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그리고 일본 아지매들

by 조정래 posted Aug 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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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숙이다.

서숙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흔히 요즈음 사람들은 남성 심벌을  바나나나,가지 혹은 고추에 비유하지만
점잖은 안동 양반들은 남성 심벌을 서숙으로 비유했다.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는 서숙의 모습은 양반다운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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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母胎回願族
지은이: 조정래

20년 이상 즐기던 골프를 접고 본격적으로 주말노숙을 즐기다보니  취미가로 말한다면 나는
캠퍼다.

그런대 캠핑을 가는 주말 말고는 주중에는 할 일이 별로 없으니 나는 더 늙기 전에 좀더 세상사는 이야기를 모으기 위하여 몇 해 전 부터 관광가이드를 한다.

관광 가이드는 전부 젊은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나같이 늘근 남자 가이드가 인기 있는 부분도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단위면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나라다.
이런 아름다운 나라에서 늙어가면서 용돈도 벌고,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도 알리는 일은 무척 매력적인 일이다.

비록 늙었지만 우리 말, 영어,일어,불어..띠듬띠듬 중국어도 하니

영국인 부부,
인도인 부부,
프랑스에서 온 부부..뭐 이렇게 난감하게 나이가 든 외국 부부로 구성이 되는 경우에는 일이 나에게 떨어지고 나는 그들을 모시고  용인 민속촌이나 비원,남산,판문점,종묘도 가고
평소 한번도 일부러 가서 타보지 못했던 한강 유람선도 타면서 산다.

다소 멀리는 안동 화회마을도 가고 전라도 목포나 진도도 들어 간다.
남도여행은 주로 나이 든 일본 사람들이다.

그런대 간 혹 참으로 순수한 일본 아지매들을 떼거리로 모시는 일이 벌어진다.

얼마 전 일이다.
시내 모 호텔에서 일본서 온 아지매들을  태우고 고소한 장단 콩 요리도 먹고, 남북분단의 현장도 소개할 겸 통일로를 달리는데.......일산을 지나 갈 때 즈음이다.

유난히 허리도 가늘고 가슴만 부풀어 오른 메구미상이 갑자기

"아-악 ! 조 센세이 좃도 도맛데 도맛데.."
(아이고 조선생 잠깐 멈추세요 멈추세요)

하면서 달리는 차를 세우라고 비명을 질렀다.

나는 화급히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순간적으로 들 고양이가 내 차 밑으로 들어 간 것이 아닐까?...생각했다.

"난데스까?..네꼬나노?"
"스미마센..네...좃도 우시로 미데..."

"아--아...욘사마 욘사마.."

욘사마라는 말끝에 차 안은 순식간에 야단법석이 일어났다.

백미러를 보니 저만치 통일로 도로 옆에 배용준이가 씨-익 웃고 있었다.
나는 배용준이를 잘 모르는 세대다.
그런대 일본 아지매들은 왠 만한 한국 텔런트 이름은 다 외우고 산다.

아무튼 경남 아너스빌..우짜고 저짜고 하는 아파트 광고판에 배용준씨 사진이 걸려 있었다.

모두가 사진을 찍고 싶어 하니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욘사마가 간판이 너무 가까워 사진 안에 다 들어오지를 안았다.
무더운 아스팔드 위를 한참을 딋 걸음 치고 단체 사진 찍고, 개인자진 찍고...
아무튼 모두가 배용준이 아파트 광고 판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씩 박았다.

문득 우리 고향 할매들이 길섶에 있는 배용준 간판을 보고 저리도 야단법석을 하는 일본 여자들을 보면 한마디로

"일본 여자들이 메쳤다 멧쳐서! 메쳐도 지서로 안 메칫네!"


이런 욕을 먹고 남을 일이지만 나는 반대의 생각을 하고는 한다.

결혼하여 줄곧
가족과 남편만 바라보고 헌신하면서 살다가...뒤 늦게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린 것이 하필이면 한국남자들이다.

일본 남자보다
목 하나가 더 크고
어께도 더 벌어지고
웃음도 더 너그럽고
이목구비도 당연히 일본 남자보다 더 잘생긴 한국 남자들!

일본부부들이 싸울 때는 이웃집까지  들릴세라   조용조용 말 다틈을 하면서 눈물 찔끔쨀끔 흘리는 정도다.
그리고 그런 부부 부부언쟁을 하고나면 한 보름은 찬바람이 쌩쌩 돌고 서로 말도 하지 않는데...

밤늦게까지  우당탕탕 심하게 화끈하게? 싸우고도 다음 날 아침에 출근 할 때는
언제 싸웠나는듯이 서로 웃으면서 손 흔드는 한국 부부 싸움을 도저히 이해 못하는 것이 일본 아지매들이다.

이해 못 한다고 하지만  부부싸움 뒤에 보름정도 말 안하는 일본 남자보다야

싸우더라도 일단 잠 잘 때는 다리 하나라도  걸치고 하룻밤 자고나서 훌훌 털고 직장으로 일하러 가는 그런 한국 남자가 더 좋아 보일 것이다.

부부생활 일면에서 여자에 대한 마음씀씀이도 일본 남자들에 비하여 더 넓을  것 같은...그런 인간적인 면과  
경제고속 성장에서 지나치게 디지탈화 된 일본 사회에서 아직은 아나로그가 많이 남아 있는 한국사회 동경심에서 , 일본 아지매들이 한국 탤런트에게 사모의 마음을 발산하면서 생활에서 쌓인 스트래스를 풀어가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욘사마로  기분이 한층 up된 일본 아지매들에게 내친김에

오월 보리밭에서 춘자, 돌이  이야기도 하고
아우리 홀아비가 젊은 과수댁과 벌어진 뽕밭 러브스토리도 구수하게 풀어주고
정선 구절리  딱 다구리는 야문 참나무에 구멍도 잘도 뚫는데....
우리 집에 저 터구는  뚫린 내 구멍도 못 뚫어 준다,,,,,는 다소 농스런 정성 아라리 가사도 우스개 풀어 놓았더니

모두가 허리를 잡고 하하 호호 야단들이다.

누가 일본 여성들이 조용하다고 했는가?

기본적으로 여자들이란 깔깔 거리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신이 뜻이라고 생각되는데.....쪼잔한 남편들이 속 좁게 사사건건 아내들에게 핀잔을 솥아 내니
나이 들면 우울증도 생기고 삶의 허무도 생기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그날  일본 아지매들이 내 이야기에 너무 웃어서  아마도 절반은 요실금을 했을 것으로 추측이 될 정도로 행복한 tour가 되었고 내친김에 저녁에는  방산시장 순희네 빈대떡 집에서 요즈음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 막걸리를 맛있게 마시고 다시 그 안쪽 골목에 있는 육회 집에서 또 참이슬로 잔을 부딧치면서 늘근 한국 남자 한명이 무려 9명의 일본 아지매들과 놀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원래 동대문 쇼핑 계획이 있었지만
내가 한류스타를 직접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전원 스케줄을 바꾸어 모두가 일산 모 방송국 촬영장으로 달려갔다.


촬영장 입구에 있는 인기 탤런트 사진 앞에서 모두가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사고,,드디어 촬영장 안에가 들어갔는데..

마침 오뚝한 코,
담백함이 묻어나는 입술을 갖은 여자...채림이가 보였다.

조명 빨 아래인지라 처음 누구인지 잘 모르다가 내가

"메구미상 저기 저 아가씨가 채림입니다"

하자 갑자기

"나니 나니? 채림상?  아-악!"

비명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고, 비명 소리에 바로 옆에서 한창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던  촬영 스탭들이 다들 놀라고...

헉..조용히 하라고 그렇게 부탁했지만 여자란 흥분하면 비명이 터지는 것이 자연적일 것이다.
결국 촬영 스탭들에게 사과를 하고 무마가 되었지만  나는 그날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일본 아지매들이 잘 생긴 한국남자들에게 순진하게 가슴 설레이며 사는  세월이다.





내가 일본을 방문하면 늘 초밥을 직접 만들어 오시는 할머니가  한분 계신다.
그분이 저에게 보내 준 사진이다.

2010년 태풍이 밀어  올린  무더운 날 아침에 성북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