쑈를 핑계로 돌아서기에는 인물이 아까왔다, 아니, 내게 과분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 놓치기 싫었다
우선, 사정을 얘기하고 역으로 가자고 했다,
표를 물러야 하니까....
가자마자 매표소로 달려가,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서울행, 이번 열차표 할인요, 할인!!!”
그녀와 떨어지게 할 귀찮은 열차 표를, 바로 처분하고, 그녀의 모교를 가자했다
지방이라 달리 아는데도 없고 해서....
이렇게 첫 만남을 가진 후로,
여섯 번의 주말 만남을 갖고, 일곱 번째 결혼식장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나는 그래서, 인연이란 것을 믿는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을 믿는다
나같은 멍청이를 따라 서울로 올라 온, 그녀의 깡다구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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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이 아주 사연이 많은 사진인데요
사연인 즉,
제가 첫 애를 실패 했더랬습니다
아버님이 의사이신데도 불구하고 저는 학업 성적이 말이 아니라서 항시 부친의 앞에서는 기가 죽어 지내는 편 이었는데요
왜냐하면 집안의 가업을 누가 이어 받아야 하는데,
형은 의대 갈 실력이 되긴 했지만 아버님과 극과 극이었던 터라 오기로 의대를 안 갔죠
사실 3대를 내려오는 의사 집안이었는데....
고향에선 그래도 작으나마 기침소리내었다는 전설을 할머님에게서 전해 듣곤 했는데....
제가 이어 받아야 마땅한데 저는 고교를 잘 못 지원 하는 바람에 당시 밴드에 빠져 고교시절을 허우적대는 바람에.....
으쩌다 으쩌다 들어가는 대학 모양 헤메며 들어 가긴 했죠
결혼도 제 고집으로 치뤘던 터라 항시 부모님과는 소리 없는 물 밑 대립이 심했죠
그 숨 죽인 상태의 대립으로 인한 고통을 전부 마누라가 지고 가야 했습니다
신혼 시절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마누라는 마누라대로 저는 저대로 서로가 바빴습니다
당시 저는 부모님의 유산에는 관심도 없었고 준다고 해도 받을 수가 없었는 게 가업을 이어 받질 못했으니....
그래서 불철주야 월급쟁이로 사방을 뛰어다니던 시절이었죠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돈 없으면 죽음이다라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힘든 결혼 생활로 하루하루가 갔는데 어느 날부터 마누라가 배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애를 가졌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냥 임신하면 배가 아픈가? 했죠
그날은 유달리 배가 더 아픈 거 같다고 해서 회사도 안 가고 마누라를 아버님 몰래 데리고 나와 산부인과를 갔죠
그때도 아무 생각없이 갔는데 진찰을 마친 의사가 잠시 자기 방으로 저를 오라더군요
왠일인가?  하고 들어 갔는데.....
애가 뱃 속에서 죽었다더군요
그래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첫 애를 저렇게 잃고 수술을 하게 되면 앞으로 애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어떻게 할 거냐고.... 결정 되면 동의서에 서명하고 수술을 하자고.... 서두르라고 .....
다시 애를 못 가질지도 모른다는 말에, 쉽게 결정을 못 내리겠더군요
생전 아버님께 무슨일이나 상의 한 번 안 했는데.... 처음 전화기를 들고 상의랍시고 전화를 했는데....
아버진 위로의 말 대신 니가 알아서 하란 고함으로 한 참을 걱정을 하셨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귀에서 떨어트린 전화기의 소리가 사무실 안을 울릴 정도였다
아버님의 걱정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전화기를 내려 놓은 상태로 고함소리에 맞춰 서류를 읽어 보지도 않고 서명 해 버렸다
수술을 마치고 마누라를 부축여 집으로 오면서 나는 어찌나 멍청해 졌던지....
가뜩이나 아무 생각이 없던 내게.... 이런 일이 닥치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다 내 잘 못 이 컸었죠
시부모님 하고 사는 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가 하는 걸 모르고.... 돈 번다고 나는 아무 신경도 안쓰고....
하여간 나는 앞으로의 생활이 어떻게 되리란 예상도 없이 그냥 둘이 살지 뭐.... 하는 결론아닌 결론으로 마누라를 위로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나름 전보다 더 잘 해 준답시고  주말에 무조건 데리고 나가서 바람도 쐬고 했죠
일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마누라가 어느날 저녁에 조용히 말을 하더군요
다시 애를 가진 거 같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기는 커녕, 오히려 측은한 눈길로 그런 말로 위로 할 필요 없다고 다독였죠  
오죽 했으면 저렇게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하나 했죠
그런데 마누라가 주말에 자기랑 꼭 가봐야 할 데가 있다는 겁니다
어딘가 했더니 다름 아닌 산부인과더군요
진찰을 마친 의사가 축하한다고 다시 임신이 되었다고.... 아주 희박한 경우였는데....
그제서야 마누라의 말이 생각나서 팔팔뛰며 좋아했죠

아~~~~~ 그때의 기쁨이란....

그래서 병원에서 나와 사진 장비를 챙겨 덕수궁에 나갔다가 찍은 사진이 바로 위 사진이란 겁니다
그러니 저 사진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죠
세상 다시 사는 것 같았죠, 아니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았던 느낌이랄까.....
다시 화해를 하고 미안한 마음에 저 사진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정신없이 살다보니 지난시절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사진 한 장이 생각을 확 바꿔 버리더군요

그래서 ㅋㅋ 올려봤습니다


그라고요
오늘 아침부터 미안한 마음에 안식구와 나란히 누워 춤추자 노래를 시디로 받았던 게 있어
두 시간을 내리 들었는데요
참 좋았습니다
그녀의 노래 중에
“그리워 그리워 너무나 그리워서 말도 못 하고 긴 긴 밤이 새도록 눈물 흘렸네... 쉘라!”
이 노래가 외국 곡을 번안한 거 아닌가요?
예전 기억으로 칸쏘네로 들었던 기억이 있는 거 같은데... 잘 모리겠심다
혹시 맞다면 원곡 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다운 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kimshaus @ naver.com
메일로 보내 주셔도 감사 하겠습니다

감사의 표시로 뭘 드려도 되는데... 워낙 고물만 갖고 있는지라....
제가 손기술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제게 오신다면 수기 치료를 해 드리죠
011-842-7143
언제라도 전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