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외부의 작업실 유지비용이 부담이 되어 집의 방 하나를 확장하여
쓰기로 하고 철수를 한지 두어 달 남짓...
한 트럭 분량은 족히 되는 책과 책장 책상 테이블 의자 외에도 자질구레한
잡동사니 짐들을 쓰레기로 버리고 겨우 집으로 작업실 이주가 끝났는데...
문제는 오디오 한답시고 여기저기서 구해 놓고 방치했던 기기들과 부품들
때문에 안사람으로부터 듣는 질책 때문에 약간 씩 문제 있는 저가 기기들을
쓰레기 수거 날이면 몇 개씩 갖다 버렸네요.
다행히 우리 아파트에는 분리수거 하는 날 전자제품은 딱지 안 붙이고 공짜로
버려도 됩니다.
팔기도 그렇고 팔아봤자 돈도 안 될 녀석들부터 슬슬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에 버리지도 못하고 생각해 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갖다 버리고....
이렇게 두 달이 지나갔네요.
남은 기기들이 아직도 거실과 베란다와 이 방, 저 방에 널려 있으니 안사람
눈총이 무서워서 소리전자에 고물들을 내 놓기 시작했지요.
제일 먼저 거래한 것이 부품장터에 인천 부평에 사는 분이 ar3a 중음기 유닛
1개를 구한다고 하기에 연락드렸더니 당일 바로 찾아 오셔서 약간 문제 있는
제짝 1녀석까지 합쳐서 1개 값에 한 조를 드렸지요.
그러다가...
제가 운동 삼아 자전거(신문사 사은품 3000리 next 21단)를 타고 테니스장을
왕복 20km 정도 다니는데 요즘 유사mtb를 많이 타는 것 같아서 자전거 바꿈질
을 할까하고 보니까 이것도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종류도 많은데 최소한 7~80
정도는 주어야 보급형 국민mtb라는 m브랜드의 자전거를 장만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멀쩡한 자전거를 또!’ 하는 안사람의 눈치를 감수하고 물물교환 장터에
마란츠 sm7과 sc7 앰프를 mtb와 교환하겠다고 올렸더니 30분도 안 돼서 문자와
핸폰으로 문의가 수 없이 들어오더군요.
자전거와 교환하자는 연락은 ‘mtb 자전거가 무슨 자전거를 말하느냐?’ 자기가
헬스자전거가 있는데 교환 의사가 있다는 분 을 비롯해 800만원짜리 자전거가 있는데 차액 교환 하자는 것 외에 모두 현금 양도를 원하시는데 이 녀석들 무게가 진공관 앰프 무게와 맞먹는 녀석들이라서 택배 불가로 양해를 구했는데 마침 영등포의 젊으신 분이 직접 오겠다고 해서 가격도 맞추고 직접 와서 청음도 하고 다음날 오후에 실어 가기로 결정이 됐는데..
다음 날 아침, 마지막 시집보내는 녀석을 최종 점검도 할 겸해서 다른 스피커에 물려
3시간여를 볼륨도 평소보다 높여 꽝꽝 울려 보기도 하고 이 것, 저 것 안 쓰던
스위치들을 눌러보고 돌려보고 하다가 잠시 작업실 방에 들어가 일하고 있는데
뭔가 비닐 타는 냄새가 나서 거실로 나가보니 파워앰프 왼쪽에서 연기가 나는 걸
보고는 황급히 전원을 껏습니다.
식은땀 나더군요.
황급히 예약했던 분에게 연락해서 사정을 이야기 하고 거래를 거두기로 하기는
했는데 혹시라도 판매자 변심으로 오해나 안했을지 모르겠네요.
무엇보다도 안사람한테 쪽팔린 것이 제일 속상합니다.
바로 그 날 오후에 춘천의 나이 지긋하신 분이 앰프 판매 됐느냐고 직접 전화로
문의를 하시기에 기기에 대한 상황을 말씀드리니까 직접 오시겠다고 하고는
2시간 만에 기계를 좀 아는 듯한 젊은 분과 같이 오셔서 기기를 열어 보고
프리앰프를 다른 진공관 파워 앱프에 연결해서 청음하시고는 쿨한 가격에 가져
가시겠다고 하시기에 미안하다고 기름 값 하시라고 50000원을 드리니까 괜찮다고
사양하시며 덜렁 가져 가셨습니다. 존함도 못 물어 봤네요.
이것이 두 번째 거래입니다.
그나마 안사람 한테 체면 좀 세웠습니다.
재미 붙어서 이번에는 jbl스피커, ar3a통, 우허튜너를 올렸봤지요.
그런데 여기부터가 문제입니다.
jbl같은 경우는 거래 기록들이 있는데 ar통이나 우허 튜너 이 녀석들은 거래 기록를
찾기가 힘들더군요. 반나절을 인터넷과 씨름했습니다.
가격 책정하기가 난감합니다. 고민 고민 끝에 가격을 책정해서 올렸는데 우허 튜너는
올린지 10여 분 만에 경남 김해 먼 곳으로 혼처가 정해졌습니다.
거래가 빨리 이루어진 것까지는 좋은데 평생 택배를 받아만 봤지 발송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엉겁결에 택배로 보내드리겠다고 해 놓고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당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던 일 내 팽개치고 우선 이마트에 가서 적당한 크기의 박스를 집에 가져다 놓고 뽁뽁이를 구해야하는데
어디서 구입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여기저기 알아보니까 철물점에서 판다고 하네요.
부지런히 철물점을 4군데 거쳐서 한롤 구입을 하고 장마철이라서 기기를 비닐 봉투로
싸고 뽁뽁이로 몇 번 감고 박스에 넣으려니까 박스가 작네요.
할수 없이 자전거로 이마트에 가서 사이즈가 좀 큰 박스 아예 3개를 가지고 와서 기기를 집어넣고 박스를 기기에 맞게 잘라서 테이프로 꽁꽁 묶고 나니 오후 6시가 다되었네요.
밖에는 비가 쏟아지는데 마침 박스 가져올 때 엘리배이터에서 만난 우체국 택배원에게 택배를 보내려고 한다고 물어 보니까 잘 가르쳐 주더군요.
포장을 끝내고 우체국택배 인터넷 신청을 하는데 도로명 주소를 넣지 않으면 안 되네요.
이 것 때문에 1시간여를 씨름을 하고 구매자 분께 3번씩이나 통화를 다시하고 난리를 치고 나서야 겨우 택배 접수를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원고 독촉이 불같은데 오늘 하루 이 것 가지고 씨름하다가 본업은 아예 손도 못대고...ㅠㅠ
이것이 세 번째 거래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전문적으로 소리전자나 그 외의 장터에서 직업적으로 하시는 분들이야 잘 하시겠지만 어쩌다가 장터에 물건을 내 놓는 분들은 이런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아직도 남은 것들 처분하려면 아득하기만 합니다.
누가 와서 싹쓸이 해가면 좋으련만....
사진 찍어야지... 사진용량 때문에 포토샵 주물러야지..
평소에 자세히 보지 않던 기기 스펙 봐야지...이상있나 없나 들여다 봐야지..
아이구!!! 비명 소리납니다.
오디오가 뭔지... 참.... 별 생각이 다 나는 하루였습니다.
허접한 하루 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