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천의 바람

by 김선호 posted Jun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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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천의 바람 / 김선호

 

 

까만 연밥 구멍에 사는 늪의 정령

복찻다리 건널 때 엎고 가라한다

까만 눈 쇠백로 꼼짝 않는데

한달음에 도망치는 서늘한 바람

 

간신히 꽃 내민 부레옥잠

민물농어 사이로 엷은 보라색 잔물진다

여기저기 물풀 뒤지는 청둥오리

물 밑에 잠자는 영원의 정령 깨우고

 

계절이 연못 앞에서 머뭇거릴 때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 숨는다

띠살창 그림자 길게 늘어뜨리는 해거름

귀 닳은 문지방 기웃거리는 찬바람

 

벌겋게 녹 오른 함석지붕 아래

붉은 고추 말리는 노모의 주름진 손

그리운 영혼 엎고 가는 하늘 아래

경안천은 꿈꾸는 듯 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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