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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준모 posted Aug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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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100만 원씩 꼬박꼬박 주니까 배가 부르다고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자활 사업=주민 공동체 복원

이문수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정책위원장2015.08.13 10:31:14

 

올해는 우리나라에 자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20년, 제도화된 지 15주년이 되는 해이다. 물론 그전에도 자활 사업은 있었다. 도시 빈민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산 공동체'라는 이름의 자생적인 공동체 운동이 자활 사업의 기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자활 사업은 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보건복지부의 자활 급여 및 자활 지원 사업, 고용노동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전국 246개 지역 자활 센터가 복지부의 자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자활 사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전제로 한 조건부 수급자와 차상위자 즉, 근로 빈곤층을 주요 대상으로 하며 자립 자활을 목표로 한다. 탈수급과 자활 성공률을 성과로 한 자활 사업은 제도화 이후 효율화를 위한 지난한 과정을 겪어 왔다.

이러한 과정이 진짜 자활 사업을 제대로 육성해 갔을까? 오히려 거꾸로 자활 사업을 위축시켜 왔다. 정부가 자활 제도를 운용하면서 참여 주민이나 자활 현장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여 주민이나 지역 자활 센터는 퍼즐을 맞추듯 정부 지침을 뒤따라가야 했다. 자활 사업 20년을 맞이하여 자활 사업 현장의 관점에서 자활 제도를 평가해 보자(물론 이것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일 수는 있다).

정부의 맞춤형 급여 체계, 자활 사업 축소로 이어져

올해 7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소위 '맞춤형 급여 체계'로 개편되었다. 수급자로 선정되면 7가지 급여를 모두 적용하던 방식에서, 중위 소득과 부양 의무자를 기준으로 급여별로 수급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자활 사업만 국한해서 본다면, 개편된 급여 체계로 자활 사업 참여 대상자가 현격히 줄었다. 기초생활보장 생계 급여 수급자만 조건부 수급자가 되어 자활 사업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의료나 주거, 교육 급여 수급자는 선택적으로 자활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맞춤형 급여 체계는 수혜 대상자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생계 급여 이외의 대상자가 자활 사업에 참여하기보다는 정부에서 주는 급여에만 의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특히나 참여 대상자의 축소로 자활 급여를 포함한 자활 근로 사업 예산은 최근 2년간 대상자 수가 1만6000명 줄고 예산도 약 950억 원 축소되었다.

결국 자활 사업의 시각에서 보면, 맞춤형 급여 체계로의 개편은 자활 사업 참여 주민의 단절적 계층화를 초래하고, 실제적인 혜택 범위를 축소한다는 점에서 퇴행적이다.

기초생활보장의 꽃이 자활 사업이라 했으나…

2000년 10월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내세운 취지 중 하나가 '생산적 복지'이다. 아마도 복지는 낭비네, 복지는 퍼주기네 하는 정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나타난 반대 급부의 개념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자활 사업 초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조차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꽃은 자활 사업이라고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는 빈곤 복지 정책이 생계비나 복지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수급자들이 지역 자활 센터의 자활 사업에 참여하여 일하게 되었고, 참여 주민들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과 관리가 민간 기관인 지역 자활 센터에 위탁되었다. 생계비를 지급하면 술과 더불어 살거나, 별다른 활동 없이 집안에만 있던 사람들이 지역 자활 센터에 출근하여 일하게 되었다. 당시 자활 사업 현장에서는 이것을 혁신적인 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집에서 생계비만 받던 분들에게 자활 사업에 참가해야 한다는 의무 부여를 하였으니, 이에 저항하는 참여 주민들도 있었고, 일을 시키면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다며 민원을 넣는 주민들도 있었으며, 출근해도 일을 안 하거나 대충 시간만 때우려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2년, 3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리 잡아가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 자활 센터(당시는 '자활 후견 기관'이라 칭했다) 실무자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였다. 정부가 자활 사업에 성과를 주문하고 압박하던 시기가.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힘들게 참여 주민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교육도 벌이고, 설득도 해보고, 부탁도 하고, 한편으로는 관리 지침도 앞세우면서, 겨우 자활 사업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자리잡아가려는 그 시기에, 정부는 취업과 창업 그리고 탈수급의 성과가 무엇이냐며 자활 센터 실무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예산 투입 대비 성과라는 지극히 시장주의적인 논리를 앞세우며 취약 계층이 참여하는 자활 사업의 특성을 거의 배려하지 않았다.

▲ 청소 자활 사업단.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생산적 복지는 취업만이 우선인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중요한 취지 중 하나인 생산적 복지에는 예산 투입 대비 성과라는 시장주의 논리만을 적용해선 안 된다. 자활 사업 현장 활동가들이 취업 사업이 불필요하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취업 사업만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은 아니라고 했다. 생산적 복지에서 '생산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취업, 창업, 탈수급이라는 성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활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를, 지역 자활 센터 자활 사업을 통해 집안에만 있지 않고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소위 사회적 배제나 소외로부터 벗어나 사회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을 생산적 복지라고 여겼다.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취업 사업을 포함하여 생산적 복지라는 순수한 의미는 사라진 채, 자활 사업은 탈수급을 위한 취업 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정말이지 가슴이 먹먹하다. 생산적 복지에 의한 자활 사업은 결코 취업만이 우선일 수 없고, 우선이어서도 안 되며, 실제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자활 사업 대상자는 이미 복합적 취약성으로 일반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여러 사유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성과주의에 매몰된 정부의 자활 사업 정책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 취업 사업 우선 정책, 보건복지부 자활 사업 참여 기간 3년 제한 등은 이러한 성과주의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에 대한 취업 사업 우선 정책은 시범 실시를 마치고 지금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이전에는 수급자로 선정되면 자활 역량 점수에 따라 고용노동부의 취업 사업에 참여할 대상자와 보건복지부의 자활 사업에 참여할 대상자로 나뉘었는데, 이제는 일단 고용노동부의 취업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 즉 '취업 성공 패키지 프로그램'에 우선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활 사업이 바뀌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활 사업에 안주하려는 주민들을 취업, 창업으로 유인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로 인해 자활 사업 참여 주민의 선택 폭은 제한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자활 사업이 우선시된 탓에 보건복지부의 자활 사업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생산적 복지, 근로 연계 복지, 고용 복지 등 여러 갈래로 불리는 자활 사업이 고용만 강조하고 복지 취지는 무색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취업이 강조되는 자활 사업의 문제는, 대상자들이 여러 복합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어, 일반 노동 시장에 취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연령에 다수가 질병을 호소하고 있으며 합당한 근로 능력 판정을 받았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건강이 취약한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활근로에 참여토록 하는 것도 죄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분들을 1년간의 단기적 취업프로그램에 내몰고 있다.

얼마 전 하반기 추경으로 6만 명(취약 계층 3만 명)이 늘어난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의 지침을 봐도 그렇다. 사업의 부적응자, 지방자치단체 재이관자 등 사업에 맞지 않았던 대상자를 민관 위탁 기관이 다시 담당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예산을 확대하였다. 이렇게 되면 정말 취업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 우선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는 생색만 취하는 꼴이다. 이번 추경을 결정한 국회 소위원회도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은 불용 예산이 예상된다며 실제 불용이 발생하면 그만큼을 2016년 예산에서 삭감하겠다는 부대 의견을 제출했다는데, 이 때문에 대상자를 더욱 몰아세울까 우려도 생긴다.

무엇보다 취약 계층 취업 우선 정책의 맹점은 일자리 정책이 수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취약한 계층을 다시 시장에서 포괄하려면 교육 훈련도 필요하겠지만, 참여자의 취약성을 감안한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자활 기업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다. 따라서 자활 사업이 이뤄온 진정한 성과로는 돌봄 등 사회 서비스 일자리 확대와 양곡 배송, 주거 복지 등 공공성이 담보된 정부 일자리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하루속히 자활 사업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작 복지부는 자활 근로 참여를 3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자활 사업 참여 기간 3년 제한이 효력을 내기 시작한다. 2014년 지역 자활 센터 통계에 의하면 자활 근로 사업 참여자의 55%가 51세 이상이었다. 도시의 경우 열악한 주거 생활로 자활 급여마저 없으면 생활이 곤란한 남성 참여자들이 꾸준히 늘 것이다.

이들에게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자활 근로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하루빨리 시정해야 한다. 몇십 년 만에 찾아온 더위보다 대책 없이 자활 사업을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에 불면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그런 주민들에게 죄송해 고개를 들지 못하는 자활 현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활 사업에 안주하려 한다고?

정부는 자활 사업 참여 주민들이 자활 사업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이는 가난은 개인의 탓만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탓도 있다고 인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취지에 정면 상충한다. 자활 사업에 안주하려는 현상은 그럴 수밖에 없는 제도적, 사회적, 가정적 요인 탓이다.

정부는 여전히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을 분석하지도 않고 대안도 마련하지 않는다. 한번 말해보자. 한 달에 100만 원도 채 안 되는 급여를 받고, 이에 안주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생활에 걱정이 없어서이겠는가? 아니다. 희망이 없어서이다. 자활 사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경로가 없기 때문이다. 더 적극적인 취업이 제도적, 사회적으로 마련된다면, 과연 누가 자활 사업에 안주하려 한단 말인가?

혹 빈곤이 나태함을 부르기도 하여 그러한 습성으로 자활 사업에 안주하려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가는 희망을 주는 정책을 먼저 말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의 취지이고, 국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이다.

자활 사업의 초심은 생산 공동체·주민 공동체 복원

이제 자활 사업의 지역적,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자활 센터의 역할과 자활 사업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이것이 부재하기 때문에 구체적 사업들에서 우를 범하게 된다. 정책의 일관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지역 자활 센터는 시간이 갈수록 구체적인 업무 지침이 난무하는 속에서 경직성만 높아지는 관료 조직이 되어 가고, 함께 일하는 실무자들이나 지역 사회의 불만은 높아질 수도 있다.

자활 사업의 초심을 기억하자. 생산 공동체와 주민 공동체를 복원하는 자활 사업! 그것이 진정 지금 필요한 자활 복지이자 자활이 지향하는 사회적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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