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라디오는 대부분 50년대 이전에 만든 것들이라 여기 저기 고장 난 곳도 많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 보면 그렇게 큰 고장은 아니고 출생한지 근6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사용하지 않은 탓으로
굳었거나 좀 뒤틀린 것이 많다.
먼저 필드 스피커가 박힌 필코라는 진공관 라디오다.
그냥 보기에는 보기가 참 예쁘게 만들어 져 있다.
그런데 소리가 어쩐지 답답하다.
방바닥에 눕여 놓고 요목 조목 관찰을 해 본다.
자세히 보니 라디오 앰프부에 필드스피커가 매달려 있어 앰프부를 들어 내니 스피커 까지 달려 나온다.
합판으로 만든 인클로우져인데 소리가 나오는 구멍을 아름다운 천을 붙인 마분지에 스피커 보다 작은 구멍을
뚫어 놓아 소리가 밖으로 제대로 발신되지 못하고 라디오 안에서 웅웅거리는 것이다.
천이 붙은 마분지를 떼어 마분지를 걷어 내 버리고 본드로 라디오 통 구멍에 직접 천을 뒤집어 붙이니 구멍도 훨
커져서 소리가 잘 나기도 하지만 천을 뒤집어 붙이니 색이 거의 바래지 않아 60년 전의 아름다운 색을 보니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또 한가지는 소리구멍 앞에 모양을 내느라 엄지 손가락 굵기의 검은 졸대를 붙여 놓았는데 이것도 과감히 제거해 버렸는데
그냥 본드로 붙인 거라 구멍이 단순해 졌을 뿐 모양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다.
두번째는 로베옵타 벨라 1700이라는 모델인데
이 라디오는 필드형은 아니지만 고색찬란한 물건으로 파신 분이 너무 고물이라 19만원에 넘겨 받았다.
처음 집에 갖고 와서 켜 보니까 방송 주파수를 맞추는 손잡이가 돌아 가지를 않는다.
그냥 부품용으로 사용할까 하다가 손잡이를 억지로 돌리니 돌아가긴 하는데 영 뻑뻑해서 되지를 않는다.
어떻게 하다 보니 방송이 좀 잡히기 시작해서 몇년을 겨우겨우 그렇게 듣다가 어느날 소리가 지직거려 큰 드라이버를 꺼꾸로 잡고
손잡이 고무부분으로 5개의 버튼 부분을 마구 두둘겨 줬더니 갑자기 소리가 방방거리며 시원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주파수 조정 손잡이도 갑자기 잘 돌아 가면서 내가 언제 고장났어 하면서 멀쩡하게 맛갈스런 음악을 들려 준다.
마지막으로 가장 싸게 산 물건이지만 가장 아끼는 웨스팅하우스 8인치 필드형 진공관 라디오다. 구입가는 10만원
원목 송판으로 짠 사각통에 6L6 출력관이 들어 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들은 진공관 라디오이다.
이 라디오는 지금은 없어 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물을 파는 고물장터에서 부품용으로 산 물건인데 내 눈에는 물건으로 보여
구입을 해서 우선 너무나 더러운 케이스를 분해해서 물로 샤워를 시켜 붉은 색과 노란색의 페인트를 다시 칠샜다.
진공관을 두개 갈아 주니 소리가 난다.
그런데 내가 좋아 하는 배캠의 팝을 듣고 싶은데 KBS의 클래식 음악만 잘 잡히고 MBC의 음악방송은 잡음이 나는 소리가 난다,
오늘 이 라디오를 방바닥에 눕여 놓고 요목조목 분석을 해 보니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바리콘 위에 두개의 새끼손가락 정도의 대추만한 원통형 미세 조정기를 발견한 것이다.
이 미세 조정기 두개를 살살 돌려 주파수를 맞추어 주니 MBC음악방송 주파수가 깨끗하게 잡혀 나는 ~심봤다~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